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22일 靑발표 전후 불과 7시간 격차로 "지소미아 필수불가결 아냐"→"국민 안보불안 해소"
이해식 與대변인 공식논평 "文대통령의 원칙있는 외교 승리"...실상 日수출규제 불변 등 변화 없어
고민정 靑대변인, 불과 일주일 전 "무작정 종료 번복하면 당시 결정 신중치 않았단 것" 공언
정의용 靑안보실장도 10월말 국감서 "日 조치 보면 절대 연장할 수 없다" 목소리 높인 바 있어
靑김현종 2차장, 8월 당시 "美에 韓日관계 도와달라면 '글로벌 호구' 돼"...11월초 외교부 공식 중재요청
靑 유예결정 발표후 野 "국민들의 승리" "연장 환영" "불가피성 이해"...정의당만 "종료했어야"

문재인 정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포괄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7시간여 앞둔 시점에서야 종료 유예를 결정한 가운데, 그동안 누적된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지소미아·대일관계 관련 현실성·일관성을 상실한 메시지가 구설에 오르고 있다. 특히 지소미아 유예 결정 후에도 일본 측 아베 신조 총리가 한미일 3국 안보협력·연대를 중시하는 원론적 평가를 내놓고, 일 정부에선 '수출관리 강화와 지소미아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재차 내세웠다. 일본 수출규제도 현재로선 '변함이 없다'고 경제산업성이 못박은 것과 동시에 한국 측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한일간 무역대화를 전제로 중지돼,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성과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진=YTN 뉴스 보도화면 캡처

우선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겨우 7시간 차이로 낸 두가지 상반된 메시지가 페이스북 이용자 등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비판을 사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 공식페이지를 통해 "우리 정부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일본과의 외교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면서 "지소미아는 우리 안보에 매우 중요하긴 하나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한일간 우호와 공조의 의미가 있어 (지소미아를) 유지해왔으나, 우리를 불신하는 국가와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고 벽을 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오후 6시 청와대의 지소미아 종료 유예결정 발표 직후 민주당은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을 환영합니다"로 시작하는 입장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이어 "이는 국민의 안보불안을 해소하고 한미동맹을 보다 굳건히 하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일본에는 "양국간 신뢰의 위기를 초래한 부당한 조치(수출관리 강화 지칭)를 철회하고 한일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글 캡처

일본을 "우리를 불신하는 국가"라고 못박으며 지소미아 파기 입장을 재확인했다가 "종료 유예 결정 환영"으로 번복한 것은 물론, 지소미아 자체에 대한 평가를 놓고도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가 효력 유지 발표 후에는 "국민의 안보불안을 해소"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낸 것이다. 민주당은 이해식 대변인의 공식 논평에서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문재인 대통령의 국익을 위한 원칙 있는 외교의 승리"라며 "일본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수용한 정부의 결단을 환영한다"고 했지만, 현실과 거리가 먼 자화자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불과 일주일 전 청와대가 "무작정 지소미아 종료를 번복하는 것은 당시 결정이 신중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대일 압박을 시도했던 것과, 이날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 및 관련 합의는 간극이 지나치게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5일 친여(親與)성향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리도 피치 못하게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했기 때문에 수출규제 문제라든지 한일 간의 변화가 없는 상황 속에서 지금에 와서 무작정 지소미아 종료를 번복하는 것은 당시 결정이 신중하지 않았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결정 방향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이 없어지고 일본의 대한 수출관리 강화조치는 향후 해결과제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신중하지 않았던 결정'을 청와대가 자인한 격이 됐다. 

고민정 대변인에 앞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지난달 31일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 당시 "지소미아는 우리가 주권을 가지고 결정할 문제로 일본이 취한 조치를 보면 절대 연장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사진=언론보도 인터넷판 캡처

청와대발(發) 지소미아 관련 입장 번복 사례는 또 있다. 미국에 중재 요청을 하면 "글로벌 호구"가 된다는 거친 언사를 내뱉었다가 스스로 "글로벌 호구"가 됐던 것이다.

앞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지난 8월12일 친여성향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라디오에 출연해 "(미국에 한일관계 중재를)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된다"며 요청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같은달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도 "미국에 앞으로도 중재를 요청할 생각이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약 3개월 만인 이달 2일 태국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계기로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를 만난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가 '한일관계를 위한 역할'을 공식 요청해 정부 입장이 번복됐다.

정부 결정이 뒤바뀌기 전까지 미측의 지소미아 복원 압박 수위는 높아져온 터였다. 지소미아를 지렛대로 미국을 대일 압박 축으로 끌어들이려던 청와대의 전략이 실질적으로 '자충수'가 됐고, 김현종 차장 스스로 내다봤던 미측의 "중재 요청 청구서" "반대급부"에 대한 책임도 정부의 몫이 됐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유예결정에 관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김명연 수석대변인을 통해 "대한민국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파국으로 몰아넣을 뻔했던 지소미아 파기가 철회돼 다행이다. 국가안보를 걱정해주신 국민들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지난 8월22일 청와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 이후 3개월간 대한민국은 극심한 국론분열은 물론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위기로 내몰렸다. 한일 양국의 노력을 통해 지소미아는 안정적으로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황교안 당대표는 지소미아 파기 철회를 촉구하는 단식을 이어왔다. 이제 산 하나를 넘어섰다. 이제 공수처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저지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단식을 지속해나갈 것이다. 국민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엿다.

바른미래당도 이날 최도자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한일 지소미아 연장을 환영한다. 하지만 '언제든 종료할 수 있다'는 궁색한 조건은 굳이 달아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청와대의 발표 중 언급을 비판했다. 최도자 수석대변인은 "지소미아는 단순히 한·일 양국 간의 문제가 아니다. 한미일 동맹의 문제이며, 동북아 안보·평화의 핵심적인 사안이다. 미국 상원이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도 이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사 문제를 빌미로 한국에 대해 경제적 제재를 가한 일본에 잘못이 있다. 하지만 역사·경제 문제를 외교·안보 문제로 확대시킨 우리 정부의 잘못도 크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양국의 성숙한 관계를 만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우리공화당에서는 "지소미아 파기 저지라는 과제를 달성"했다고 평가하고, 이날 오후 외교부 앞에서 개최한 지소미아 파기 저지 투쟁 집회 등을 조기에 종료하기로 했다.

좌파 범여권에서는 정부 입장을 이해한다는 반응과 비난이 동시에 나왔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 "정부가 양국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잠정적으로 종료일을 연기한 결정에 대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일 우호 관계가 필요한 상황에서 치킨게임만 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앞으로가 중요하다. 미국의 압박에 굴복해 일본에 양보만 한다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이 터놓고 대화해 양국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와 지소미아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대안신당(가칭)의 최경환 수석대변인도 "한일 양국이 지소미아 관련 충돌을 피해서 동북아 안정과 평화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한다"며 "이번 협상이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계기로 발전하길 바란다"며 고 말했다.

반면 정의당은 "정부 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이 훼손된 점은 심히 실망스럽다"고 유상진 대변인을 통해 비판했다. 그는 "경제 상황을 고려한 정부의 고충은 이해된다"면서도 "일본의 수출 규제가 원상 복구될지 안 될지도 불확실하고 단지 일본이 수출 규제를 재검토한다는 이야기다. 설령 원상복구를 하더라도 일본 각의 결정을 거쳐야 한다. 연내 일본의 태도에 변화가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지소미아를 종료하고 협상을 해야 우리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으므로 종료했어야 함이 바람직했다"며 "추후 남은 협상 기간에라도 정부는 국민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말라"고 요구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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