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시대 탐험기] 미친 '재정 포퓰리즘 시대'를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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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11.18 11:11:04
  • 최종수정 2019.11.18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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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 세대는 자식들은 보다 더 좋은 직장, 보다 좋은 나라에서 살도록 하기 위해 주린 배 움켜쥐고, 허리띠 졸라매고 땀 흘려 일했다. 오대양 육대주 물불 안 가리고 뛰어다녔다. 지금 세대는 나부터 잘 살고 잘 먹고 잘 놀자고 열심히 빚내서 다음 세대에 그 부담을 떠넘기기 바쁘다. 이러고도 미래를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가?

문재인 정부의 ‘재정 포퓰리즘’이 폭발하고 있다. 복지, 기초연금, 아동수당, 일자리 등에 세금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올해 복지·보건·노동 예산이 161조원, 내년에는 181조원이다. 올해 국방예산 46조 6,971억 원의 3.4배를 복지와 보건, 노동을 위해 썼다. 세금이 남아돌아 보건 복지 노동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돈이 없어도 빚을 내서 마구 퍼붓는다. 수치로 살펴보면 더 실감이 난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재정증권을 49조 원 발행했다. 지난 2011년 이후 최대치다. 말이 좋아 재증증권이지, 이것은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다. 돈이 없으니 급전을 빌린 것이다. 이렇게 빌린 급전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참으로 웃기는 곳에 지출한다.

서울시는 ‘청년수당’이란 이름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34세 미취업 청년에게 길게는 6개월까지 한 달에 50만원 지급한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안심하고 취업 준비를 하라는 명목으로 주는 세금이다. 지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청년수당을 받은 사람은 2만 217명, 이들에게 지급된 돈은 총 518억 원.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저소득층 마스크 보급’에 574억 원을 책정했다. 저소득층 246만 명에게 1인당 연간 50매씩 돌아간다. 여성가족부는 저소득층 만 11~18세 청소년에게 생리대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청소년에게 생리대 나눠주는 예산이 올해 67억 6,400만 원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사업들이 현장에서 시행되는 과정에서 제멋대로의 기준, 행정 편의 발상,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는 인간 본성이 작동하면서 줄줄 새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시행 중인 ‘청년수당’은 심사 과정이 너무 허술하여 일반 대학생이나 휴학생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수당을 받아 챙기고 있다.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저소득층 마스크 보급도 마을회관(경로당)에 수백 개씩을 나눠주는 바람에 뜯지 않은 마스크가 줄줄이 쌓여 있었다.

일 안하고 놀아야만 연간 2,100만원을 주는 나라

서울시는 지난해 11억 8,9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미세먼지 마스크 200만개를 시내 경로당에 뿌렸다. 올 4월에도 12억 2,000만원을 들여 118만개를 보급했고, 이달 말까지 15만개를 추가 배포할 예정이다. 마스크가 남아돌아 골치인 서울시내 한 아파트 단지 마을회관에도 11월 중 또 마스크가 들어온다.

더 재미있는 통계도 있다. 4인 가족 중 아무런 소득이 없을 경우 정부는 생계 및 주거 급여를 통해 2,100만 원 정도를 준다. 4인 가족 중 소득이 없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만 이 돈을 주므로, 아무 일도 않고 앉아서 놀아야 이 기준이 충족된다. 이쯤 되면 누가 열심히 땀 흘려 일을 하려 할 것인가.

국가 예산은 거의 눈 먼 돈이나 마찬가지이니 먼저 가져가는 사람이 주인인 세상이 되었다. 국가 예산은 공무원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을 갈취해다가 긴급한 필요도 없는 곳에 퍼준다면 누가 납세의 공정성을 긍정하겠는가.

