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지소미아 파기 위협으로 ‘동맹’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 약화시켜”
“미국 정부는 특히 한국에 간청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 원치 않아”
韓日,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 후 연일 설전

미국의 전직 고위관리들은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중단 유예 결정으로 최악의 파국은 피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요소가 많다며 “지소미아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위협은 동맹으로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 약화를 포함해 이미 한미관계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리처스 롤리스 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은 2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한국정부의 지소미아 중단 유예 결정을 긍정적 조치로 평가한다면서도 “지소미아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면서 ‘일본의 긍정적 행동’이라는 모호한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에 본질적인 갈등 요소는 그대로 남아있다는 분석이었다.

또한 일본 정부 역시 수출 규제와 지소미아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양측의 다른 셈법을 면밀히 지켜보며 유연한 대응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롤리스 전 차관보는 VOA에 “미국 정부는 특히 한국에 간청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한국과 일본은 모두 성숙한 국가이며 국가방위와 안보가 걸린 사안이기 때문에 양국은 옳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VOA에 “미국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만약 미국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아 문제가 통제불능이 되어 버리면 상황이 악화돼 강한 동맹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미국의 국가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에 “한국정보의 지소미아 철회 중단 결정은 현명하고, 신중했으며, 필요했다”고 말했다. 리비어 전 차관보는 “(한국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위협은 동맹으로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 약화를 포함해 이미 한미관계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고위관리들의 광범위한 조언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정부의 태도는 워싱턴 내 여론을 악화시켰고, 새로 통과한 상원 결의도 한국의 지소미아 철회 결정에 대한 의회의 강한 반발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만약 한국정부가 지소미아 중단을 결정했다면 한미동맹의 손상은 더욱 심화됐을 것”이라고 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한국과 일본에 관여한 미국의 역할이 이번 결정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지속적으로 관여하면서 양측이 도움이 되지 않는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권장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의 상황은 한일 양국 모두에게 관계를 안정화하고 입장 차를 해소하는 진정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를 지낸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미국대사는 VOA에 “한일 간 입장차를 완벽하게 해소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양국 정부가 이번에 새로운 기회를 바탕으로 타협점을 찾고 안보와 다른 양자 문제를 분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또한 “미국 역시 한일 동맹에 지나치고 비이성적인 방위비 분담금 요구 입장을 철회하는 방식으로 화답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한일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의 배경에 대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4일 아베 신조 총리가 한국정부의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정 직후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며 “미국이 매우 강해서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전달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가 “거의 이쪽(일본)의 퍼펙트게임”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유도한 국민소통수석 등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리는 부산에서 24일 브리핑을 통해 “일본 측의 몇 가지 행동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3개 수출규제 폼목에 대해 앞으로도 개별 허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했는데 한일 간 사전 조율과 완전히 다르다”며 “만약 이런 협상이라면 (지소미아 연장) 합의를 할 수 없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앞으로 이런 식의 행동이 반복된다면 한일간 협상 진정에 큰 어려움이 있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일본에서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 ‘일본 외교의 승리’ ‘퍼펙트 게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데 대해 “사자성어로 ‘견강부회’,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을 자기 식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You try me(나를 시험하라)’라는 말을 일본에 하고 싶다”며 “영어로 ‘try me’는 어느 한쪽이 터무니없이 주장하면서 상대방을 계속 자극할 경우, 계속 그렇게 하면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모른다는 경고성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지소미아 연장은 모두 조건부이고 잠정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는 일본 언론이 전한 아베 총리의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면 “과연 양심을 갖고 할 수 있는 말인지 되물어 보지 않을 수 없다”고 강경 비난했다. 이어 “일본 경산성(경제산업성)의 부풀린 발표 내용에 대해서는 분명한 사과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24일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정부에 사과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25일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히지만, 우리 측은 일본에 항의했고 일본 측은 사과했다”며 재차 반박했다.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정 실장의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 누구도 우리 측에 ‘사실과 다르다’라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고 얘기하지 않는다”며 “일본 측이 사과한 적이 없다면 공식 루트를 통해 항의해 올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요미우리신문의 보도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사실(일본이 사과했다는 사실)이 없었다'는 요미우리신문의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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