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고노 가운데 선 에스퍼 "동맹, 동맹 맞죠?"...韓美日 국방장관 회담서도 지소미아 해법 못찾아
정경두-고노 가운데 선 에스퍼 "동맹, 동맹 맞죠?"...韓美日 국방장관 회담서도 지소미아 해법 못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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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17일(현지시간) 오전 한·일-한·미 국방장관간 접촉이 있은 뒤 오후 중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이 열렸지만, 문재인 정권의 파기 결정 이후 종료를 닷새 앞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놓고 극적인 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협정 상대국인 한·일 사이에서 미국은 양측에 지소미아 연장을 거듭해서 촉구했다.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은 이날 오후 1시35분(한국시간 오후 3시35분)부터 태국 방콕 아난타라 리버사이드 리조트에서 만나 1시간15분간 회담을 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가운데)이 11월17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아난타라 리버사이드 리조트에서 열린 한미일 3국 국방장관 회담 시작에 앞서 정경두 한국 국방부 장관(왼쪽)과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오른쪽)을 번갈아 쳐다보며 "동맹, 동맹, 맞죠?"라고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보였다.(사진=연합뉴스)

각국의 국방 수장들은 태국에서 개최된 아세안확대 국방장관 회의(ADMM-Plus)를 계기로 만났다. 3국 국방 회담에서 에스퍼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는 동맹국 간의 정보 공유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은 우리가 앞을 내다보며, 우리의 노력을 해치고 중국과 북한에 이익이 되도록 하는 문제를 극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중국에 맞서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이 유지돼야 한다는 차원이며, 지소미아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미측 입장을 피력한 셈이다.

앞서 에스퍼 장관은 지난 15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도 "지소미아가 종료되거나 한·일 관계가 갈등·경색 국면에 놓일 경우 이득을 보는 곳은 중국과 북한"이라고 한 바 있다.

에스퍼 장관은 또 이날 "미국은 '최종적으로 완전히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의 집행 노력에 한국과 일본이 크게 기여하기를 바란다"며 "한미 양국 국방 파트너십은 우리가 공유하는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베이징은 전략적 목표와 다른 국가로의 확대를 위해 강제와 협박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은 중국과 건설적인 관계를 추구하며, 잘 확립된 국제 규칙과 규범을 준수하는 데 있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스퍼 장관은 한국과 일본 양쪽 국방 장관을 가운데서 설득하는 듯한 모습도 취했다. 회담 전 3국 국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에스퍼 장관이 가운데 서고 양 옆으로 정경두 장관과 고노 방위상이 섰다. 

자리를 잡은 에스퍼 장관은 두 장관의 손을 잡고 양옆으로 돌아 보며 "(한미간) 동맹, (미일간) 동맹 맞죠?(allies, allies, right?)"라고 했다. 당초 굳은 표정으로 어색해하던 한·일 국방장관은 웃음을 보였다.

아세안확대 국방장관 회의(ADMM-Plus)를 계기로 11월17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아난타라 리버사이드 리조트에서 열린 한미일 3국 국방장관 회담이 진행 중인 모습.(사진=연합뉴스)

정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고노 방위상과는 오전에 양자회담을 통해 많은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앞으로 더욱 자주 만나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인 관점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오전 중 회담 직후에는 "원론적 수준의 얘기를 나눴다"고 취재진에 언급한 바 있어 '외교적 수사'에 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최근 지역 내 안보 환경을 보면 과거 갈등과 대립의 대결 구도로 되돌아가느냐, 밝은 미래를 향해 협력 상생의 새 시대로 향해 가느냐는 역사의 기로에 서 있다"고 했다. 6.25 전쟁 가해국인 북·중과의 대립구도에 대한 '망각'을 유도하고 있는 현 정권의 논리를 되풀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은 "최근에는 인접 우방국인 한일 간에도 역사 정치 경제 문제로 안보협력이 크고 작은 난관에 봉착해 있는 안타까운 순간"면서 "이 회의를 통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안정을 위해 한미 안보협력 모멘텀을 잇는 것이 중요하고, 한미일 3국 공동 가치와 안보 이익을 바탕으로 현재 관계가 발전되길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고노 방위상은 "우리는 아직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폐기에 구체적인 진전을 보지 못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미국, 한국의 방위 당국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3국 간의 방위 협력을 지속적으로 증진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했다. 지소미아 연장은 물론 한미일 방위협력 증진을 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을 겨눠 "북한은 올해 새로운 유형의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포함해 20건 이상의 미사일을 반복 발사했다"며 "(북한에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으며 우리는 가장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탄도미사일의 반복 발사는 일본과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했다.

그래픽=연합뉴스

다만 3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지소미아 연장에 관한 새로운 결정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미일간 군사정보공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결의 이행 등에 관한 포괄적인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방부는 회담 후 보도자료를 통해 "3국 장관은 한미일 3국이 주도하는 3자 그리고 다자 안보협력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정보공유와 고위급 정책협의, 연합훈련을 포함해 3국 안보협력을 증진시켜 나가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철통같은 안보공약을 재확인했으며, 3국 장관은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3국 장관은 기타 역내 안보현안들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규범에 기초한 질서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모든 분쟁이 국제법 원칙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 보장이 거론된 것은 남중국해 등 해역에서 패권주의를 드러내 온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방부는 "3국 장관은 역내 국가 간 군사적 신뢰구축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 달성을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에 한미일 3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각국의 평가를 공유하고, 관련 동향을 계속 주시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또한 "3국 장관은 북한의 불법 해상환적을 억제, 방지 및 근절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국제협력을 포함하여, 유엔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한다는 국제사회의 공약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11월15일 청와대로 일제히 내방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 등 미군 수뇌부 인사들을 접견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한편 앞서 에스퍼 장관,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마크 밀리 합동참모의장, 랜들 슈라이버 국방 차관보 등 미군 수뇌부는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동행한 가운데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지소미아 연장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이때 문 대통령은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과 군사 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대통령의 완강한 발언의 영향인 듯, 이틀 뒤 태국에서 열린 한일-한미일 국방장관 연쇄회담에서도 미측의 중재·촉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타협점이 도출되지 않은 모양새다. 

두 회담 중간에 한미 국방장관이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앞서 한차례 대대급 이하로 축소 실시를 검토했던 올해년도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것이 유일한 표면상의 변화였다. 미북 비핵화 대화 촉진을 명분으로, 해마다 실시해온 대규모 공중연합훈련 '비질런트 에이스'를 2년째 무력화한 결정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유엔총회 위원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과 관련해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핵 문제가 논의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적반하장' 격의 새로운 요구를 들고 나와, 외교안보적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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