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납치 및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 결의대회 개최
웜비어 부부 “북한의 본질은 惡...최악의 정권, 반드시 무너져야”
“오바마는 우리를 전혀 돕지 않았지만 트럼프 정부로부터 엄청난 지지 받고 있어”
“오직 행동만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
김태훈 한변 상임대표 “국내 법원에 북정권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고려해볼 만”

'북한의 납치 및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 결의 대회'에 참가한 웜비어 부부(사진=양연희)
'북한의 납치 및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 결의 대회'에 참가한 웜비어 부부(사진=양연희)

“북한은 악마입니다. 북한은 최악의 정권이고 반드시 무너져야 합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북한정권을 무너뜨릴 것입니다. 여러분도 목소리를 내 주십시오”

북한정권에 의해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신디 웜비어 씨의 아들 오토 웜비어는 지난 2017년 북한에 억류됐다 17개월 만에 의식불명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불과 엿새 만에 사망했다. 고문 후유증이었다.

22일 서울 종로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북한의 납치 및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 결의 대회’에 참가한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와 신디 웜비어 씨는 시종일관 또렷한 목소리로 북한정권의 악마성을 증언했다. 이들은 북한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북한정권에 직접 법적책임을 묻는 등 실제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머니 신디 웜비어 씨는 “오토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들의 눈이 멀어 있는 것을 봤다. 얼굴에서 공포를 읽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북한정권이 그 아이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더 알아볼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그녀는 “북한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며 “북한은 김씨 정권은 오직 자기 자신밖에는 신경 쓰지 않는 이기적 존재이며 악마”라고 했다. 또한 “북한은 두려움을 먹고 유지되는 집단”이라며 “강한 척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겁쟁이(the biggest chicken in the world)”라고 했다.

신디 웜비어 씨는 한국에 온 이유는 소중한 아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 아들 오토는 귀한 아들이었다. 그는 잘생겼고 똑똑했으며 자유로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북한은 그런 오토를 싫어했다. 자신과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은 자신에게 대항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북한이 나쁘고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했다.

웜비어 부부는 오바마 행정부는 아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는 반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는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오바마 정부는 우리를 전혀 돕지 않았다. 그들은 북한에 대해 직시하지 않았다. 그래서 비극이 닥쳤다”고 했다. 그들은 “우리도 처음에는 북한에 있는 오토에게 나쁜 일이 생길까봐 북한정권을 공개적으로 비난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결국 악과는 거래가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들은 “물론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모든 정책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트럼프 정권은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해줬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으며 트럼프 정부는 우리에게 매우 협조적”이라고 했다. 미 국무부 부장관으로 임명될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도 그들 부부에게 북한과의 협상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사진=양연희)
(사진=양연희)

웜비어 부부는 ‘거짓말쟁이’ 북한과 대화는 불가능하며 오직 ‘행동’만이 북한정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지난해 4월 미국 법원에 북한정권을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그해 12월 5억 114만 달러(약 5860억 원)의 승소 판결을 받았다. 최근 미국 법원은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대해 최종 몰수 판결을 내리면서 웜비어 부모와 납북됐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유족에게 선박 매각 금액을 분배하기로 했다.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씨는 “북한이 이런 도전을 받은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라며 “북한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북한에서 두 번째로 큰 배로 북한정권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은 지금도 전 세계 특히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불법으로 돈을 벌고 있다”며 “김씨 일가의 스위스 은행 계좌에는 수십 억 달러가 있고 독일 베를린에서는 이전에 히틀러가 사무실로 쓰던 공간에서 유스호스텔을 운영해 한 달에 약 5만 유로를 벌어들이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마약, 매춘, 사이버 테러 등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웜비어 씨는 “북한은 범죄국가이지만 전 세계로부터 특별 대접을 받고 있다”며 “그러니까 점점 더 나빠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는 북한이 법치주의를 따르도록 만들 생각”이라며 “북한이 국외에서 불법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것을 알려서 중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라고 했다.

