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 칼럼] 한국당, 공천혁신 못하면 차라리 해체하라
[강규형 칼럼] 한국당, 공천혁신 못하면 차라리 해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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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된 공천은 총선결과와 향후 의정활동에서의 전투력을 담보한다
대통합과 공천혁신을 동시에 이루는 것은 불가능. 둘 중 택하려면 공천쇄신을
한국적 상황에선 양측에서 상징성 있는 인물들을 공천배제하는 충격요법이 잘 통해
한국당은 공통가치를 공유하는 인재를 육성하고 기용해야 강해진다
우파 지식인그룹·시민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거기에서 인재등용을 하라.
강규형 객원 칼럼니스트

문재인 정권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를 막을 제일 좋은 방법은 2020년 총선에서 참패를 안기는 것이다.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정권의 전체주의적 폭정을 완화시킬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있어야 하며 이러한 선택을 이끌기 위한 자유한국당의 분발이 요구된다. 특히 공천쇄신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해야 하는 어려운 과업이 놓여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국당은 국민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는데 많이 미흡했다.

그런데 공천혁명과 당의 쇄신이라는 것이 말이 쉽지, 실제적으로 들어가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항간에는 한국당이 대통합과 공천혁명을 같이 이뤄내야 다음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두 개가 양립 불가이기 때문이다.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바른미래당의 유승민·이혜훈 의원, 우리공화당의 조원진·홍문종 의원 등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왜 그들은 포용하면서 우리는 잘라내려 하느냐?”는 당내 반발을 사게 돼 있다. 그 결과 “너도 살고 나도 살자”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 되고 공천혁신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역으로 공천혁명을 하면 대통합은 어려워진다. 대통합 명분으로 받은 사람들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은 적정한 타협점을 찾아야겠지만 결국 차기 총선의 성패는 공천혁신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있기에, 그쪽으로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다. 혁신을 통한 분위기 장악 없이는 총선에서 선전하기 힘들다.

꼭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지만, 한국적 상황에선 상징성 있는 인물들을 공천배제하는 충격요법이 잘 통해왔다. 이미 기억이 희미해진 일이겠지만 “물태우”라 불리던 노태우 정권도 사무총장을 지낸 두 실세인 군 동료 출신의 권익현, 권정달 의원을 공천 탈락시키는 충격요법을 썼다. 이회창 총재는 당의 상징적 인물인 허주 김윤환 의원을 탈락시키면서 충격파를 가져왔다. 고만고만한 의원들을 많이 배제하는 것보다 거물들을 몇 명 배제하는 충격요법이 그동안 더 큰 효과를 가져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당에선 국정 난맥을 가져오는데 일조한 친박계 의원 몇 명,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탄핵 찬성에 앞장서 날뛴 소위 찬탄파 의원 몇 명을 전격 배제하는 것이 제일 좋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아울러 별 눈에 띄는 활동이 없었던 고령·다선 의원들도 배제하고, 초재선의원 중에도 의정활동과 전투력이 떨어지는 의원들을 과감히 배제해야 한다. 물론 이러저러한 윤리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 배제는 당연한 일이다.

이들을 대체할 젊고 새로운 얼굴을 찾아야 하는데, 문제는 이것이 마치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거보다 더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얼굴을 찾긴 쉬우나 능력 있는 새 얼굴을 찾아내기가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요번에 한국당의 소위 청년 인재 영입에서 드러났듯이 새 인물이 오히려 더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능력 있는 젊고 새로운 얼굴을 찾아낸다는 힘든 과업을 이루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할 때이다.

두 번째로 한국당은 공통가치를 공유하는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현직 국회의원·당협위원장들과 당료들의 가치이념 재교육을 통해서 지리멸렬한 전투력을 높이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필자는 근래 한 비공개토론에서 유명 법학자께서 “공천 희망자들에게 공통된 시험을 치러 패스한 사람에게만 공천신청 자격을 주자”고 말씀하는 것을 들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지한 제의였다. 여기서 시험은 수학능력 시험같은 것이 아니라 당이 지향하는 가치와 이념에 대한 기본적인 테스트를 하자는 것이다. 그 가치이념이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우파이념,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국제관계 등에 관한 것이다. 오죽하면 이런 아이디어를 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테스트가 실제로 있다면 한국당 내의 현역의원, 당협위원장, 당료들 중 얼마나 시험을 통과할 것인가. 아마 합격률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알아야 면장을 해먹는” 법인데 몰라도 국회의원을 했으니 그 결과는 처참했던 것이다. 당료들의 전문성과 전투력 부족도 마찬가지다.

