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한민국 권력서열 1·2위의 동생들 끌어안은 SM회장 '부당이득' 취했는지 조사 불가피"
전남신용보증재단 퇴직 3년 안 돼 SM대표로 영입된 이계연, 지난달 14일 공직자윤리법 위반 과태료 처분...이달 18일 퇴직
SM삼환, 작년 6월 이계연 대표 취임 석달 만에 3000억원대 관급공사 수주로 연매출 폭증
모기업 SM그룹, 文정권 출범 직후 재계 순위-자산규모 승승장구...우오현 회장 최근 '명예사단장 오픈카 사열' 논란
대통령 해외순방 동행 단골손님 우오현, 대통령 동생 문재익씨 KLCSM에 선장직으로 채용 중인 정황도 부각돼
SM계열 대한해운-대한상선, 작년~올8월 해양진흥공사 선사 28곳 1.4조원대 보증-보조금 중 1360억원대 받아

지난 11월12일 국방부 훈령을 위반한 '명예 사단장 오픈카 사열' 논란을 일으킨 우오현 삼라마이다스(SM)그룹 회장(왼쪽), SM그룹 산하 삼환기업 대표이사로 11월18일까지 재직한 이계연씨(오른쪽). 이계연씨는 이낙연 현 국무총리의 친동생이며, 우오현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 문재익씨를 SM그룹 산하 케이엘씨(KLC)SM에 취업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의 동생 이계연(59)씨가 호남 중견기업인 삼라마이다스(SM)그룹의 계열사 삼환기업 대표이사로 가면서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채 불법 취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실이 21일 입수한 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7단독 임정윤 판사는 지난달 14일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면서 이계연씨에게 과태료 30만원을 부과했다. 당시 재판부는 "공직자윤리위에 취업제한 여부의 확인을 요청하지 아니하고 취업이 제한되는 삼환기업 주식회사에 취업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취업심사대상자가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하려는 경우 관할 공직자윤리위에 취업제한 여부 확인을 요청해야 한다는 공직자윤리법 제18조(취업제한 여부의 확인 및 취업승인) 1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건설사인 SM삼환은 이계연씨의 신용보증재단 업무와 관련성이 있어 취업이 제한되는 기업으로 판단됐다고 한다. SM그룹 측은 "채용 당시 공직자윤리법 위반 여부는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계연씨는 지난 2016년 8월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에서 퇴직한 지 '22개월' 만인 지난해 6월 공직자윤리위에 확인 요청 없이 SM삼환 대표로 재취업했다. 같은달 SM그룹은 삼환기업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후 전라남도 관할 공직자윤리위가 불법 취업 사실을 법원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계연씨는 법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한달 뒤인 이달 18일에야 "내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이계연씨가 삼성화재, 코리아크레딧뷰로, 한화손해보험, 전남신용보증재단에서 근무한 보험업계 출신인 만큼 자신의 경력과 무관한 SM그룹 계열 건설사 대표로 발탁된 배경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계연씨는 지난해 취임 100일을 맞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SM그룹 우오현 회장으로부터 (SM삼환) 대표직을 제안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계연씨가 대표로 취임한 직후 SM삼환의 공공 건설 사업 수주가 급격히 상승한 정황도 있다. SM 삼환은 2010년 이후 연간 공공 수주가 1000억원대였지만, 이씨가 대표로 취임한 이래 3000억원에 이르는 관급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지난해 8월에는 1620억원대 고속국도 제29호선 안성~성남 간 건설공사 7공구 대형 프로젝트를 따냈다. 이씨가 대표로 취임한 지 석달쯤 만에 연간 매출액 2660억원(2017년 기준)을 뛰어넘는 수주고를 올린 것이다. 

이계연씨를 영입했던 SM그룹의 우오현 회장은 지난 12일 육군 30기계화보병 사단에서 군복을 갖춰 입고 별 2개가 달린 베레모를 쓴 채 '명예 사단장'으로 장병을 사열한 사실이 드러나 '민간인이 현역 군인들을 사열할 수가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간인에게 '대령 이상'의 명예 계급을 줄 수 없도록 규정한 국방부 훈령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14일부터 일본에서 열린 한·일 재계회의 통상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단이나 일본 재계와 가까운 기업인이 아닌 우오현 회장이 중견기업 대표로 등장해 참석한 배경을 놓고도 뒷말이 나온다는 후문이다. 이를 계기로 지연(地緣)은 물론 '권력의 뒷배'가 있어 벌어진 일이라는 의혹이 뒤따르고 있다. 

전남 고흥군 출신으로 광주상고-광주대 건축공학과를 나온 우오현 회장은 1988년 삼라건설을 창립해 현재 재계 순위 35위의 SM그룹으로 몸집을 키웠다. '인수합병계의 큰 손'으로 회자되는 SM그룹은 대한해운, 티케이케미칼, SM우방산업, SM경남기업, SM삼환기업, SM상선 등 계열사 65개를 거느리고 있다. 

SM그룹은 특히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사세를 크게 확장하고 있다. SM그룹은 2017년 공정거래위 공시대상기업집단(준재벌)에 처음 편입된 이래 재계 서열 순위가 46위(2017년)→37위(2018년)→35위(2019년 5월)로, 자산 규모도 2017년 7조원→2018년 8조6000억원→2019년 9조8000억원으로 해마다 승승장구하고 있다.

우오현 회장은 현 정권 출범 이후 이계연씨 영입 뿐만 아니라,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남동생인 문재익씨를 선박업체 케이엘씨SM에 선장으로 채용한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케이엘씨SM은 SM그룹 계열사인 대한해운을 최대주주(62.5%)로 두고 있다. 이같은 정황이 '오픈카 사열' 논란을 계기로 덩달아 부각되자 이계연씨가 SM삼환 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우오현 회장은 2017년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최소 7차례 대통령 해외 순방에도 경제사절단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7년 중국, 2018년 베트남·러시아·싱가포르·프랑스, 올해 말레이시아 등 문 대통령의 모든 해외 순방길에 동행했다. 

그는 올해 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도 참석해 "한국 선박 건조를 국내에서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추후 SM상선과 관련해서는 해양수산부 장관을 통해 관련 현황을 더 들어보겠다"고 답했다.

해수부 산하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국적 컨테이너 선사 협력체인 한국해운연합 회원 선사(船社)들을 비롯해 총 28곳에 지원한 보증금·보조금 총 1조4465억원 중, SM그룹 계열사 2곳(대한해운·대한상선)에 1360억원대(전체의 9.4%수준)를 제공한 것이 특혜라는 의혹을 야당이 제기한 바도 있다. 지난 9월말 해양공사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한 강석호 한국당 의원은 "해양진흥공사가 지원한 전체 28개 선사 가운데 특정업체 계열사에 10% 가까운 지원이 이뤄진 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해수부는 해운업계 전반을 살릴 수 있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곽상도 의원은 "대한민국 권력 서열 1·2위의 동생들을 끌어안은 우오현 회장이 이들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는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조선일보에 따르면 우오현 회장은 최근 통화에서 "대통령 동생이나 국무총리 동생을 채용한 것으로 어떠한 특혜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며 "앞으로는 행사 초청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사업에만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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