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의 대화' 내건 文 팬미팅 수준 생방송에 여야 정치권 반응 크게 엇갈려
한국당 "그토록 애타게 '각본 없다' 홍보한 게 무색, 공수처 홍보-남북관계 강요쇼"
바른미래 "유별나던 A4용지 없었지만 알맹이 빠진 홍보방송...대통령 말은 반대로만 해석하면 이해돼"
범여권 좌파정당들도 쓴소리..."최저임금-소상공인 전부 남탓" "부동산 자화자찬" "경제난 인식 실망"
민주 "현안 꿰뚫고 있는 대통령 모습, 믿을 수 있는 지도자" 靑고민정 "정치하는 사람들 봤어야할 장면"

'국민과의 대화'라는 미명하에 MBC가 선별한 친문(親문재인) 패널들과 문재인 대통령간 '팬클럽 미팅' 수준의 방송이 19일 밤 전파를 탄 가운데, 야권에서는 "알맹이 빠진 대통령 홍보방송" "일방적 쇼"라는 냉소를 보냈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19일 밤 논평에서 "청와대가 '작은 대한민국'이라는 컨셉으로 각본이 없다는 것을 그토록 애타게 홍보한 게 무색하다"며 "청와대가 준비한 내용만 일방적으로 전달된 쇼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국민 300분을 모셔놓고는 20여분(현장질문 + 온라인 질문)의 질문만을 받았을 뿐이며 그 대답마저도 특정 질문에 대해서만 장황한 대통령의 입장을 듣는 데 할애됐다"며 "문재인 정권의 폐부를 지적하는 현실적인 국민의 목소리, 파탄에 가까운 경제상황으로 낭떠러지에 서있는 것과 같은 국민들의 고통과 분노는 조금도 비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답변 행태를 두고 "정책에 대한 단편적이고 일반적 수준 답변과는 달리, 공수처와 검찰개혁, 그리고 허황된 남북평화에 대한 유달리 긴 대통령 발언은 국민과의 대화라는 형식을 통해 '공수처 홍보쇼' '남북관계 평화 강요쇼'를 보는 것과 같았다"며 "국민이 답변을 요구할 때는 외면하고, 자신이 말하고 싶을 때만 말하는 것을 진정한 소통이라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MBC '국민과의 대화' 유튜브 생방송 캡처

같은날 바른미래당은 김정화 대변인을 통해 "(문 대통령이) 유별나게 사용해오던 A4용지는 없었지만 '성의'도 '진정성'도 없었다"며 "소름 돋을 정도로 형편없었던 '국민과의 대화'는 누구를 위한 방송인가? 알맹이는 빠진 대통령 홍보방송"이라고 쏘아붙였다. "사회자(배철수)와의 사담은 사석에서 나누라"는 지적도 나왔다.

20일에도 바른미래당은 김소연 청년대변인을 통해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고 있는데 '부동산 정책에는 자신있다'고 하고, 연일 미사일 도발을 하는 북한을 두고도 '남북관계는 자신있다'고 하는 대통령의 화법"이라며 "문재인 번역기 도입이 시급하다"고 비꼬았다.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당시 "살아있는 권력도 엄중히 수사하라"던 자신의 말을 잊은 듯,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수사'를 두고 그 어떤 정권보다 검찰에 강한 입김을 넣는 중에 검찰을 비리집단으로 몰고 공수처를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변한 데 대해서도 "대통령의 말은 정확히 반대로 해석하면 이해가 될 정도로 모순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소연 청년대변인은 "이제 식상한 컨셉의 '갬성(감성)정치' 보다는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문재인 번역기 개발에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손학규 당대표 역시 이날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질의는 산만했고 대답은 제대로 없었다"며 "국민통합은 이와 같은 보여주기식 쇼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범여(汎與)좌파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 민평당에서 분화한 무소속 의원 모임 '대안신당'이나 정의당은 방송 취지는 호평하면서도 현안별로 문 대통령에게 박한 평가를 내놨다.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으로 "주 52시간 도입을 유예하고 특별근로시간 연장 완화 등으로 국회의 입법을 무력화시킨 마당에 최저임금 문제는 최저임금위원회를 탓하고 중소상공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 입법을 탓하는 것은 매우 모순적"이라고 꼬집었다.

박주현 민평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사과를 해야 함에도 자화자찬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중간가격기준 서울은 2.7억원, 강남은 5억원이 올랐다"며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강남발 부동산 가격 폭등과 자산양극화 확대에 대해 시급하게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경환 대안신당 수석대변인은 "경제난에 대한 인식은 실망스럽고 대책 제시에는 미흡했다"며 "남북관계는 정부의 주도적 전략이 부재함을 드러냈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희망'만을 이야기해 공허했다"고 논평했다.

한편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도를 넘은 '자화자찬' 논평으로 문 대통령을 옹위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국민들의 질문을 마주한 문 대통령은 국정철학과 운영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했다. 대부분의 현안에 대해 꿰뚫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믿을 수 있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비춰졌으리라 생각한다"고 추어올렸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가장 따갑게 들어야 하는 곳은 국회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국정난맥상의 책임론을 정치권으로 돌리기도 했다.

이튿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친여(親與)성향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문 대통령에 대해 "늘 자신이 있어 정상회담에서도 의제가 아닌 질문에 답변을 안 하시는 걸 본 적이 없다"면서 "머릿속에 정책과 방향성이 명확하다는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대선후보) 캠프 시절부터 같이 있었는데 초기에 뵀을 때보다 가다듬어져서 이제는 더 이상 손댈 곳이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방송 형식을 놓고는 "큐시트를 만들면 그것을 '짜고 친다' 하니 '아무것도 없이 해보자' 했는데 대통령이 '오케이 해주셔서 참 감사하다"면서 "맨바닥에서 시작해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방송을 했던 사람으로서 대통령께 가장 죄송한 형식이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어제 자리는 대통령만 듣는 자리가 아니라 정치를 하는 모든 사람이 같이 봤어야 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고 정치권에 훈수를 두려고도 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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