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없는 생방송' 선전하더니 '정권 홍위병 방송' MBC 선별 거친 '잘 짜인 무대', 팬클럽미팅 방불
1만6000명서 걸러낸 '국민패널 300명' 질문자 17명, 대부분 미리 짠 듯한 좌파코드
'국회 탓' '다문화' '페미니스트대통령' '검찰개혁' '동성혼합법화' 등 코드질문 연속
"게임산업 질문있습니다"는 허공에...요청 빗발쳐도 '실시간 참여방' 꼬박 끼워넣은 MBC
'北과 평화경제' 코드 맞춘 대통령 등장 선곡...文 "제목은 모르지만 베트남전 때 나와"
"또 뵙습니다" "힘내세요 대통령님"...'대통령 문재인'만 두번째 만난 패널만 3명
"하나의 작은 대한민국이었다" 흡족한 文...배철수 "오늘의 이 거침없는 소통" 강조

5년 임기의 절반을 넘기고 후반부에 들어선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후 4번째로 이른바 '생방송 대화'를 선보였다. 외교안보와 경제 불안, 인사 실패와 독선적 국가 운영 후유증으로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TV를 통해 이뤄진 소위 '국민과의 대화'지만, 이번에는 친문(親문재인) '필터 버블(Filter Bubble)에 갇힌 듯한 쇼통(Show + 소통)으로 귀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필터 버블은 인터넷 및 소셜미디어 제공업체가 이용자마다의 관심사에 맞춰 걸러지고 편향된 정보만을 제공하는 기능을 가리키는 IT업계 용어로, 소셜미디어 활동으로 얻는 정보와 인맥이 '확증편향'성을 띠게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MBC는 19일 오후 8시부터 오후 10시15분여까지 서울 상암MBC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생방송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방영했다. 이른바 '국민패널' 300명이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문 대통령을 둘러싸고 방청석에 앉아 질문을 자청하면, 임의로 질문자를 선정해 문 대통령과 자유롭게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는 '각본 없는 생방송'이라는 게 청와대 등이 적극 피력한 이 방송의 콘셉트였다.

하지만 실상은 크게 달랐다. 메인 진행자를 맡은 방송인 배철수는 생방송을 마무리하는 시점 "오늘의 이 거침없는 소통이 대통령께 반대하는 분들께도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당부했다. 국민패널 300명이 모두 기립해 문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는 가운데였다. '대통령에게 반대하지 않는 사람들'만 모인 방송이었음을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게 만드는 한 단면이다.

11월19일 오후 8시부터 2시간15분여 동안 진행된 MBC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생방송이 마무리될 시점 문재인 대통령을 둘러싼 이른바 '국민패널' 300명이 문 대통령의 마무리발언 직후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는 모습.(사진=MBC '국민과의 대화'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이날 '국민과의 대화'에 앞서서는 현 정권 출범 이후 경영진-야권 방문진 이사진 축출로 '친문 지상파'로 변모한 MBC가 방송 주체라는 점이 우선 진정성있는 소통을 기대하기 어렵게 했다. 또 국민패널이란 이름의 생방송 참석자들은 MBC가 선별했다. MBC는 지난 10일부터 일주일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총 1만6000여명의 국민패널 참여 신청을 받고, 각자의 사연 및 사전 질문 요지를 제출받았으며, 전화면접 등을 거쳐 300명으로 압축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사인이 새겨진 이른바 '이니 시계'를 방송 참여 기념품으로 제공한다고 청와대와 MBC가 공지했던 만큼 친문성향 패널이 꾸려질 가능성이 처음부터 높았으며, 그 결과 '잘 짜인 무대'가 갖춰지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패널 선별방식을 두고 MBC 측은 "세대·지역·성별 등을 고려하고 노인·농어촌·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지역 주민 등을 배려해 국민 패널을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北과 평화경제' 文대통령 등장 선곡부터 "베트남전 때 발표된 평화의 메시지" 자막 띄운 MBC

사진=MBC '국민과의 대화'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국민과의 대화'는 도입부부터 배경음악 선정, 자막을 통한 문 대통령 코드 맞추기 흔적이 드러났다. MBC는 배철수의 소개로 문 대통령이 등장하던 시점, 비틀즈의 'All you need is love'를 배경음악으로 제공하며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7년 발표.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존 레논의 곡"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문 대통령이 친북(親北)노선을 '평화'로 강변해온 것과 무관치 않은 대목이다.

