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범죄' 공소시효 끝나는데 검찰 수사의지 전혀 없어
박근혜 이명박 정권 사안은 먼지털이 수사하는 것과 대조적
제1야당이 거듭 수사 촉구했지만 외면
문무일-윤석열 등 검찰간부 직무유기 비판 여론 확산

문무일 검찰총장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사진=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사진=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一家)의 640만달러(현재 환율로 약 68억 8000만 원) 뇌물수수 사건의 공소시효가 21일 24시(22일 0시) 만료된다. 공소시효란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어떤 범죄사건에 대한 형벌권이 소멸하는 제도로 공소시효가 만료되면 범죄 혐의가 명백하더라도 사건에 대한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이른바 '적폐 청산'이란 이름 아래 비(非)좌파정권인 박근혜 이명박 정권 인사들을 상대로 '먼지털이식 수사'로 잇달아 칼을 휘두르고 있는 검찰이지만 대형 권력형 비리였던 '노무현 일가 수뢰 사건'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공소시효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잇달아 촉구하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았던 문무일 검찰총장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관계자들의 직무유기와 편파적 검찰권 행사에 대해서는 나중에라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무현 일가 640만달러 뇌물 사건은 노 전 대통령의 대표적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그룹 회장이 '핵'이었던 '박연차 게이트'의 한 줄기로, 이른바 '봉하대군'으로 불리던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가 2008년 말 구속된 뒤 불거졌다. 

당시 노 전 대통령 본인(피의자 신분)은 물론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노건호씨, 딸 노정연씨 내외와 조카사위 연철호씨까지 전원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수사가 진척되면서 노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인 2007년 6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64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100만달러는 권양숙 여사가 정상문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서 직접 받았고(2007년 6월 박연차→권양숙), 500만달러는 박연차 회장이 연철호씨 계좌로 송금(2008년 2월22일 박연차→연철호·노건호, 공소시효 시작 기준일)했다는 '팩트'는 검찰과 노 전 대통령 측 모두 인정했다. 또 노정연씨는 2007년 9월 박 회장으로부터 40만달러를 받아 미국 주택 매매 계약금으로 사용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100만달러는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요구"했고, 500만달러는 "대통령을 보고 줬다"는 박 회장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에 소환될 위기에 놓인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23일 새벽 경남 김해 사저 뒷산 부엉이바위로 올라가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노 전 대통령이 숨지면서 해당 '포괄적 뇌물' 혐의 사건 수사는 '공소권 없음' 처리됐지만 권양숙 여사 등 다른 연루자에 대한 공소시효는 남아 있는 상태였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뒤 '적폐 청산'이란 미명 아래 전임 박근혜·이명박 정권 수뇌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자, 자유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는 같은해 10월13일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장남 노건호씨 등 5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그러나 전임 대통령 일가가 연루됐음에도 이 사건은 특수부가 아닌 형사6부(부장검사 박지영)에 배당되는 데 그쳤다.

게다가 넉 달 가까이 수사가 아무런 진척이 없자, 올해 2월8일 한국당 김성태 원내지도부는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문무일 현 검찰총장에게 "노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달러 수수의혹을 조사해달라"는 서한을 전달했고 "야당에 대한 보복수사를 멈추라"고 거듭 촉구했다. 10개월 가까이 제1야당이 재수사를 촉구한 데 이어 직접 항의방문까지 했지만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 직전까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자료
사진=연합뉴스 자료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왼쪽에서 다섯번째) 등 원내지도부가 지난 2월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검찰의 공정수사와 정치탄압중단을 촉구하는 항의 서한을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전달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왼쪽에서 다섯번째) 등 원내지도부가 지난 2월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검찰의 공정수사와 정치탄압중단을 촉구하는 항의 서한을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전달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당이 문무일 총장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가운데, 검찰이 이대로 공소시효를 넘긴다면 현 정권 검찰의 행태 및 현재 진행중인 각종 수사에 대한 비판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현 정권과 검찰 수뇌부가 주장하는 '적폐청산' 구호의 대(對)국민 설득력도 크게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한 20일 의원총회에서 "20대 국회 들어서면서 한국당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이미 5명이 의원직을 상실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재판을 치르는 과정이 있었지만 단 한명의 의원직 박탈이 이뤄지는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어느 단체, 어느 조직에서든 한국당 의원과 관련된 문제제기 의혹만 있으면 검찰은 만사 제쳐두고 신속한 수사를 일삼고 있다. 엄청난 과잉 정치보복의 수사가 하루도 그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뒤, "한국당이 지난해 노무현 일가의 640만불 부정의혹에 대해 그렇게 검찰수사를 촉구하고 고발조치했지만 아직까지 캐비넷에 잠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오로지 한국당 국회의원 때려잡는 데만 혈안이 된 대한민국 검찰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검찰이냐"고 되물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