정당은 가치공동체로서 존속해야 응집력과 지속력이 생긴다. 그러나 한국당을 위시한 역대 한국의 우파정당들은 이러한 가치공동체가 아니었기에 전투력이 약했다. 현 집권당을 위시한 좌파정당들은 비록 잘못된 가치라 하더라도 그들 사이에 가치공유가 잘 돼 있기에 응집력과 전투력에서 끈적끈적한 강함을 보여 왔다. 그에 비교해 한국당 등 우파정당들은 솔직히 말해 “당선과 재선을 위한 동호인 클럽”의 수준을 넘지 못했다. 일단 가치이념적 훈련이 된 사람들을 국회의원 후보나 당료로 리크루트해야 한다. 그리고 며칠 전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박인환 변호사(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가 발제에서 잘 지적했듯이 의원·당료를 포함한 당원들의 재교육을 의무화해서 이러한 단점들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한국당의 연수원에서 이 기능을 대폭 강화하지 않으면 계속 전투력과 응집력 미비의 문제는 존재할 것이다.

물론 지역구 현장에 가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념가치적 능력이 강한 사람보다 오히려 지역구 관리를 잘하는 지방유지 형이 더 당선 가능성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관리를 잘하는 이념가치형 인물이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그리 많지 않은 게 실상이다. 물론 당선가능성이 중요한 기준임은 확실하다. 그러나 지역구 공천에서도 같은 값이면 당의 기본가치를 체득한 사람을 공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즉 이념성과 당선 가능성 사이에서 적절한 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비례대표는 완전히 전투형 인물로 배치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동안 있어왔던 명망가, 기계적 지역·직능 배분, 계파배분, 연줄 중심의 공천은 이제 그만하고, 철저히 전투력과 전문성 위주의 공천체제로 탈바꿈해야 한다, 좌파정당은 언제나 그래왔다. 한국의 우파정당은 비례대표 선정에 있어서 오히려 당의 정체성과는 판이하게 다른 사람들이나 과거 배신·이적행위를 했던 사람들을 마구 공천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인물 데이터베이스가 없으니 누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깜깜이 공천”이 됐던 것이다. 비례대표는 자리 나눠주는 곳이 결코 아니고 지역구의 미비함을 보완하는 기능으로서 작용해야 한다. 전투력이란 단지 물리적인 싸움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의정활동을 잘 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바탕으로 투철한 가치관을 갖고 전투에 임할 수 있는 능력을 얘기한다.

정당과 그 정당을 지지하는 지식인그룹·시민사회와의 관계는 모택동의 비유를 써서 표현하자면 “물고기와 물”과 같은 사이여야 한다. 그만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좌파정당은 이 철칙을 잘 지켜왔지만, 불행히도 한국당과 여타 우파정당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그러기에 한국당은 유기적이지 못하고 오히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물고기와 같은 존재였다. 우파 지식인사회와 시민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그들로부터 계속 자극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귀찮은 존재 혹은 행사에 악세사리로 이용하는 존재로 생각해온 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우파 지식인사회와 우파시민사회는 한국당에게 마르지 않는 인적·정신적·정책적 자원을 제공하는 원천 역할을 해야 한다. 거기서 훈련되고 검증된 사람들이 계속 우파정당의 인적 보급창고가 되는 게 이상적인 구조일 것이다.

특정 인물을 거론해서 조금 그렇지만, 저번 비례대표에서 선출된 국회의원들 중 김종석·전희경 의원이 발군의 전문성과 전투력을 보인 것은 그들이 20여 년간 우파지식인/시민사회의 최전선에서 싸워온 내공이 있기 때문이다. 전투력은 하루아침에 고스톱 치면서 생기는 게 아니다. 그런데 어디서 뭘 했는지도 모르고 우파 지식인·시민사회와는 전혀 무관하게 “띵까라 띵까라” 살다가 어느 날 무슨 줄을 잡고 비례대표나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은 전혀 의정활동과 전투를 할 지식과 능력을 결여한 경우가 많다. 우파사회에서 활동하고 훈련된 인사들을 많이 등용시키는 것이 한국당의 약점을 보강할 좋은 방책일 것이다.

