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삼성, 무노조경영 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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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11.28 09:51:01
  • 최종수정 2019.11.2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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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회장 "노조가 극성 부리면 기업도 안되고 나라도 안돼"
노조없는 삼성, 국내기업 중 가장 연봉 높고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하는 직장
중요한 것은 생산성...무조건적 급여 인상 요구 등은 기업과 노동자들 동반 추락시켜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

삼성전자에 노동조합이 생겼다. 지난 11월 16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조가 공식 출범했다. 청년 이병철이 대구에 삼 성상회 문을 연 것이 1938년이다. 그 후 줄곧 삼성은 무노조를 유지해왔는데 81년 만에 무노조 경영 원칙이 깨진 셈이다. 물론 삼성 그룹내에 자그마한 노조들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지만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 이번에 생긴 곳은 한국노총 산하 조직으로서 상당히 공세적인 활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무노조경영 원칙은 확고했다. 이병철 회장은 공산당과 함께 노동조합을 아주 싫어했던 것 같다. 이병철의 무노조경영 원칙이 처음으로 분명히 드러난 때는 1960년 6월 13일이었다. 전범성 소설가의 <실록기업소설 이병철>을 보면 그 날의 장면이 생생히 기록되어 있다. 소설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바탕으로 쓴 것이어서 사실로 받아들여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1985년에 나온 책인데 지금은 전자책으로 볼 수 있다. 

https://play.google.com/books/reader?id=o-bCBAAAQBAJ&hl=ko&printsec=frontcover&pg=GBS.PT2 

당시는 4.19 직후여서 온 나라가 민주화 열풍에 들떠 있었다. 당연히 노동조합 결정 움직임도 광풍처럼 몰아쳤다. 삼성의 제일모직도 예외가 아니었다. 외부세력과 연계해서 노조를 세우려는 파와 독자적 노조를 세우려는 파 사이에 갈등이 벌여졌고 급기야 공장 설비를 때려 부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회사측은 노동자협의회 결성으로 대응했지만 노조 세력화와 그들 간의 충돌을 막지 못했다. 이병철은 고민 끝에 강수로 대응했다. 공장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다음은 이병철의 발언이다. 

“세계적으로 노조 없이도 잘 발전하고 있는 회사는 많습니다. 미국의 모토로라 일본의 이데미쓰 같은 회사에는 노조가 없습니다. 노사가 서로 협조하여 생산성을 높여서 회사를 발전시키면 모두의 이익이 되는 것입니다. … 노조가 극성을 부리면 기업도 안되고 나라도 안됩니다. 차라리 공장 문을 닫는 쪽이 낫습니다. … 나는 무분별한 종업원들이 나가고 내 일터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종업원들만이 남아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까지 무기한 휴업할 것을 선언합니다.” 전범성, <실록기업소설 이병철 > 중에서. 

노동자들은 거칠게 반발했다. 하지만 이병철은 굽히지 않았다. 결국 노조 결성을 주도했던 사람들은 회사를 떠나고 8월 11일 공장은 다시 문을 열었다. 제일모직에는 노조 대신 <장미회>라는 이름의 노동자협의회가 만들어졌다. 

노동자가 노조를 만드는 이유는 사용자의 착취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이다. 단결하지 않으면 착취당한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노조 없는 삼성의 사용자는 직원들을 착취했는가. 오히려 그 반대임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에서 가장 연봉이 높은 곳 중 하나다.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하는 직장이 삼성전자다. 2018년 12월 잡코리아가 남녀대학생 및 휴학생 1190명 대상으로 취업 희망 기업을 조사했다. 취업희망 기업 1위가 삼성전자, 2위가 한전 3위 국민은행 순으로 나왔다. 삼성전자는 노조가 없어도 노동자가 가장 들어가고 싶어하는 기업이 되었다. 

노조가 기업의 성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경제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자. 두 편의 논문을 소개하고 싶다. 하나는 이제민-조준모 두 교수의 공저, <노동조합이 기업 이윤율에 미치는 영향의 장기적 추세>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남성일 교수의 <노동조합은 기업의 이윤율을 높이는가> 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두 논문 다 노동조합과 이윤율과의 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이윤율이 낮다는 것은 주가가 낮아지고 회사의 건강상태가 안 좋아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생산성이 낮아지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특히 주식소유가 분산되어 있는 상장 대기업들의 경우는 그렇다. 이제민-조준모 교수는 기업을 대기업과 비대기업으로 나눠서 분석했는데 외환위기 이후의 경우 대기업의 노조는 이윤율에 낮추는 효과가 강해졌다고 결론지었다. 남성일 교수는 노조가 없던 회사에 노조가 생기면 회사의 이윤율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삼성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이다. 노조가 만들어져서 회사의 생산성이 오른다면 노동자도 좋고 회사도 좋다. 그러나 노조가 회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 편한 것, 무조건적 급여 인상 같은 것만 추구한다면 기업과 노동자는 동반 추락을 면할 수 없다. 

현대차 노조는 아마도 회사에 해로운 노조의 대표격일 듯하다. 파업일수만 봐도 그렇다. 1987년 이후 파업 회수만 430회에 이른다고 한다. 현대차 체코공장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외국 노동자들 초청해서 연수를 시키면서 차마 울산공장은 못 보여주고 OEM 업체인 동희오토를 보여줄 정도라고 하다. 현대차 노조는 노조라기보다는 정치조직이 된 느낌이다. 

삼성은 노조가 없는 상태에서 세계 최고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노동자들도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그곳에 노조가 생겼다. 그들도 현대차 노조처럼 정치놀음에 빠져 파업이나 일삼는다면 애써 이룬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삼성과 노동자가 동반추락할 수 있다. 기왕 생겼으니 회사와 나라에 도움 되는 역할을 기대한다.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 (김정호의 경제TV 대표, 서강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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