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韓이 美日 압박에 굴복해 지소미아 유예했다는 日의 ‘퍼펙트게임’ 주장은 견강부회”
日언론이 제기한 주한미군 감축...“거론된 바 없고 지소미아가 韓美동맹 흔들 만큼 중요한 것 아냐”
윤도한, 韓日 양측 입장 반영한 국내 언론 편파적이라며 “논리도 없고 근거도 없다” 비난
지소미아 종료 유예가 “우리가 원칙을 지키며 일본과 협상한 결과”라며 근거 없는 자평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김현종 2차장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 참석해 있다./연합뉴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김현종 2차장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 참석해 있다./연합뉴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한국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조건부 종료 유예 결정과 관련해 일본 측이 ‘퍼펙트 게임’이라며 자축하는 분위기에 25일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정 실장은 이날 오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될 부산 벡스코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본 측 주장대로라면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양국의 합의 발표 이후 일본 측이 보인 몇 가지 행동에는 깊은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런 행동이 다시 나온다면 한일 협상 진전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청와대는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 시한을 6시간 앞두고 한일간 수출관리정책에 관해 협의하는 동안 지소미아 종료 효력을 유예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제소 절차를 정지시키는 조건부 연장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이 지난 7월 대(對)한국 수출 절차를 엄격화해 개별 심사에 나선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재검토를 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양국 협상 과정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유예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중지하기로 물러서 무역규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국장급 대화에 응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관한 개별 심사는 유지된다는 것이다. 또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소미아 종료 유예 발표 직후 측근들에게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며 “미국이 지소미아 유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일본도 이런 미국을 지원하자 한국 측이 굴복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겼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 실장은 “한국 정부가 일본과 미국의 압박에 굴복했고 일본이 외교적으로 승리한 퍼펙트게임이란 주장은 견강부회”라면서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을 자기 식으로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오히려 우리가 (지난 8월) 지소미아 종료라는 어려운 결정을 하고 나자 일본이 우리 측에 접근해오면서 협상이 시작됐다"며 "문 대통령의 원칙과 포용 외교가 판정승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또한 지소미아 종료 유예는 양국간의 최종합의가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계속 청와대를 자극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면서 “유 트라이 미(You try me)라는 말을 일본에 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일본이 한국과 22일 오후 6시 같은 시각에 각국의 성명을 발표한다는 약속을 어기고 한국보다 7~8분쯤 늦게 발표한 점, 그리고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가 관련 사안을 일본 언론에 흘려 발표 시점보다 이른 시각에 합의 내용 일부가 공개된 점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보도한 지소미아 종료 시 주한미군 감축설에 “한미간 일체 거론된 바 없다”며 “지난 70년간 막대한 투자가 있었고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도 동맹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지소미아가 한미동맹의 근간을 훼손할 정도의 주요 사안이 아니며 미국도 그렇게 이해할 것이라는 추측을 부연했다.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왼쪽)과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10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왼쪽)과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10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정 실장의 발언 이후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벡스코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소미아 종료 유예에 대한 국내 언론 보도 내용을 “논리도 없고 근거도 없다”고 비난했다. 또한 “한일 간 충돌과 마찰이 있을 때마다 일본 측 시각으로 일본의 입장을 전달하는 국내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한일 양측의 입장을 반영해 교차 검증에 나선 국내 언론을 “비합리적인 비난보도”라고 강변했다.

윤 수석은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를 하자, 한국이 곧 망할 것이라는 취지의 보도가 홍수를 이뤘고,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하자 안보가 곧 붕괴될 것이라는 보도가 난무했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원칙을 지키며 일본과 협상한 결과가 나왔다”며 근거 없는 자평을 내렸다.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쓰지 않았다면 일본이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계속 지속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어 일본 경제산업성 등의 발표를 근거로 지소미아가 유지돼도 수출규제는 완화되지 않는 게 아니냐고 의문을 표하는 언론 보도에 “일본 언론의 그런 주장과 보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보도가 사실은 아니다. 내용이 허위이면 허위 보도”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일부 언론이)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제목으로 뽑아서 보도하고 있다”며 “(모두) 일본 측 주장에 불과하며 국민이 오독할 수 있다”고 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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