배철수가 '이 노래를 혹시 아시나'라는 취지로 묻자 문 대통령은 "제목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사랑 얘기에 관한 것"이라고 짐작했다. 뒤이어 배씨가 선곡 배경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연결시켰다. 해당 노래가 등장한 시기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가사 속에는 전혀 없지만, 그 당시 월남전 상황이었기 때문에 반전(反戰) 평화 메시지로 많이 읽혔지 않느냐"며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도 잘 됐으면 좋겠다"고 이른바 '평화 코드'를 꺼냈다. 

국민패널과의 문답 순서에 돌입할 때에도 배철수는 "사전 협의 없이 현장에서 질문자를 선택하고 답하는 형식"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질문기회는 1번씩"이라고 제한했다. 지난 1월10일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청와대 내외신 출입기자단의 재(再)질문을 차단한 채 진행된 것과 유사한 방식이 됐다. 

"사회적 약자" 배려했다더니...300명 패널 중 '대통령 문재인'을 두번째 마주한 사람만 3명

이날 방송에선 문 대통령을 두번째로 직접 마주한 인연을 스스로 강조하는 패널이 여럿 등장했다.

인천에서 다문화 학생 교사로 일한다는 패널의 질문에 이어 배철수의 지명으로 질문권을 얻은 이슬람교 신자 무함마드 사킵 씨는 "문 대통령님께서 만나서 반갑다"며 "한국에서 다문화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아내 김아름씨는 "취임하셨을 때 홍은동 자택에서 청와대로 떠나시기 전 저희 큰아들과 사진 찍어주신 게 있다. 오늘 또 뵙게 돼 반갑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아름씨는 남편 대신 질문에 나서 "아들들이 10년 뒤 군대를 간다고 생각하면, 무슬림 국가에선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지 않느냐"며 "앞으로 다문화 아이들이 군대에 갔을 때 나라에서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를 물었다. 

문 대통령은 무함마드씨에게 다시 질문토록 요청하면서 "아이들 군 복무에 대해 의견을 갖고 계신 게 있느냐"고 물었는데, 무함마드씨는 질문 없이 "대통령에게 이거 액자를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5월 문 대통령이 당선 직후 홍은동 자택을 나서 청와대로 향하는 길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직접 인화해 액자에 담은 것이었다. 문 대통령이 이를 받고 나자, 무함마드씨는 "문재인 대통령 우리 국민하고 다문화가정도 항상 같이 있습니다. 힘내세요 문재인 대통령님"이라고 찬사를 보낸 뒤 질문 없이 마쳤다.

사진=MBC '국민과의 대화'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 한국가죽산업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다는 고성일씨는 질문 초입부터 문 대통령에게 "7월1일 뵙고 또 뵙겠다"고 반가움을 표했다. 그는 질문지 낭독을 통해 2년 연속 법정최저임금 대폭인상과 중소기업계에서 준비되지 않은 주52시간 근로시간제 급속 도입에 대한 '대비책'을 문 대통령에게 물었다.

하지만 뒤이어 "700만 소상공인을 위해서 소상공인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해 각 부처에 나눠있는 소상공인지원정책을 일원화해 기획재정부 또는 국무총리실에 소상공인청을 신설해달라"고 정부지원책에 초점을 둔 견해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급속 인상을 놓고 한계근로자 실직과 자영업자 부담 가중 등 폐해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대한민국 전체로는 그것이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강변했다. 뿐만 아니라 국회가 소상공인 보호입법을 미뤄 부작용이 더 커졌다고 책임을 떠넘기는 함편 소상공인들에게 최저임금 급속인상보다 임대료 부담이 더 크다거나, 카드수수료 통제가 해법이라는 기존 여권의 논리를 되풀이했다.

락 그룹 '더 크로스' 보컬 출신 김혁건씨는 사지 중증장애인 패널로 등장해, 중증 장애인 활동보조사 인력들이 주52시간 근로 특례업종에서 배제돼 구인난이 심해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김혁건씨는 지난 9월20일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제19기 자문위원으로 위촉됐으며, 같은달 30일 청와대에서 민주평통 의장으로서 19기 자문위원 출범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과 악수한 인연이 있다.

