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환 "중도층 확장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안이한 인식으론 우파에서도 득표 못해"
강규형 "좌파는 가치와 이념 공유하는 투사 많아...우파는?"
"대통합과 공천혁명 양립불가능...대통합, '너도 살고, 나도 살자'식 되는 것"
오정근 "김세연은 '트로이 목마'...각 계파 핵심인물 모두 백의종군하라"
한국당 "대통합이라면서 데려와 공천 떨어뜨리면 말 되겠나"...어려움 토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공천쇄신에 대한 요구가 뜨겁다. 심재철 한국당 의원은 우파 시민단체들과 함께 국회에서 공천쇄신 관련 긴급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직언이 오가는 가운데 한국당 총선기획단 총괄팀장 이진복 의원이 패스트트랙 선거법 개정과 대통합 변수에 따른 공천심사의 어려움을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자유민주연구원,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5개의 우파 시민단체는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공천쇄신,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 현안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를 후원한 심 의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총선에서 이기는 것이고, 그러려면 공천을 잘 해야만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오늘 시민사회에서 활약하시는 주요 인사들을 모시고 우리 당 공천에 대해 논의하는 장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한국당은 외부가 아닌 내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며 "오늘 자리에 정치학자를 배제시켰는데, 그 이유는 정치공학적 접근이 아닌 보편상식에 부합하는 쓴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박인환 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당에 "이기기 위해선 공천쇄신 보다 더 극단적 표현인 공천혁명을 내세워야 한다"면서 "국민이 가장 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 공천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안이한 인식으로는 한국당이 우파진영에서조차 득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향식 공천인 국민참여경선, 여론조사경선 등을 놓고 이해가 엇갈리겠지만 정당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도 당원 선호도가 중심으로 반영돼야한다고 역설한 박 대표는 "중도층 확장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꼬집었다. 중도층 확장이란 게 결국 유명인사와 명망가 중심으로 인재영입을 하겠단 것인데 이들이 그동안 한국당 강령 지침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이념과 가치를 실현하려 투쟁한 인물이었느냔 비판이다.

박 대표는 "인적쇄신이라면서 물갈이 얘기들을 각자 하고 있지만 언제나 절반은 물갈이해왔다"면서 우파정당에 걸맞게 활동해온 인물은 남겨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대교체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박 대표는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을 거명하며 "20대가 직업정치인의 길로 들어섰다가 공천이 안 되면 남은 인생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얼마 전 참석한 비공개 토론회에서 저명한 법대 교수 한분께서 공천을 주려면 시험을 쳐야한다고 진심으로 말씀 하시더라"면서 "나 역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역사 등을 놓고 출제하면 지금 한국당 의원들 절반 이상 통과 못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좌파정당 인사들은 가치와 이념을 공유하는 측면이 상당하다"면서 "반면 우파정당에선 좌파진영의 거물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그룹이 공천을 받아 해당(害黨)행위만 하다가 나가질 않나 별꼴을 다 봤다"고 언성을 높였다.

혹자가 대통합과 공천혁명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선 "양립불가능하기 때문에 말이 되지 않는 형용모순"이라고 일축했다. 대통합은 '너도 살고, 나도 살자' 식으로 기존 여의도 정치인들이 정치생명을 늘리기 위해 분탕치는 수단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란 우려다.

"한국 정당정치사에선 당내 지분이 높은 상징적 인물들을 공천에서 배제시키는 충격요법이 잘 먹혀왔다"고 말한 강 교수는 “하지만 최근 3선 이상 불출마하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일 잘하고 투쟁력 있는 사람은 5선도 해야한다"며 "이런 기준으로 쳐내면 국회 상임위원장은 누가 맡나"고 반문했다.

강 교수는 “한국당이 얼마나 우파시민사회에서 활약하는 운동가들을 경시하는지 모른다”며 개탄했다. 최소한 노무현 정권 때부터 풍찬노숙해온 우파 시민사회 인력들을 무시하면 한국당을 버리고 다른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질책성 발언이다.

오정근 자유시장안보포럼 대표는 한국당 내 총선불출마 움직임을 설명하다가 "김세연은 트로이 목마 같은 존재"라며 그가 "찬탄이냐, 반탄이냐로 당내분란만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에 오 대표는 "각 계파의 핵심인물 모두 백의종군하고 나머지는 모두 뭉쳐야한다"면서 우파진영의 군소정당 난립이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한편 한국당 총선기획단 총괄팀장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진복 의원은 한국당 공천이 이번만큼 어려운 적이 없는 것 같다면서 고민을 털어놨다. 이 의원은 “패스트트랙 선거법 개정이 예고된 상황에서 공천룰을 정하기가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공천심사 과정에서 보수대통합을 앞세우면 발생하게 될 구조적 문제점도 언급했다. 이 의원은 “대통합이라면서 모셔와놓곤 공천에서 떨어뜨리면 현실적으로 말이 되겠느냐”면서 “우리가 공천룰을 정한 뒤 바른미래당이나 우리공화당 사람들을 모셔 와도 문제고, 거꾸로 해도 기존 한국당 지역당협위원장 등에게 불똥이 떨어지니 문제”라고 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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