이런 황당한 보도들을 접하다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새마을운동 관련 세미나에서 정신이 번쩍 드는 자료를 발견했다. 이날 발제에서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전 KDI 원장)는 한국은 박정희 시절에 고성장과 양호한 소득분배를 동시에 달성했는데, 그 이유는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신상필벌의 원칙을 엄격히 지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금처럼 저소득층,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정부가 무조건 돕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땀 흘려 노력한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어 누구나 스스로 노력하여 열심히 잘 살 수 있다는 신념과 확신을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새마을 정신은 사무엘 스마일즈의 『자조론』과 동일

이러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원칙은 사무엘 스마일즈가 저술하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자조론(自助論)』의 핵심이다. 의사 겸 작가인 스마일즈는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100명이 넘는 위인들의 생애와 업적을 분석한 결과 개인의 행복과 성공은 국가나 제도, 출신배경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스스로 도우려는 정신, 즉 자조(Self-Help)에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또 스스로 성공한 다음에는 자기이웃과 사회에도 공헌하라는 내용이다.

박 대통령의 새마을운동 철학인 근면·자조·협동이 스마일즈의 『자조론』과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사실은 1972년 4월 10일 월간경제동향보고 회의 때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에서 발견된다. 이날 박 대통령은 “전국을 다녀보면, 새마을운동을 잘 하는 부락도 있고, 시원치 않은 부락도 있다. 잘 하고 있는 부락에 대해 사기를 북돋아 주고, 뒤에서 뒷받침을 해 줘서, 이런 부락들이 모두 앞서 갈 수 있도록 정부는 뒷받침 해줘야겠다”고 말한다.

당시 농어촌에 전기가 들어가는 마을의 비율이 10% 정도였다. 전기 보급이 시급했는데, 전기 가설 공사도 열심히 노력하는 마을부터 넣어주라고 지시한다. 관련 내용을 소개한다.

“농촌을 빨리 근대화하기 위해서, 내가 보니까 가장 급한 것이 전기입니다. 전기도 의욕적으로 일하는 부락에 넣어주면, 전기를 가설해 주는 데 드는 그 예산의 몇 배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락에 넣어주면, 전깃불 밑에서 화투나 치고 노름이나 하고 쓸데없는 짓들을 하기 때문에 이런 부락보다는 새마을운동을 아주 성공적으로 잘 한 부락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전기를 넣어 주어야 합니다.”

1973년 정부는 전국의 모든 마을의 실태를 조사하고 전국을 마을을 세 등급으로 나누어 마을마다 등급을 부여했다. 등급의 기준은 마을에 건전한 리더십이 존재하는지, 그에 의한 공유재산과 공동사업은 잘 운영되고 있는지, 주민의 소득수준은 얼마인지, 도로나 환경이 얼마나 정비되어 있는지 등이었다. 정부가 정한 마을의 등급은 다음과 같았다.

◇자립마을 : 리더십이 건전한 가운데 공동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마을(2,300개)

◇자조마을 : 리더십과 공동사업이 불충분한 마을(1만 4,000개)

◇기초마을(underdeveloped village) : 리더십과 공동사업이 없는 저개발의 후진 마을(1만 8,400개)

엄격한 요건 충족해야만 승급 가능

정부의 지원은 자립마을을 중심으로 차별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자 지원에서 배제된 마을들이 분기하여 새마을운동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각 마을은 정부의 지원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되었고,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협동 단결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됐다. 잠잠했던 농촌 마을들이 너도나도 자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자조마을이나 기초마을들은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자립마을로 승격하는 것이 아니다. 농촌도로, 주거환경, 영농기반, 협동생활 등의 분야에서 엄격한 자격요건을 갖춰야만 승격할 수 있었다. 자조마을이 자립마을로 지정되려면 다음과 같은 요건이 충족되어야만 승격이 가능했다.

자료: '한국의 경제 사회적 변혁과 새마을운동의 역할'(김준경 KDI 국제대학원 교수 세미나 발표자료)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마을 주민들의 노력과 부담, 재산 희사, 공동사업이 필수적이었다. 마을 안길을 넓히고 마을회관을 짓기 위해 토지를 가진 사람은 토지 희사하고, 얼마씩을 갹출하고, 노동력을 제공하여 여건을 충족시켰다.