대통령이 사연 알고 고른 첫 질문자, 눈물로 국회 지탄...국정책임자 추궁 드물었던 생방송

▲다문화 지원 강화 ▲시급한 모병제 도입 ▲동성혼 합법화 ▲개성공단 입주기업 정부 추가보상 ▲여권발(發) 검찰개혁론 지지등 '좌파 코드'가 짙게 깔린 질문이 많았던 점도 눈에 띄었다. 민감한 현안 관련 질문들 역시 문 대통령의 책임을 직접 묻는 대신 정치권을 싸잡아 지탄하거나, 현 정권에 불리하게 읽히는 키워드에 관해선 핵심을 비껴간 듯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문 대통령이 "참석했다는 보도를 봤다"며 직접 요청해 이날 첫 질문자로 선정된 박초희씨는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故) 김민식 군(9)의 어머니였다. 아들의 영정사진을 매고 나온 박씨는 울먹이며 질문에 나섰다. 그는 "스쿨존에서 아이가 차에 치여 사망하는 일이 없어야 하고 놀이공원 주차장에서 차량이 미끄러져 사망하는 아이가 없어야 하고 아이가 다치면 빠른 안전조치를 취하는 게 당연한 사회다. 아이가 타는 모든 통학, 등하원 차량이 안전한 통학버스이길 바란다"고 호소하며 "(유사한 사고로 숨진) 아이들의 이름으로 법안을 만들었지만 단 하나의 법도 통과하지 못한 채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여야 정치권을 지탄했다.

그러는 한편 문 대통령에게는 "대통령님이 공약하신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 2019년 내에 꼭 이뤄지길 약속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국회에 아직 법안이 계류 중이고 통과되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을 전해주신 것 같다"며 "국회와 협력해서 빠르게 법안이 통과되게끔 노력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스쿨존 전체에서의 아이들 안전이 훨씬 더 보호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최선을 다 해 노력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여당이 띄운 모병제, "제가 군대 가기 전까진 되나요" 물은 고1...임기 이후도 장담 못한 대통령 

강원도 횡성 민족사관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인 김동규 군은  "모든 남성이 국방의 의무를 져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징병제에 더 문제가 많다"며 "모병제를 장기적으로는 '해야 한다'고 하시는데, 이게 언제쯤 되겠나. 적어도 제가 군대 가기 전에는 될지 여쭙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아무래도 본인은 모병제 혜택을 못볼 것 같다"며 웃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이 최근 일부 보고서에서 월급 300만원 모병제론을 펴내며 논의를 촉발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임기 이후로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그는 "그렇게 강건한 체력이 필요 없는 분야도 (군에) 많이 있다"고 김동규 군에게 대안을 제시했다. 

사진=MBC '국민과의 대화'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검찰개혁 누가 못하게 하는지 우린 아는데 방송이라 얘기 못하네" 웃음 공유한 '국민패널'들

경기도 덕소에서 거주한다는 김석동씨는 '마무리 검찰장악'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공수처법 등 여권발 검찰개혁 관련 질문자로서 선택됐다.

김석동씨는 "아까 대통령 들어오실 때 눈물이 터졌다. 왜냐하면 많이 늙으셨다. 굉장히 힘드신 것 같다"고 문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패널 참여에 앞서 문 대통령의 자서전 4권을 읽었다며 그중 '운명'에서 "이미 2009년도 이전부터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알고 계셨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을 "불의에 저항하는 삶"을 살아왔다며 추켜세우는 한편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자리에 가셔서 2년 반이 지났는데 왜 이제서야 이게(검찰개혁이) 확 이슈가 됐는지"라고 말을 이어갔다. 나아가 김씨는 "(문 대통령이) 안하신 건 아닐테고 못하시면 누가 못하게 하는 건지 우리가 사실 아는데 누구라고 얘기는 못한다. 방송이라서"라고 야당을 조롱하는 발언을 했고, 진행자 및 패널들이 웃음으로 화답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답변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은 2가지"라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검찰에 대한 (선출직 공직자들에 의한) 민주적 통제"를 동시에 주장하는 모순을 보였다. 공수처 도입을 주장하면서는 "대통령과 대통령 주변 친인척, 특수관계자 권력형 비리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라는 사정기관들이 제대로 역할을 못해왔기 때문에, 그래서 국정농단같은 사건들이 자꾸 생겨난 것"이라고 전임 박근혜 정부 폄하 논리를 스스럼없이 댔다. 대통령 주변 친인척 및 특수관계자에 대한 감찰 기능은 청와대 옛 특별감찰반과 국회 추천으로 임명하는 특별감찰관 제도가 존재하지만, 문 대통령은 전자를 해체-재편하고 후자는 3년 넘게 임명하지 않고 있다.

