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밤 중국 정계 거물의 손녀가 홍콩이공대 탈출한 직후부터 대대적 시위 진압 작전 개시...정황 포착
“홍콩 경찰이 중국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아래 이번 진압 작전을 수행한 것” 의혹

11월19일 트위터에는 지난 18일 홍콩 경찰에 의한 홍콩이공대 시위 진압 작전 개시 직전의 정황을 설명하는 게시물이 업로드됐다.(출처=트위터)

지난 18일 새벽 홍콩 경찰이 홍콩이공대로 진입해 시위대 진압작전을 감행한 것과 관련, 대학 캠퍼스 내 경찰 투입 직전의 정황에 관계된 새로운 정보가 공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홍콩 보안국 국장인 리자차오(李家超)가 ‘홍콩이공대 캠퍼스에 포위된 이들 모두가 폭도’라고 하자 정유청(曾鈺成) 전 홍콩 입법회 주석(우리나라의 ‘국회의장’에 해당)이 은퇴 정치인 주룽지(朱鎔基)의 손녀 주위안(朱媛)을 재빨리 데리고 나왔다”며 “그렇다면 캠퍼스 안에 있던 그(주위안)도 폭도인가?”하고 묻는 내용의 게시물이 트위터에 게재된 것이다.

주룽지는 중국 정치계의 거물로써 지난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제9대 중국 국무원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정유청 역시 지난 1992년부터 2003년까지 ‘민주건항협진연맹’(民主建港協進聯盟·DAB)의 주석(主席, 당대표)을 맡은 데 이어 지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입법회 주석을 역임한 거물이다. DAB는 친중파(親中派)로 분류되는 홍콩 정당이며 지난 2015년 실시된 홍콩 구의원 선거 결과 총 458석의 의원 정수 가운데 119석(21.4%)을, 지난 2016년 실시된 홍콩 입법회 선거 결과 총 70석의 의원 정수 가운데 13석(18.6%)을 차지해 홍콩 입법회와 구의회 모두에서 제1당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노란색 동그라미 원으로 표시한 인물이 주룽지 전 중국 국무원 총리의 손녀 주위안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한 홍콩 경찰 대원이 카메라를 향해 손바닥을 보이며 촬영을 제지하고 있다.(출처=트위터)

게시자의 주장에 따르면 주룽지 前 총리의 손녀 주위안이 홍콩이공대 캠퍼스를 빠져나온 시기는 지난 17일 밤으로 추정된다. 게시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난 18일 새벽 홍콩 경찰이 홍콩이공대 캠퍼스로 진입해 시위대와 학생에 대한 강도 높은 진압작전을 개시한 것은 주위안이 무사히 탈출한 사실을 홍콩 경찰 측이 확인한 후의 일이 된다. 이에 홍콩 행정부의 지휘를 직접 받고 있는 홍콩 경찰이 중국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아래 이번 진압 작전을 수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게재된 또 다른 게시물을 통해서는 정유청 전 주석이 “주위안은 어디에 있는가?”하고 묻는 장면이 포착된 동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게시물의 게시자는 해당 영상이 당시 정황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19일 사이에 걸쳐 홍콩 경찰이 벌인 대대적인 진압 작전의 결과 400명이 넘는 인원이 체포돼 연행당했으며 1100명이 이상의 18세 미만 미성년 시위 참가 학생들이 신원 조사 후 귀가 조치당했다. 이 진압 작전에서는 최루탄, 고무탄 뿐만 아니라 장갑차와 살수차, 음향대포가 동원됐으며, 홍콩이공대 캠퍼스 구내는 물론 다른 한편에서는 홍콩 경찰에 포위된 시위대와 학생들을 구출하고자 몰려든 수많은 홍콩 시민들을 향해서도 홍콩 경찰은 실탄 발사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날 홍콩 시민과 경찰 사이의 극심한 충돌 결과로 11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홍콩 치안당국은 공식 발표했다. 사망자 수는 미상이다.

주위안이 홍콩 민주화 시위에 가담해 홍콩이공대에 남아 있었는지에 관한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홍콩 현지의 모 학생은 그가 현재 홍콩이공대 재학생 신분임은 틀림없다고 증언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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