'1심 판사'가 롯데 대주주社 대표직을 일본인에 넘겼다
일본 롯데홀딩스, 쓰쿠다 단독대표 체제로
롯데 "한일 롯데 협력 불가피하게 약화 예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연합뉴스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4)이 재계 서열 5위인 한국 롯데의 지배구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롯데홀딩스는 신 회장과 공동 대표이사를 맡았던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게 됐다.

21일 롯데에 따르면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는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신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안을 의결했다. 이 자리에서 신동빈 회장이 표명한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임 건이 승인됐다. 

신 회장은 최순실씨 측에 70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지난 13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일본은 기업경영인이 법정구속될 경우 관례에 따라 공식직함을 내려놓는다. 최근 신 회장도 이 관례에 따라 이날 오전 롯데홀딩스측에 대표이사직 사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롯데홀딩스는 이사회 의결 후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신 회장 법정구속) 사태는 일본 법률상 이사의 자격에 곧바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신 회장이 사임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이를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일본 롯데와 롯데호텔 등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롯데홀딩스가 한국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본인이 경영하는 회사로 하루 아침에 뒤바뀌었다. 

현재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로 볼 수 있는 호텔롯데의 지분을 99%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홀딩스의 경영자 교체는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권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향후 인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이날 입장자료에서 "'원롯데'를 이끄는 수장 역할을 해온 신 회장의 사임으로 지난 50여년간 지속되며 긍정적 시너지를 창출해온 한일 양국 롯데의 협력관계는 불가피하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롯데는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부회장)를 중심으로 일본롯데 경영진과의 지속적 소통을 통해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자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롯데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는 현재 지분 28.1%를 보유한 광윤사(光潤社·고준샤)로,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50%+1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의 실형 선고 직후 낸 입장문을 통해 신 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 사임과 해임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신 회장의 사임에 대해 아직까지 석연치 않은 사법부의 뇌물죄 적용이 '억지'라는 의견이 많은 동의를 얻고 있는 만큼, 신 회장을 실질적으로 사임하게 만든 주범은 1심 판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청와대가 '적폐' 청산을 강하게 내세워 대기업 총수들을 겨냥하는 만큼, 70억 뇌물에 대해서도 신 회장이 면세점 신규 특허 취득과 관련해 부정청탁을 했다고 보기에 법리적 판단보단 정치적 판단이 좌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신 회장이 대표이사에서는 물러났지만 직함은 기존의 '롯데홀딩스 부회장'(한국 롯데에서는 회장)으로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아직 2심과 3심이 남아 있는 점으로 보아 신 회장이 비록 법정구속됐어도 부회장으로서 지위를 유지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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