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오전 9시 집회 금지하는 '제한 통고'..."천막 등 치웠다가 다시 설치하라" 황당 요구까지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사진=연합뉴스)

경찰이 청와대 인근에서 장기간 진행되고 있는 민노총 산하 톨게이트 노조와 반문(反문재인) 우파단체의 철야 농성 시간을 25일 제한한 뒤, 강제 철거조치 준비를 위해 대규모 경찰 인력을 투입했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서울 내자동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오전 10시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 노조와 범투본(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등 장기 집회를 하고 있는 두 단체에 대해 오후 6시부터 다음날(26일) 오전 9시까지 집회를 하지 말라고 제한통고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집회 단체의 제한 통고 준수 여부에 따라 강제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두 단체는 즉각 통고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집회 제한 시간대인 이날 오후 6시부터는 경찰력 수십개 소대가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 집결하면서 범투본 농성장 철거에 즉각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저녁 범투본 측에서는 철야농성에 생길 지장을 우려해 대책을 논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투본을 이끄는 전광훈 목사는 '계속해서 문재인 정권과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정부 및 경찰 측이 집회 주최측과의 협상을 통해 즉각 강제철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 있었으나, 결국 경찰은 주최측에 경고방송까지 내보내면서 강제철거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경찰 주장에 따르면 앞서 철야 농성장 주변인 서울 종로구 청운동과 효자동 주민들과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은 지난 19일~21일 경찰에 "집회 소음과 교통 불편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집회를 금지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서울맹학교는 청와대 사랑채에서 약 500m 떨어져 있다.

경찰이 강제조치를 예고한 근거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다. 집시법 제8조 5항에 따르면 주거·학교·군사시설으로 집회나 시위로 재산 또는 시설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을 때 거주자나 관리자가 시설이나 장소의 보호를 요청하면 집회나 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

경찰이 집회 시간을 제한하면서 두 단체는 집회 제한 시간에는 천막 등을 모두 철수해야 하게 됐다. 이를 두고 경찰 관계자는 "집회를 낮에만 진행하려면 집회 천막 등을 치웠다가 다시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분이 된 '소음 민원'과는 개연성이 떨어지고 주최측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헌법재판소가 2009년 '일몰 후~일출 전'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경찰이 조건부로 허용할 수 있게 한 집시법 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야간집회가 허용됐지 않느냐는 지적에 이용표 청장은 "이번에 제한통고를 한 것은 집시법 8조 5항"이라고 우회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서울 종로경찰서는 앞서 이날 오전 8시쯤 청와대 인근 농성 중 경찰과 충돌하면서 폭력을 행사한 톨게이트 조합원과 노조 간부 등 4명을 체포했다.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과 노조 관계자가 경찰에 연행된 것은 이번에 3번째다. 경찰은 전날(24일) 오후 8시10분쯤에도 청와대 인근 범투본 농성장에서 취재진을 폭행한 혐의로 이 단체 소속 40대, 50대 남성 2명을 체포했다.

한기호 안덕관 박순종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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