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후 칼럼] "홍콩의 공성전(攻城戦), 그 시대혁명의 함성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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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11.24 21:46:31
  • 최종수정 2019.11.2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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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현재가 미래의 대한민국이라 생각되지는 않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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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홍콩(光復香港), 시대혁명(時代革命)을 외치는 홍콩 자유 시민들의 투쟁이 눈물겹다. 특히 젊은 학생들이 처절하게 대학 캠퍼스에 갇혀 끝까지 무자비한 경찰 폭력에 맞서는 모습은 전세계에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11월 20일 기준으로 체포된 홍콩인의 수는 5천6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중국공산당은 벌써 몇 달동안 홍콩인 압살을 계속하고 있다. 따로 계엄령을 내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폭압적이다. 다른 형태의 천안문 사태가 재연되고 있다고 평가하는 이도 있다.

이틀 전 홍콩폴리텍대학(香港理工大)에서는 일주일 이상 농성을 계속하던 학생시위대가 경찰의 포위를 뚫고 대거 탈출을 시도하다 상당수가 체포됐다. 학생들을 구출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달려온 시민들의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가는 이들의 처절한 모습을 두고 서방 언론들은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연상시킨다고도 했다. 현장에서 여학생에게 먼저 빠져나가라고 오토바이 뒷자리를 양보하는 남학생이나 육교에서 밧줄을 타고 아래로 탈출하는 시위대의 모습은 베트남 패망당시 미군헬기장에 필사적으로 몰려든 인파를 연상시킨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지리한 독소 공방전이 벌어졌던 스탈린그라드처럼 악취가 진동하는 하수도관을 통해 탈출을 시도하려다 경찰에 체포된 학생들도 있었다.

얼마나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에 떨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투쟁과정에서 이미 많은 이들이 희생됐다. 바다에 시신으로 떠오르는 의문사와 실종은 홍콩의 모든 이들을 전율케 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체포된 수십명의 학생들이 열차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타이완 사범대학의 판스핑(范世平)교수는 체포된 이들 가운데 일부는 행방이 묘연하다면서 오늘날의 신쟝 위구르와 홍콩은 내일의 타이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속룡대(速龍隊)라 불리는 2000명의 정예 방폭(防暴)경찰이 폴리텍 대학을 겹겹이 에워싼 이유는 끝까지 투쟁하자는 학생강경파를 일망타진하자는 것이었다. 외부 음식반입은 물론이고 학부모들의 접근까지 차단한 채 서서히 힘을 뺀 뒤 섬멸하는 잔인한 방식의 진압은 역사적으로 볼 때 상당히 중국적이다. 태평천국의 난을 시대 배경으로 한 중국영화 투명장(投名狀)에서는 관군이 태평천국군의 소주성(蘇州城)을 점령한뒤 살려주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항복한 패잔병과 백성들을 그대로 도륙한다. 성이나 도시를 포위해 계견불류(鷄犬不留), 즉 적의 진영에 있는 닭과 개까지도 살려두지 않는다는 잔인함이다. 홍콩폴리텍 대학의 투쟁을 묘사한 현지 기사에는 위곤(圍困)이란 단어가 흔히 등장한다. 다른 표현으로는 공성전(攻城戦, Siege)인데 중국현대사의 비극 창춘 홀로코스트가 대표적이다. 1948년 봄 린뱌오(林彪)가 이끄는 25만 공산군이 10만 국민당군과 50만 시민이 있던 창춘을 포위해 식량을 고갈시키는 작전으로 16만명을 아사시킨 비극적 사건이다.

홍콩 폴리텍대학에서 농성전을 벌였던 학생들에 대한 중국의 작전도 오랫동안 포위해 극도로 곤궁하게 만든다는 창춘홀로코스트의 구곤장위(久困長圍)와 별반 다르지 않다. 폭력의 수위도 점점 노골적이다. 도끼를 든 흑사회는 물론이고 MP-5, AR-15같은 자동소총에 음향대포까지 등장했다. 젊은이들은 경찰폭력에 석궁과 새총, 화염병으로 맞서고 있다. 현대무기에 중세의 무기로 대항하고 있는 것이다. 폴리텍 대학 캠퍼스에서 농성을 하던 학생들 가운데는 미성년자도 수백명에 달했는데 경찰로부터 이들의 신병을 인도 받은 중고교 교장들은 통곡했다. 폴리텍 대학에는 100명이 채 안 되는 학생들이 끝까지 남겠다면서 식량과 식수가 거의 소진된 가운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학생식당의 주방장도 투쟁하는 자식 같은 학생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자신의 책무라면서 남아 있다고 한다.

유서를 쓰고 시위에 나가는 젊은이들과 자식이 사지에 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만류하지 못하고 돌아서서 눈물짓는 부모들, 미래세대를 위해 거리로 나온 은발의 노인시위대, ‘당신과 함께 점심을(和你Lunch)’이란 운동가를 부르며 랩탑 PC를 덮고 마스크 차림으로 나온 홍콩판 넥타이 부대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뉴스 화면에 흐른다. 더 이상 숨을 곳도 여기서 더 밀리면 공산압제하의 죽음뿐이라는 절박함의 호소가 메아리친다.

동방명주 홍콩의 빛을 회복하자는 광복홍콩(光復香港)은 시대혁명(時代革命)이라는 호소에 전세계가 호응하고 있다. 중국에 납치됐던 끔찍한 기억을 가진 코즈웨이베이 서점주인 람윙키(林永基)씨가 이주한 타이완에서는 홍콩의 비극을 교훈삼아 중국의 무력통일 시도를 분쇄시키자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도 홍콩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재야와 언론계에서는 자유세계의 방파제인 타이완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도 폭압적인 중국정부와 중국인민을 구별해야 한다면서 최근에는 중국공산당 CCP(Chinese Communist Party)이란 단어를 빈번하게 사용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는 홍콩인권민주법안이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도 417대 1로 통과돼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거치면 발효된다.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캐리람 행정장관을 겨냥해 홍콩폴리텍대학의 무력진압의 전말을 독립적으로 조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외교부는 국무장관에 걸 맞는 일이나 하라면서 격한 반응을 보였고 류샤오밍(劉曉明) 영국주재 중국대사는 “홍콩이 통제 불가능하면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동방명주라는 홍콩이 동방의 상흔(傷痕)이 되는 수가 있다”는 협박까지 했다. 홍콩의 여러 민주단체와 시민들은 55 만명의 연대서명으로 중국의 폭정을 헤이그 국제중재재판소에 호소하기로 했으며 영국에서는 행정장관 캐리람의 영국국적을 취소해야 한다는 캠페인에 26만여명이 서명했다.

중국의 폭압적인 정치권력을 흔히 홍콩이나 타이완에서는 극권(極權)이라고 한다. 전체주의(Totalitarianism)보다 더 강하고 무지막지하다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21세기에 상상할 수도 없는 자유시민들에 대해 공성전까지 감행하는 극권(極權)과 싸우는 홍콩인들의 외침에서 우리는 무엇을 교훈으로 얻을 것인가. 홍콩의 현재가 미래의 대한민국이라 생각되지는 않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前 MBC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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