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식량농업기구(FAO) 국장, VOA 인터뷰서 밝혀..."北 현지조사 없이 구체적 현황 아는데 한계"
FAO, 지난달 식량안보 보고서로 "태풍 '링링', 아프리카돼지열병 겹악재로 北 4분기 식량사정 악화" 진단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2019년 10월 10일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의 추수하는 주민들 모습.(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2019년 10월10일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의 추수하는 주민들 모습.(사진=연합뉴스)

북한 정권이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작황 조사 요청을 6년째 거부했다.

2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마리오 자파코스타 FAO 세계정보조기경보국(GIEWS) 국장은 19일 "올해 북한 현지에서 유엔의 작황 조사가 실시되지 않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자파코스타 국장은 "북한 현지 조사 없이는 구체적 현황을 아는데 한계가 있다"며 "북한에 들어가지 않고는 원격탐사 장비를 이용하는 등 최선의 추정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FAO는 북한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5년부터 세계식량계획(WFP)과 함께 매년 한두 차례 실사단을 파견해 작황과 식량 안보를 조사해왔다.

작황 조사는 일반적으로 본격적인 추수 직전이나 추수기에 실시된다. 실사단은 현지 관리들과 협동농장 관계자들을 만나고, 수확 또는 재배 중인 곡식을 점검해 수확량과 식량 부족분을 산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같은 방북 조사는 2000년대 들어 4차례 중단되기도 했지만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매년 이뤄졌다. 그러나 2014년 이후에는 북한 당국의 요청이 없었다.

한 FAO 관계자에 따르면 유엔이 지난 3월29일부터 보름간 북한에서 긴급 식량안보 평가를 한 뒤 '10월에 작황 조사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도 전해졌다.

FAO는 지난달 발간한 '식량안보와 농업에 대한 조기경보, 조기대응'(EWEA) 보고서에서 태풍 '링링'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등의 악재가 겹쳐 북한의 4분기 식량 사정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또 북한의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와 평양 일대 주요 쌀과 옥수수 산지의 4~7월 강수량은 과거 동기간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편 앞서 지난 10월10일(현지시간) 미국의 대외원조 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가 북한이 10년 만에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는 환경 속에서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을 깊이 우려한다고 VOA 인터뷰로 밝힌 바 있다. USAID 대변인실은 당시 "미국은 북한 주민들의 안녕과 북한 내 인도주의적 상황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북 지원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북한이 현 시점에서 국제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고만 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