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리거 중사, 2017년 이라크에서 전투 임무 수행 중 민간인 사살 등으로 피소
트럼프 美 대통령, “갤리거 유죄 판결 시 직권 사면할 것”...군 내부 징계 결정에 전례 없는 직접 개입
“규율 준수와 기강 확립 원칙 공유 못 하는 상관과 일 같이 못 해”...스펜서 美 해군장관, 트럼프에 사직서 제출

리처드 스펜서 해군성 장관.(사진=연합뉴스)

미국 해군 특수부대(네이비실) 소속 에드워드 갤리거 중사의 신병 처리 처리를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리처드 스펜서 해군성 장관 사이의 심각한 의견 대립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스펜서 장관에게 ‘해고’ 통지를 보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에 대해 스펜서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사직서에서 ‘규율 준수’를 강조하며 ‘헌법 수호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갤러거 중사는 이라크에서 전투 임무 수행 중 전쟁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미국 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스펜서의 해군 운영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그를) 경질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 역시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스펜서 장관이 지휘 계통을 무시하고 백악관과 뒷거래를 시도했다”며 “에스퍼 국방장관은 스펜서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판단해 사임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스펜서 장관은 ‘군 기강’의 중요성 강조로 맞섰다. “날 임명한 군 통수권자는 규율 준수와 기강 확립이라는 나의 원칙을 공유하고 있지 못 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 앞으로 자식서를 보내는 사직서에서 “나는 양심상 미국 헌법을 지지하고 수호하기 위해 내 가족과 국기(國旗), 신념 앞에서 한 신성한 맹세를 어기는 명령에 복종할 수 없다”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서 스펜서 장관은 “질서정연함과 규율은 우리(미국)가 외국의 압제(壓制)에 대항해 몇 번이고 승리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적과 다른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안정된 미래 국방을 위해 (그와) 비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해군장관을 임명할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이유로 나는 우리가 함께 한 업적에 대한 자부심과 미국 해군 및 해병이 앞으로도 계속 최고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나의 임기 만료를 받아들인다”는 말로 사직서를 마무리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갤리거 중사는 지난 2017년 이라크에서 복무하던 가운데 민간인을 사살한 데 이어 이슬람국가(IS) 비무장 소년병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그 시신의 머리채를 잡고 ‘인증 사진’을 찍은 혐의로 미군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다.

재판은 애초부터 갤리거 중사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전통적으로 군에 우호적인 공화당이었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갤리거 중사를 옹호하고 나서며 그에게 변호사까지 붙여줬다. 트럼프 대통령 은또 “갤리거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대통령 직권으로 사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서는 등 갤리거 중사의 재판을 미국 보수층 결집의 계기로 삼기도 했다.

또한 당초 “갤리거 중사가 IS 소년병을 칼로 찌르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던 증인은 “갤리거가 아니라 내가 목 졸라 죽인 것”이라며 말을 바꾸었다. 이에 재판 중 자신의 범죄에 대해 증언하더라도 면책 특권에 따라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증언 바꾸기라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재판은 갤리거 중사가 ‘4개월 구금형’과 ‘하사 강등 처분’을 받는 것으로 지난 7월 결론이 났다. 갤리거의 살인 혐의는 ‘무죄’. 다만 시신과 함께 사진을 찍은 혐의만 ‘유죄’로 인정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직권으로 갤러거 중사에게 내려진 ‘강등 처분’을 취소하겠다고 나섰다. 미국에서 이제껏 대통령이 직접 개입해 군 내부의 징계 결정을 뒤집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미군 수뇌부는 발칵 뒤집혔다. 스펜서 장관이 나서서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과 태도에 강력히 반발했다.

미군 네이비실의 휘장.(이미지=구글 이미지 검색)

이후 스펜서 장관은 갤리거 중사가 네이비실 소속은 유지하되 현 직책에서는 물러나는 방안을 절충안으로 백악관 측에 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스펜서 장관이 직속 상관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을 거치지 않은 의사 결정을 내리려 했다며 대노(大怒)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해군은 갤리거에게서 삼지창핀(네이비실의 상징)을 빼앗지 않을 것”이라며 “이 사건은 처음부터 매우 잘못 처리됐다”고 썼다. 이를 받은 미국 국방부 스펜서 장관이 백악관 측에 ‘비밀 제안’을 했다며 군령(軍令)을 어겼다는 점을 들어 스펜서 장관에게 사표 제출을 종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군 경험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법을 이해하지 못 한다는 증거”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CNN 역시 “주둔(駐屯) 동맹국들이 미군을 신뢰하는 이유는 음주운전이나 단순폭행과 같은 사소한 범죄도 엄격하게 처벌하기 때문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조처로) 그 이미지가 훼손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갤러거 중사는 극악무도한 성격과 불필요한 폭력으로 평소 동료들로부터 ‘칼날’(blade), ‘해적’(pirate)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거 중사는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 당신이야말로 군과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리더다”라는 감사 편지를 썼다. 그는 오는 30일 네이비실 중사 지위를 유지한 채 퇴역할 예정이다.

미국 해군성은 육군성 및 공군성과 함께 미국 국방부 소속으로서 미 해군과 해병대를 지휘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스펜서 장관의 후임으로는 케네스 브레이드웨이트 주노르웨이 대사가 스펜서 장관의 사직 직후 임명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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