신디 웜비어 씨는 “북한은 아이를 잘못 골랐다”며 “나는 죽을 때까지 북한정권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전 세계의 도움이 필요하다. 다른 국가에게 책임을 미루지 말라. 미국에 의지하지 말라. 여러분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사진=양연희)
(사진=양연희)

이날 국제대회는 북한에 의한 납치 및 억류 피해 가족들의 증언과 법적 대응을 모색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 마지막에는 ‘북한에 의한 납치 및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결의대회 서울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이미일 6.25 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은 “1950년대에 사랑하는 아버지와 남편들이 북한으로 납치됐다. 70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라고 해서 잊으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아직 고통 중에 있다. 가족을 잃어버리고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한 우리에게는 너무도 가혹했던 70년이었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북한은 ‘전쟁 납북자는 없다’는 거짓말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전쟁 후에도 3대 세습 독재를 이어가면서 전 세계 민간인들을 납치했다. 선교사들을 불법 억류하고 이를 대가로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관철시키는 악랄한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며 “사악한 암적 존재인 북한정권이 이 지구상에서 소멸돼 없어질 때까지 있는 힘을 다해서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의 김태훈 상임대표는 “북한은 1950년 이래 최고위층의 허가를 받아 전 세계 12개국에서 체계적인 납치와 강제실종에 대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관여해 왔다”며 “어린이를 포함해 20만 명 이상을 납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비롯한 강제실종 책임관련 북한관료들은 ‘국제형사재판소(ICC)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금이라고 우리나라 사법당국에서 형사책임을 추궁할 수 있으며 보충적으로 ICC를 통해서도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며 “또한 국내 법원에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북한에 의한 납치 및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결의대회 서울선언문>

2019. 11. 22. 서울, 대한민국

북한에 의한 전 세계 납치·억류 피해자 가족들은 오늘 서울에 모여 북한의 전쟁범죄, 반 인도범죄 등에 대한 법적 대응과 재발방지를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으고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다짐(deepen out determination)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였다.

결의대회를 주최한 한국의 사단법인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는 뜻깊은 행사를 위해 아들을 잃은 슬픔을 뒤로하고 이역만리 미국에서 참석해주신 고 오토 웜비어의 부모님 Frederick and Cindy Warmbier, 일본에서 오신 마쓰모토 데루아키 씨, 가와사키 에이코 씨, 태국에서 오신 반종 판초이 씨, 그리고 한국의 황인철 씨, 김남주 씨께 깊은 위로와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북한의 민간인 납치는 사전 계획 하에 1950년 6.25전쟁 도발 직후부터 필요한 10만 한국 민간인을 조직적으로 강제 납북함으로 시작되었다. 납북한 민간인들 중 일부는 집단 살해되었으며, 6.25 전쟁 후에도 한국은 물론 전 세계 12개국에서 무고한 민간인을 강제 납북하여 생사확인조차 해 주지 않고 있다.

한편 북한은 북한을 방문한 미국인 관광객, 선교사, 언론인 등을 불법 억류한 후 인질로 삼아 그들의 요구조건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삼아 왔으며, 2016년에는 관광차 방문한 무고한 미국 버지니아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불법으로 억류하여, 잔혹한 행위로 죄를 만들어 씌우며 죽움에 이르게 한 사실은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또한 조총련의 북한이 지상낙원이라는 선전에 속아 1960년대 북송된 10만 재일교포들 역시 강제 억류되어 자유를 빼앗긴 채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

북한 공산정권의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는 이처럼 차고 넘친다. 이제 북한에 의한 전 세계 납치·억류 피해자 가족들은 ‘제1차 북한에 의한 납치·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결의대회’를 통해 북한의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 등에 대해 규탄하고 향후 법적 공동대응을 결의하면서 다음과 같이 서울선언문을 채택한다.

북한 공산정권이 1950년 도발한 한국전쟁 시작부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지금까지 잔혹한 납치·억류범죄를 자행하오고 있음에 이를 막기 위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물샐틈없이 더욱 강력하게 유지할 것을 촉구한다.

(UN)는 국제사회의 규범을 지키지 않고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 등을 지속하는 경우 제명 처분하도록 근거를 마련하여 ‘북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제명함으로 국제사회의 국가에서 배제해야 한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조사 기록한 보고서에 북한의 외국인 납북과 억류를 반인도적 범죄임을 명시하여 김정은과 북한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유엔이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한다.

정부는 자국민 10만 6.25 전쟁 납북자, 전후 한국 및 전 세계 납치·억류자 문제의 근원적 당사국임을 깊이 인식하고 해결에 적극 나설 것과 전시납북자 문제 해결 없이는 종전과 평화 거론조차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계속 지정할 것과 한반도 종전선언의 선결요건이 북한의 납치·억류범죄 문제 해결임을 결의한다.

북한의 핵문제에만 몰두하지 말고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민간인 납치·억류범죄 문제도 여론화시켜 “악의 집단”인 북한정권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전환이 유일한 길임을 천명한다.

위 선언문의 실현을 위해 적용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인권을 사랑하는 전 세계 모든 자유 시민들과 함께 끊임없이 노력해 나갈 것을 굳게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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