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8억원 수준 연간 신재생에너지 투자규모 2023년 4280억원으로
문재인 정부 ‘신재생에너지 3020’ 정책의 일환
원전 건설 투자액 올해 1조9046억원에서 2023년 6788억원으로
2020년대 원전 10기 수명 다해...전문가 "2020년대 후반엔 비상상황"

지난 10월 과방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신고리 3호기-4호기 (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원전 건설 투자규모를 5년 내 3분의 1수준으로 줄인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투자규모는 11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탈(脫)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주요 국정과제로 내걸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기존 원전 여러 기의 수명이 다해갈 시점인 2020년대 중반 이후를 대책없이 신재생에너지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장기 에너지 정책의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2020년대 후반 전력 수급에 큰 차질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22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올해 378억원 수준의 연간 신재생에너지 투자규모는 2023년 4280억원으로 5년 간 11.3배 증액된다.

출처: 기획재정부 (단위: 억원).

이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리라는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 따른 조치다. 한수원은 2030년까지 태양광발전에 9조3538억원, 풍력발전에 8조2645억 원 등 총19조6277억원을 투입한다. 신재생 설비용량은 올해 9월 기준 745.55MW에서 7600MW까지로 규모가 10배 늘어난다.

반면 한수원은 연간 원전 건설 투자액을 올해 1조9046억원에서 2023년 6788억원으로 65% 가까이 줄인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인 탈원전 기조에 따라 신고리 5·6호기에 이어 예정됐던 6기의 추가 원전 건설 계획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달 국감에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건설이 백지화된 원전 6기 중 신한울 원전 3·4호기는 취소가 아닌 보류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중단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재개하는 것은 에너지전환이라는 정부의 에너지 중장기 정책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면서 정 사장이 앞서 말한 보류 입장을 일축했다.

이처럼 국가 에너지 중장기정책에 대해 관계당국 수장들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관계자들은 정 사장과 성 장관이 각자의 책임경중과 소재에 따라 정치적 이해에 부합하는 발언들을 제각기 내놓는다고 비판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건설이 좌초돼 훗날 문제가 불거지면 직접적 책임은 한수원의 정 사장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최근 전기세 요금 현실화를 시사했던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과 마찬가지로 정 사장이 성 장관에 비해 보다 현실적 입장을 내비친 것이란 말이 많다.

2023년 3월과 2024년 6월 준공 예정인 신고리 5·6호기 외로 기존의 남은 원전들은 2020년대에 줄지어 10기나 수명이 다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2023년 고리 2호기부터 2029년 월성 4호기에 이르기까지 원전이 연이어 가동 중단이 될 것인 만큼 이후의 에너지 수급 문제에 대해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내내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2020년대 후반엔 비상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핵공학과 교수는 “신고리 5·6호기가 완공되는 시점엔 전력이 충분하지만 202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상황은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화력발전소 건설 등으로 탈원전에 따른 후과를 줄이겠다고 공언했으나 현실적으론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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