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특위서 野 요청한 안건조정위 구성-90일 활동기한 무시, 중대한 법률적 하자" 법사위원장 공문도 묵살
文의장 측 "법사위 회부 이후 90일간 체계-자구심사 미완돼 본회의 부의로 간주"...안건조정위 관련입장 없어
文의장, 앞서 선거법 '11월27일 강제부의'와 함께 마무리 검찰장악법 '12월3일 부의' 의지 드러내

더불어민주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사진=연합뉴스)

제1야당을 배제하고 집권여당 등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 강행한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결국 27일 0시를 기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지난 4월30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지 212일 만이다.

여야 교섭단체간 무조건 합의를 전제하는 '선거 룰' 입법 관례를 사상 처음으로 깨고, 수문장 격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도 건너 뛴 채 본회의 표결 대상이 된 것이다. 선거법 개정안은 현행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을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으로 바꾸고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더불어민주당 등 4당 지도부의 야합으로 이 선거법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되는 과정에서 국회 내 물리력 충돌이 있었고, 그 후폭풍으로 정개특위가 활동기한인 6월 말까지 '개점 휴업'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활동기한을 넘겨 연장되는 등 8월29일 정개특위를 최종 통과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다.

'선거법 개정안은 법사위에서 한국당의 지연 작전 속에 전날까지 체계·자구 심사 기한 90일을 꽉 채웠으며 국회법에 따라 이날 0시에 본회의로 자동부의됐다'는 게 민주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 측을 비롯한 범여(汎與)권의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정개특위 의결이 있기 하루 전(8월28일) 당에서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신청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보장된 심사 기한이 남았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국회법에 따르면 안건조정위는 최장 90일의 범위 내에서 위원장 및 간사 간 합의를 통해 활동기한을 조정할 수 있다. 조정위 구성 의결 이튿날 선거법이 그대로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것을 두고 한국당은 '날치기'라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날(26일) 한국당 소속인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은 "선거법 개정안은 중대한 법률적 하자가 있다"며 본회의 부의를 연기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문희상 의장에게 보내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지난 8월 장제원 의원 등 한국당 소속 정개특위 위원들이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최대 90일 간의 활동기한이 보장된 안건조정위원회 회부요청을 했지만, 민주당 소속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이 90일간의 활동기한이 보장된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법안을 논의해야 함에도 김종민 민주당 의원으로 하여금 간사 위원들 간 합의도 없이 일방적 강행 처리를 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의원 등이 '법률안심의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2019헌라5)을 청구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27일 본회의에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부의해 처리할 경우 추후 법적 다툼은 물론, 효력까지 상실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국회법이 정한 심사기한이 경과됐기 때문에 법에 따라서 본회의에 자동부의된 것으로 국회의장은 이를 연기할 권한이 없다"며 "오늘 오전에 법사위원장실에도 선거법 자동부의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국회는 문 의장 직인을 찍어 법사위원장과 행정안전위원장 앞으로 보낸 통보문에서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019년 (8월29일 법사위에 회부된 이후) 11월26일까지 법사위에서 체계·자구심사가 완료되지 못했기에 국회법 제85조의2에 따라 2019년 11월27일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간주됐음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야당의 안건조정위 규정 준수요청에 대해선 직접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앞서 문 의장은 '여권발(發) 마무리 검찰장악' '중국-북한식 독재기구' 논란이 제기된 공수처 설치법 등 국회 사법개혁특위 소관의 이른바 검찰개혁법안들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오는 12월3일 본회의에 부의하겠다고 예고한 바도 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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