"독재정권 겪고 민주주의 엄청 지지했는데 부동산 피해봤다" "집값안정 위해 보유세 높이자"

배철수가 '부동산 질문 받아보겠다'고 한 뒤 선택받은 여성 패널은 "저는 1953년생으로 대통령님과 배철수씨하고 똑같은 세대"라며 "이 나라 독재정권때부터 근대사는 다 겪었던 사람"이라고 운동권 지지성향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부동산 관련 "저희 104세 어머니부터 집안이 민주주의를 엄청 지지했는데 항상 피해보는 건 저희 집안이었다"며 소위 부동산 투기 해소정책으로 서민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며 "지금까지 부동산이 가격을 잡지 못하면 역대 정부가 늘 부동산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라고 '전임 정부 때리기' 답변을 내놨다. 그는 "대부분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고 (서울뿐만이 아닌) 전국적으로는 부동산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에서 전월세 가격이 정말 안정돼있지 않느냐"고 미확인 근거로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뒤이어 서울에 거주하는 워킹맘이라고 밝힌 이민혜씨는 "전국 집값은 안정화 추세라고 하셨지만 많은 경제인구가 사는 서울은 아무래도 안 그렇다"면서도 "다주택자들이 많이 놔주셨으면 좋겠다"며 "차라리 보유세를 높이고 양도세를 낮추는" 규제강화 정책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에서 수도권 3개 신도시에 30만호, 신혼부부용 주거 45만호 등 "공공물량을 늘리는 정책"이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차별' 거론하자..."페미니스트 대통령 감명깊다" "동성혼 합법화" 잇따른 코드 질문

차별이라는 키워드를 매개로 좌파 코드 질문이 추가로 나오기도 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여중생 최인화 양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고 선언하신 걸 매우 감명깊게 봤다"면서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성별임금격차가 부동의 1위"라며 문 대통령의 생각을 물었다.

경기 평택에서 거주하는 대학원생 이상훈씨는 "장애인, 성적 소수자, 난민, 이주민들에 대해 대통령이 딱히 포용적 정책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문 대통령이 제19대 대선후보 토론 당시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을 예로 들어 "굉장히 모순된 답변"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훈씨는 특히 문 대통령이 최근 종교계와의 간담회에서 '성소수자 차별과 박해에 반대하지만 동성혼은 시기상조'라는 언급을 한 뒤 주한 뉴질랜드 대사 '동성혼 부부'를 만찬에 초청한 것도 앞뒤가 안 맞다고 파고들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동성애 질문"이라는 언급이 들리자마자 고개를 떨군 채로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였다.

'남북관계' 키워드에 북측 입주 업자 패널만 2명 등장..."前정부 때문에 망했다" 

'남북관계'라는 키워드가 등장한 뒤에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표, 평양 1호점 입주 치킨집 운영자였던 패널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선택받는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의 일도 일어났다.

(주)나인 JIT 대표라고 밝힌 이희건씨는 지난 2016년 2월 연이은 북한 도발로 인한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저희 기업들이 엄청난 고통 속에서 아주 극한상황을 맞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국민들께서는 (입주기업) 전부가 다 충분히 보상받고 배상받은 것으로 알고 계시는데 저희 기업들은 전혀 동의 못한다"며 정부 지원을 요구했다.

"평양 개선문 앞에다가 100평짜리 치킨집을 만들어놓고 정부에서 막아서 망했다"고 주장하는 최원호씨도 등장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국내 가맹점 100여개를 보유한 치킨프랜차이즈 '맛대로 촌닭'을 운영하던 인물로,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에서 단행한 5.24 경제제재조치로 평양 1호점을 폐업하게 됐다. 평양 가게 문을 닫게 된 이유를 '전적으로 정부 탓'으로 돌리는 모습이다. 최씨는 지난 3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관련 고충을 전하며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오해하는 게 많은데, 남한이 오히려 북한보다 더 폐쇄적인 사회"라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최씨는 이날 생방송에서 "작년 대통령께서 평양 가실 때 제가 청와대에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제가 만든 치킨집에서 치맥파티를 하고 오시라'고 글을 올렸는데 아무 소식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10년째 쫄딱 망해서 피해보상도 아무것도 없는데 통일부에서 실태조사 한번 없었다"고 마찬가지로 보상요구에 나섰다.

경기도 안산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경미씨는 문 대통령에게 대북문제 관련 "2년 반 동안 엄청난 성과를 이루신 게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남북관계가 교착국면에 이르신 것도 사실"이라며 해법을 문의했다. 

