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소음 민원' 핑계로 위헌판결난 '야간집회 통제' 탄압 기도..."전두환 5공 때도 이러진 않았다"
백승재 변호사 "집회 검열은 위헌, 종교탄압" 비판..."정당한 집회 해산 강행시 채증하시라"
경찰 "종로경찰서장 명을 받았다" 예배-집회 끝나고도 근거없는 경고방송 반복해 공포감 유발
깅제해산 강행할 경우 '종교활동 탄압' 등 심각한 후유증 확산될 듯

11월25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철야농성 철거작전을 예고한 경찰과 대치 중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측 집회 참여자들 중 일부가 현장 경찰에 강력히 항의하는 모습.(사진=박순종 기자)

지난 '조국(曺國) 사태'를 전후해 정권 청와대 인근에서 반(反)정부 철야노숙-천막농성을 이어온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등 기독교계 주도의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에 대해 경찰이 25일 집회 강제해산 및 천막 등 강제철거에 돌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까지 자유한국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이 참여한 청와대 앞 철야노숙 농성은 54일째, 이보다 앞선 한기총 천막농성은 169일째 벌어져왔으나, 경찰은 뒤늦게 '소음 민원'을 핑계로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야간집회 통제' 강행에 나선 것이다. 경고방송이 누적되면서 현장 집회참여자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5공 군사정권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는 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월25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철야농성 철거작전을 예고한 경찰과 대치 중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측 집회 참여자들.(사진=유튜브 펜앤드마이크TV 생중계 캡처)
청와대 인근에서 문재인 정권 퇴진 철야노숙농성을 두달 가까이 이어온 기독교인들은 '청와대 광야교회'를 자임하기도 했다.(사진=박순종 기자)

당일 오전 10시 경찰이 범투본 등 청와대 앞 장기 집회를 하고 있는 두 단체에 대해 '오후 6시~오전 9시 집회 제한' 통고를 했다고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전한 지 한나절도 되지 않아, 마치 '군사작전 하듯'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 인근에 수십개 소대 규모의 경찰력이 집결했다.

범투본과 경찰 양측은 당초 강제철거 집행 여부나 방식을 놓고 일단 협상에 나섰으나,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뒤이어 이날 오후 8시10분 무렵부터 "종로경찰서장 명을 받았다"는 종로서 경비과장이 집회 강제해산을 경고했고, 15분쯤 경과할 때마다 2차, 3차, 오후 9시쯤 4차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경찰은 집회 참여자 1인당 4명씩 붙어 완력으로 퇴거시킨다는 방침이다. 범투본 측 공식 집회 및 예배 일정이 끝난 뒤에도 오후 9시30분쯤 경찰이 경고방송을 하자 법적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성도들의 불안이 한층 가중됐다는 전언이다.

11월25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철야농성 철거작전을 예고한 경찰이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측 집회 참여자들에게 경고방송을 내보내는 모습.(사진=박순종 기자)
11월25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철야농성 철거작전을 예고한 경찰이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측 집회 참여자들에게 경고방송을 내보내는 모습.(사진=박순종 기자)

경찰 주장에 따르면 앞서 철야 농성장 주변인 서울 종로구 청운동과 효자동 주민들과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은 지난 19일~21일 경찰에 "집회 소음과 교통 불편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집회를 금지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서울맹학교는 청와대 사랑채에서 약 500m 떨어져 있다.

경찰 측이 강제해산 근거로 든 법률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다. 집시법 제8조 5항에 따르면 주거·학교·군사시설으로 집회나 시위로 재산 또는 시설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을 때 거주자나 관리자가 시설이나 장소의 보호를 요청하면 집회나 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

앞서 헌재가 2009년 '일몰 후~일출 전'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경찰이 '조건부로 허용'할 수 있게 한 집시법 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야간집회가 허용됐지 않느냐는 취지의 지적에 이용표 청장은 이날 "이번에 제한통고를 한 것은 집시법 8조 5항"이라고 우회 답변을 내놨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의 신당 창당에 합류키로 한 백승재 변호사(행동하는자유시민 공동대표, 가운데)가 11월25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등 철야농성 인원들을 강제퇴거시키려고 대기 중인 경찰을 향해 자유한국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이 동참 중인 '정당 집회'임을 선언하며 항의하고 있다.(사진=안덕관 기자)
(사진=유튜브 김문수TV 생중계 캡처)
이언주 무소속 의원의 신당 창당에 합류키로 한 백승재 변호사(행동하는자유시민 공동대표)가 11월25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등 철야농성 인원들을 강제퇴거시키려고 대기 중인 경찰을 향해 자유한국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이 동참 중인 '정당 집회'임을 선언하며 항의하고 있다.(사진=유튜브 김문수TV 생중계 캡처)

이에 대해 범투본 측에서는 "집회와 기독교인들의 기도회 자체를 소음 취급한 것", "소음 민원으로 모든 집회를 막을 수 있다면 집시법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행동하는자유시민 공동대표인 백승재 변호사는 경찰의 현재 행태를 '집회 검열'이자 '종교 탄압'으로 규정하고, 집회 참여자 강제퇴거-현장 강제철거를 강행한다면 위법-위헌의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집회 참여자들에게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정당한 집회를 해왔으므로 경찰의 강제해산 시도를 적극 '채증'하라고 당부했다.

한기호 안덕관 박순종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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