지도자가 앞장서고, 주민들은 협조하고

이처럼 마을 주민들이 땅과 돈, 노동력을 지원한 토대로 새마을운동이 진행된 사실은 김준경 교수가 소개한 전남 나주군 문평면 옥당리 금옥마을의 새마을 지도자 양일선 씨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다. 금옥마을은 1977년 기초마을에서 자조마을로 승급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의 헌신을 양일선 씨는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1977년 봄, 폭이 2m 가량으로 좁은 마을 안길 1.2km 정도를 경운기가 다닐 정도인 6m 정도로 넓히려 하는데, 토지가 편입되는 주민들이 땅을 못 내놓겠다며 거세게 반발하는 거예요. 그래서 당시 새마을 지도자인 이복렬 씨와 청년회장인 제가 먼저 땅 200평을 희사하고 나서 가가호호 방문해 주민들을 설득한 끝에 확장을 성사시키기도 했지요.

도로를 넓히고 나서 마을회관을 짓기로 했는데, 또 부지 확보문제로 사업이 난관에 봉착해요. 이를 안타깝게 여긴 마을 주민 황해봉 씨가 부지 매입비로 100만 원을 희사해서 이 돈으로 땅 300평을 사서 현대식 복지회관을 건립, 마을 발전의 요람으로 활용했습니다.”

자료: '한국의 경제 사회적 변혁과 새마을운동의 역할'(김준경 KDI 국제대학원 교수 세미나 발표자료) 

김준경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새마을 사업 과정에서 투입된 재원은 1971년부터 1980년까지 총 사업비 중 정부 지원이 51%, 주민 부담이 49%였다. 이러한 ‘스스로의 노력’이 발전의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을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이해하고 있을까?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전 국민을 무상, 공짜 등으로 현혹하여 국민성을 망치고 있다. 그것도 문재인 대통령과 그 정권 핵심 관계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아니라 국민 세금을 빼앗아다가.... 

자료: '한국의 경제 사회적 변혁과 새마을운동의 역할'(김준경 KDI 국제대학원 교수 세미나 발표자료)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가동

마지막으로 새마을운동의 성공은 철저한 평가와 관리감독을 통해 부정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 점을 들 수 있다. 정부는 1970년 전국 3만 3,267개 마을에 각 마을마다 335포대의 시멘트를 지원했다. 다음해 전국의 마을을 조사 평가하여 성과가 좋은 1만 6,600개 마을에만 시멘트 500포대와 철근 1톤을 지원했고, 나머지 16,667개 마을에는 지원을 중단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정부는 시멘트의 부정유용 방지를 위해 각 마을의 시멘트를 사용하고 난 빈 포대를 읍면사무소를 통해 군청에 반납토록 했다. 반납된 빈 포대는 군수가 이것을 팔아 다음 해 새마을 사업 예산에 사용하도록 했다. 군부대에서 사격 훈련 후 탄피를 주워 반납하는 제도를 새마을운동에 적용한 것이다. 날짜별로 반납된 빈 포대를 확인하는 대장을 만들어 이를 철저히 관리 감독하여 단 한 포대의 시멘트도 부정 사용되는 것을 막았다.

자료: '한국의 경제 사회적 변혁과 새마을운동의 역할'(김중경 KDI 국제대학원 교수 세미나 발표자료)
자료: '한국의 경제 사회적 변혁과 새마을운동의 역할'(김준경 KDI 국제대학원 교수 세미나 발표자료)

문재인 정부의 복지 포퓰리즘, 줄줄 새는 복지 예산을 보면서 새마을운동을 떠올린다. 나라난 같은 나라이되, 어찌 이렇게 행정수준, 국가운영 수준에 차이가 나는 것일까. 이것이 ‘군사정부’와 ‘민주정부’의 차이일까?

우리 부모 세대는 자식들은 보다 더 좋은 직장, 보다 좋은 나라에서 살도록 하기 위해 주린 배 움켜쥐고, 허리띠 졸라매고 땀 흘려 일했다. 오대양 육대주 물불 안 가리고 뛰어다녔다. 지금 세대는 나부터 잘 살고 잘 먹고 잘 놀자고 열심히 빚내서 다음 세대에 그 부담을 떠넘기기 바쁘다. 이러고도 미래를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가?

김용삼 대기자 dragon0033@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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