"탈북민 단체 없애달라"는 탈북민, 제주 해군기지-제2공항 반대론자 패널도

탈북민 패널이 등장했지만 최근 최대 현안 중 하나로 떠오른 강제북송 의혹과 친북노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이례적인 모습도 있었다.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한 지 11년째라는 김지이씨는 "탈북민 단체가 60~70개가 생겼다"며 "이런 단체들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좀 없애달라"고 주장해 의문을 자아냈다. 

다만 김씨는 탈북민에 대한 세심한 법률상담 등 지원을 요구하고, 다문화 정책에 우호적인 만큼 탈북민 지원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이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탈북민의 지위에 대해 "우리 헌법정신에 의하면 우리 국민"이라며 "차별없이 그분들을 받아들이고 또 정부단체에서 그분들에게 보다 많은 지원을 하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생방송 말미에는 패널들의 질문요청이 쇄도하는 가운데, 배철수가 '가장 멀리에서 오신 분'을 거듭 강조하며 제주도 거주자인 패널을 선정했다. 17번째 마지막 질문자로 선정된 이 패널은 "지금 제주도는 제2공항 때문에 많은 갈등을 겪고 있다"며 제주공항 제2공항 신설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 제주도는 이미 강정 해군기지 때부터 많은 홍역을 겪어왔지 않느냐"고도 해, 사실상 강성좌파진영과 궤를 같이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 앉혀놓고 "가장 큰 권력자는 검찰" 화면에...패널도 무시한 '온라인 참여방 질문' 우겨넣기

사진=MBC '국민과의 대화' 방송화면 캡처
사진=MBC '국민과의 대화'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이처럼 MBC는 이날 '작은 대한민국'이라는 미명 아래 국민패널 300명을 한 자리에 모았지만, 17명만을 질문자로 선정했고 그 중에서도 특정 키워드와 좌파코드로 연계된 패널이 대부분이었다. 당초 예정된 질문시간 100분을 채우고, 15분을 초과하기까지 하는 동안 나머지 패널들은 질문 기회를 얻기 위해 앞다투어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 청년은 "게임산업 관련 질문 있습니다"라고 계속해서 외쳤지만, 문 대통령이나 배철수 보조 진행자인 MBC 아나운서들도 그를 지명하지 않았다. 

MBC는 방송 도중 현장의 300명으로부터 쇄도하는 질문 요청을 외면하고 온라인상의 이른바 '실시간 참여방'으로부터 자체 선정했다는 질문 리스트를 화면에 띄워 문 대통령에게 진행자들이 직접 질의하는 데 시간을 들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번에 그치지 않고 수차례 반복됐다는 점에서 방송 진행 자체가 껄끄럽지 못함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MBC 측이 화면에 띄운 질의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권력자는 검찰이 아닌가요?"라는 친문진영의 일방 주장이 섞여 있었다. MBC에서 인터뷰한 시민들의 질문을 모아 편집한 영상에선 '홍콩 사태에 대한 대통령 입장' 물음이 있었지만 현장에선 거론되지 않았다. '20대 지지율 이탈'과 '한·일 지소미아 종료' 관련 입장 등 진행자 측이 선별한 질문 후에는 문 대통령으로부터 준비된 듯한 답변이 나왔다. MBC는 1만6143명분의 사연 및 질문을 접수했다며 청와대의 소통 노력을 '대리 과시'하는 듯한 행보도 보였으나, 300명 선정한 패널들과의 소통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실책을 감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진=MBC '국민과의 대화'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문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 이날 생방송을 "하나의 작은 대한민국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한 뒤 "질문 형식을 취했지만 여러분들이 저에 대해 많은 의견을 주신 거라고 생각한다. 그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서 국정에 반영하고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임기 절반 국정에 대해선 일단 "평가는 전적으로 국민께 달려있다"고 해놓고, "임기 절반동안 올바른 방향을 설정했고 기반을 닦았고 드디어 싹이 돋아나고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즉각 자평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뒤이어 "임기 절반이 지났을 수도 있고 남았을 수도 있는데, 임기가 절반이(나) 남았다"고 언급한 문 대통령에게 패널 300명은 일제히 환호성과 함께 기립박수를 보냈고, 배철수는 "오늘의 이 거침없는 소통이 대통령께 반대하는 분들께도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하면서 생방송이 마무리됐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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