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 남의 일 아냐...침묵하면 자녀들이 개돼지 취급 받을 것” 통일부 앞 '노숙 단식' 탈북민 이동현 씨
“강제북송, 남의 일 아냐...침묵하면 자녀들이 개돼지 취급 받을 것” 통일부 앞 '노숙 단식' 탈북민 이동현 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대한민국이 공산화되면 어차피 죽은 목숨...끝까지 싸우겠다”
“내가 침묵하면 언젠가 나도 강제북송 당할지도 몰라...”
“영하 30도에 두만강 넘었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따뜻한 봄날 캠핑하는 기분”
어제부터 물 마시기 시작..."자유는 거저 찾아오지 않아...침묵이 능사 아니다"
탈북민 이동현 씨는 탈북민을 강제북송한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광화문 서울정부 청사 앞에서 노숙 단식 중이다(사진=양연희).
탈북민 이동현 씨는 탈북민을 강제북송한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광화문 서울정부 청사 앞에서 노숙 단식 중이다(사진=양연희).

통일부가 위치한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물도 마시지 않는 단식을 시작한 사람이 있다. 바로 탈북민 이동현 씨(47)다.

그는 지난 2008년 탈북에 성공했지만 중국에서 두 번 강제북송을 당해 28개월 동안 도집결소와 구류장에서 지옥 같은 수감 생활을 했다. 2011년 마침내 사랑하는 아내, 두 아들과 함께 꿈에 그리던 남한에 정착할 수 있었다. 지난 8년 동안 가족들과의 자유롭고 평온한 삶을 누렸던 그가 갑자기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노숙 단식’에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양연희)
(사진=양연희)

28일 펜앤드마이크를 만난 이 씨는 “내가 단식을 시작한 이유는 우리들의 미래 때문”이라며 “지금 내가 침묵하면 언젠가는 경찰서에서 탈북민들을 잡아가 강제북송을 보낼 수도 있지 않은가. 지금 내가 탈북민들의 인권을 지키지 못하면 앞으로 우리 자식들이 개돼지 취급을 받으며 수모를 당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 8월에 발생한 고(故) 한성옥 김동진 모자 아사 사건으로 인해 다른 탈북민들과 광화문 추모 분향소에서 100여일을 지새웠다. 그러나 “야당 국회의원 몇 사람을 제외하면 여당 의원을 물론 관악구청, 통일부, 정부 관계자는 단 한명도 다녀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씨는 “설상가상으로 최근 탈북청년 2명이 강제북송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절박감과 불안감, 그리고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저도 북조선 입장에서 보면 죄인입니다. 조국을 등진 배신자요, 감옥에서 탈출해 남조선으로 도망 온 범법자입니다. 아마 대한민국에 온 대부분의 탈북민이 북한정권의 입장에서는 ‘범죄자’일 것입니다. 통일부 장관 김연철의 말대로 두 명의 탈북청년이 북한에서 죄를 지었기 때문에 북송되었다면, 저 역시 북송 대상입니다....”

이 씨는 “정부가 반(反) 탈북민 정책을 고수하면, 대한민국이 공산화되면 어차피 저를 비롯한 탈북민은 우선순위로 처형될 게 뻔하다”며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진데 공산화되기 전에 내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했다.

노숙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2010년 12월 두만강을 넘을 때 온 가족이 비닐 한 장으로 영하 30도의 추위를 견뎠다”며 “지금 이곳에는 핫팩도 있고 애국시민들이 옷과 침낭도 가져다준다. 따뜻한 봄날 캠핑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 씨는 “문재인 정권이 탈북민들 같은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그렇지만 탈북민 모자의 안타까운 죽음과 탈북청년 2명의 죽음, 거기에 나의 죽음까지 얹어서라도 우리 탈북민들의 인권과 자유를 찾고 싶은 것이 나의 심정”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쓰러지면 다른 탈북민들이 내 뒤를 이을 것”이라며 “절대로 이 길에서 물러서지 않겠다.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했다.

“자유는 거저 찾아오지 않습니다. 침묵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도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탄핵당하고 사회주의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데는 다수의 침묵도 역할을 했습니다.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으로 오다가 운명을 달리한 많은 탈북민들의 넋이 지금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자유대한민국이 어떻게 이뤄진 나라입니까. 두만강을 넘을 때 그 초심으로 대한민국에 감사합니다.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침묵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는 주변의 강권에 따라 어제(27일)부터 조금씩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 씨에게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고 한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