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 문자 공개한 김도읍 대표비서실장 "文대통령 뜻인지 확인시켜달라" 맞서
黃대표 기거 천막 완성돼 "자유대한민국 수호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현수막 걸려
靑, 오후 중 관광공사 포함 관계자 7~8명 몰려가 "철거 않으면 행정대집행" 압박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11월25일 오후 취재진에게 보여준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 문자.(사진=김도읍 의원 제공) 

자유한국당이 '망국(亡國)정치 분쇄' 청와대 앞 노숙 단식투쟁을 엿새째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당대표를 위해 25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 정식 천막을 추가로 설치하자마자, 청와대가 '철거해달라'고 문자로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당 측은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맞는지 직접 확인해야겠다'는 취지로 맞선 채 새 천막에서의 단식투쟁을 유지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 비서실장인 김도읍 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이날 오후 김도읍 의원에게 문자를 보내 "분수대 광장이 천막 설치가 불가한 지역"이라는 원론적 입장과 함께 "경찰을 비롯해 실무자들도 고충이 크니 자진 철거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요청했다.

김광진 비서관은 "황 대표님의 힘든 상황과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 그곳에서 오랜 기간 집회를 이어오시던 분들과의 (천막 설치여부 등) 형평성 문제와 규정상의 문제가 있다"고 했다.

사진=자유한국당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 영상 캡처

김 의원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해당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면서 "제1야당 대표가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하는데 거기에 대한 화답은 없고, 대표가 바람막이로 사용하는 천막을 철거하라는 것이 과연 문재인 대통령의 뜻인지 묻고 싶다"고 반발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것이 문 대통령의 뜻인지 묻는다. 그렇다면 저희에게 확인시켜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처음부터 (청와대가) 천막 치는 걸 방해했고 그런 상황에서 저희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비닐로 바람을 막고 영하의 추운 날씨를 견뎌왔다"며 "그런데 비서실장 입장에서 도저히 목숨을 건 투쟁을 하는 대표가 칼바람을 그대로 맞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서 오늘 천막을 다시 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일 단식을 시작한 황 대표는 이틀간 낮에는 청와대 앞에서 농성하고, 밤에는 국회 앞에 설치한 텐트에서 잠을 청했다. 22일부터는 청와대 앞을 떠나지 않고 초록색 원터치 텐트에서 지내다가 전날부터 파란색 천과 비닐로 덮은 1평 남짓 간이 천막을 짓고 기거했다. 이후 비바람에 임시 천막이 쓰러지자 한국당은 이날 흰색 몽골 텐트를 설치해 황 대표의 거처를 옮겼고, 저녁 무렵 "자유대한민국 수호 국민여러분 도와주십시오"라고 적힌 현수막 등을 내걸어 천막을 완성했다.

한편 복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청와대와 한국관광공사 관계자 7~8명이 이날 오후 단식장을 찾아 황 대표 측에게 "국유지인 청와대 사랑채에서 천막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강제철거)을 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국유지인 청와대 사랑채 앞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관광공사가 관리·운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인터넷판에 따르면 청와대와 관광공사 양측 관계자들 모두 황 대표 천막에 인원을 보낸 사실을 인정했다. 이 신문은 "관광공사가 청와대 사랑채 인근의 시위나, 농성에 개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나 1야당 대표가 단식 농성 중인 천막의 철거를 요청한 것이라 자칫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며 "관광공사의 독단적 판단이라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청와대 관계자는 '사전에 문체부, 관광공사와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답했고, 관광공사 관계자도 "우리 공사뿐 아니라 문체부 등 다른 기관도 관련된 문제"라며 곤혹스러워 했다고 보도했다. 황 대표는 단식장 강제철거에도 물러설 생각이 조금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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