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환노위원장 "정기국회중 정부는 행정조치 예고 엄포, 與 난데없이 ILO 비준법안과 연계로 제동"
"특별연장근로 인가요건 완화 이미 시작...주52시간 위반 처벌 계도기간 연장도 근본대책 아니다"
"주52시간제 덜컥 도입해 망친 경제, 회생불가 빠뜨리나...'일할 권리' 빼앗으면 사회주의 국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민주당 "6개월" 한국당 "1년, 정산기간도 3개월로" 이견 팽팽
與이인영 "선택근로-탄력근로-특별연장근로 모두 확대하자는 한국당 사회갈등만 증폭" 비난
고용부 행정조치 발표엔 입법지연 탓하며 "정부가 법 아닌 수준서 가능한 걸 하겠다는 고육책" 두둔
한국당 "민노총 눈치보며 '뿌리 썩는데 물뿌리기', 열매 안 열린다...기업계 모든 건의 논의시작해야"

문재인 정권 들어 지난해 2월말 국회를 통과, 올해 1월부터 300인이상 사업장부터 시행된 주52시간 근로제가 내년 1월 50인~299인 중·소사업장에도 적용되기까지 한달 반도 채 안 남았다. 중소기업 대다수가 '범법자'로 내몰린다는 위기감과 비판이 고조된 가운데, 현행 근로기준법상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연장을 위한 국회 입법 논의가 진행돼왔다. 

하지만 18일 고용노동부가 특별연장근로(주당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초과한 노동) 인가 사유를 완화하고 처벌 유예기간인 계도기간을 늘리는 '시행규칙' 개정 방침을 들고 나오자, 야권에서는 "정부·여당이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훼방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 "탄력근로제 보완입법의 정기국회 내 처리를 정부와 여당이 훼방놓고 있다"며 "또 행정입법으로 국회 무력화하는 정부의 특별연장근로 예고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1월14일 오후 2020년도 정부예산안 심의 차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김학용 환노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학용 환노위원장은 "지난해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주휴수당을 시행령으로 강행한 정부가 이번엔 주52시간 근무시간제와 관련해 특별연장근로라는 행정조치를 예고하고 나섰다"며 "여야 협상이 한창인 국회에 정부가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는 그동안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합의한 '6개월'로 합의하는 대신,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기업의 연구개발(R&D) 분야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선택근로제(주당 총 근로시간을 유지한 채 일별 근로시간을 안배) 3개월 연장과 특별연장근로시간 완화를 요구해 왔다"며 "이미 경제위기를 실감한 대통령의 보완입법 지시와 맥을 같이하는 제안으로 경제회생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정부는 정기국회가 20여일이나 남은 시점 뜬금없이 '행정조치' 예고로 주52시간 근로제를 보완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고, 여당은 난데없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을)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법안과 연계하겠다고 나서는 등 탄력근로제 보완입법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내일(19일)로 예정된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행정조치 카드를 꺼낸 정부나, 총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상황에서 촛불청구서를 요구하는 노동계 눈치를 살피는 여당의 이런 태도로는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오늘 발표한 내용은 이미 시행 중이거나 예상 가능한 일로 정부가 굳이 이 시점에 국회를 압박하고 나설 필요가 없다"며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발생' 이외 사유로의) 특별연장근로 인가요건 완화는 이미 일본발(發) 수출보복에 따라 정부가 일부 시행하고 있고 또 완화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주52시간제 위반도 이미 처벌을 유예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계도기간 확대로는) 범법 상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한다"며 "대책이라 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특별연장근로 조치 자체가 정부의 인가사항이어서 기업마다 정부 허가, 노동계와 합의 등 이중삼중의 규제에 직면하므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담만 늘리는 현실을 개선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애초 심도있는 논의 없이 덜컥 주52시간제를 도입해 경제를 망쳐놓더니 이제는 보완이란 이름으로 경제를 회생불가 상태에 빠뜨리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며 "나 자신과 가족, 회사와 국가를 위해 일할 권리마저 빼앗는다면 이미 대한민국은 사회주의 국가가 됐다는 반증일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어 "노사가 고용과 임금을 함께 높여나가면서 상생을 도모해 나가는 것이 국민경제를 살리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길일 것"이라며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국민을 바라보고 보다 신중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보완입법 논의에 임해 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11월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고용부의 행정조치 발표에 대해 여당은 '국회 입법논의 지연 탓'을 하며 두둔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은 경사노위에서 합의된 탄력근로제 6개월을 넘어 추가적인 '유연근로제(안)'도 수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제도의 근본적 취지까지 완전히 붕괴시키려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선택근로제, 탄력근로제, 특별연장근로제 단위시간을 모두 확대하자는, 심지어 1년으로까지 늘리자는 한국당 주장은 오히려 사회적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고용부 발표 관련 질문을 받고 "정부가 법이 아닌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일정한 부분에서의 고육책"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재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탄력근로제 기간을 1년으로 늘리는 동시에 현행 1개월인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3개월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환경노동 전문위원을 겸하고 있는 황규환 청년부대변인.(사진=페이스북 캡처)
자유한국당 환경노동 전문위원을 겸하고 있는 황규환 청년부대변인.(사진=황규환 부대변인 페이스북)

같은날 한국당에서는 당 환경노동 전문위원을 겸하고 있는 황규환 청년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고용부의 행정조치 발표에 대해 "뿌리가 썩고 있는데 급히 물 뿌린다고 열매가 열리지 않듯이, 기업은 죽어가고 있는데 급한 불부터 꺼보자는 미봉책으로 기업이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나진 않는다"고 비판했다.

황규환 청년부대변인은 "정부는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처리가 어려울 것이란 핑계를 대지만, 사실상의 '입법부 패싱'이고 본질적 문제는 외면한 수박겉핥기식 대책에 불과하다"며 "상황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정부여당은 대통령 눈치, 민노총 눈치만 보며 두 손 놓고 있었다"고도 했다.

또한 "IT업계를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선택근로제의 '선'자도 꺼내지 못하게 하고, 유연근로제 논의를 ILO협약 비준과 연계한 장본인이 바로 정부여당"이라며 "민노총의 촛불청구서에 발목잡힌 여당이야말로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정기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라도 정부여당은 선택근로제를 포함한 기업계의 모든 건의사항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