더더군다나 한국당의 1급 국장이 공개적인 소셜미디어에서 우파지식인/시민사회에 대해 “영양가 없는 한국당 세미나에 불러줬더니 지들이 뭐나 된 것처럼 착각들 쩔어요. ... 지들이 잘했으면 나라가 이 모양이 됐겠어? ... 역겨운 꼰대들”이라는 망언(사실은 오랫동안 해왔던 실제 생각)을 남발하고, 여기에 대해 강한 항의와 진정서들이 들어갔는데도 당에서 무려 3개월 동안 이 일을 방치하고 그냥 덮으려 한 것은 어떤 기준을 놓고 봐도 한심한 처사였으며, 무슨 변명으로도 용서될 수 없는 죄악이었다. 자기들 주관 세미나를 영양가 없다고 자인한 것도 우습지만, 그동안 한국당이 얼마나 우파 사회를 경시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 결국 중징계지만 솜방망이 처벌인 감봉 6개월로 결론 났지만, 이 건이 역사상 당료에 대한 첫 징계였다는 것이 밝혀지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의 징계받아 마땅한 행위들도 진짜 징계가 아닌 “징계성 문책”으로 대충 넘어갔다는 것은 당의 기강이 서 있지 않다는 방증이고, 한국당의 고질적 우파사회에 대한 무감각/무신경을 보여준 예였다. 물론 특이한 고위당료의 상습적인 기행과 극단적 언행으로 치부하려는 변명들이 있었다. 일리가 없지는 않으나 분명히 한국당에는 이런 경시 태도가 항상 존재했고 이것은 앞으로 뼈를 깎는 노력으로 극복해야 할 악습이기도 하다.

아울러 몇 가지 부수적인 요소들을 언급하자면, “3선이상 국회의원들 전원 공천배제”와 같은 방식은 듣기에 화끈해 보이고 충격요법으로는 좋겠지만, 여러 실제적인 문제들을 야기할 것이다. 다음 국회가 구성될 때 다선 의원이 전혀 없다면 국회의장·부의장, 상임위원장을 맡는 인사가 하나도 없게 된다. 당에는 경륜을 가진 다선 의원이 꼭 존재해야 한다. 단순히 당선 횟수가 기준이 되면 안 된다. 물론 다선 의원들 물갈이 폭이 커야 하지만, 다선 의원이라도 그동안 의정활동이 훌륭하고 전투력이 강한 사람은 필히 국회에 남겨야 한다. 오히려 초재선의원이나 당선경력이 없는 당협위원장 중에도 좋은 의정활동을 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과감히 배제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당선이 쉬운 지역에서 당선된 사람들과 당선이 극히 어려운 험지에서 당선된 사람들의 공로에 차등을 둬야 한다. 험지에서 당선된 의원들은 그만큼 힘든 지역구관리와 선거운동을 이겨낸 능력을 보여준 사람들이니 공천에서 당연히 우대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비례대표 의원들 중에서 출중한 능력과 전투력을 보인 사람은 비례대표 재공천을 주는 것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비례대표 재선이 법적으로 금지된 것도 아니고, 과거 비례대표 2-3번 연속 당선의 선례도 있다. 의정활동의 우수성을 기준 삼아 필요한 경우 과감한 비례대표 재공천도 극소수이나마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0총선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선거이다. 한국당은 어려운 상황에서 선전하기 위해서 과감한 공천혁신과 적재적소에 적임자들을 기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 그걸 못해낸다면 당이 해체되고 새로 시작하는 게 낫다.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 유권자들은 이름이라도 새로운 당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추다 보니 이제는 새 당명으로 쓸 이름조차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태의연한 공천은 당이 망하는 지름길이다. 잘 된 공천은 선거결과와 향후 의정활동에서 좋은 결과를 낳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강규형 객원 칼럼니스트 (명지대 교수,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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