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협 3기 의장' '임수경 밀입북 주역' 任, "예나 지금이나 제 가슴엔 같은 꿈"
2년前 국감서 野전희경 "통진당-전대협 동일강령 '진보적민주주의' 추종하나"
당시 任 "매우 모욕감 느껴. 그게 질의냐" 반발하면서도 입장 제대로 안밝혀
'정치 1번지' 종로 지역구 출마 후보군은 정세균-이낙연으로 좁혀지는 듯

'문재인 청와대 1기 비서실장' 직을 내려놓은 후 제21대 총선 서울 종로구 출마가 예상돼 온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17일 사실상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제도권 정치를 떠나 이른바 '통일운동'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종석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2000년에 만34세의 나이로 16대 국회의원이 됐다. 어느새 20년의 세월이 흘렀다"며 "저는 이제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 먹은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고 밝혔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왼쪽은 임수경 밀입북 사건 계기 징역형 선고 당시 모습)이 11월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21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사진=소셜미디어, 페이스북 캡처)

그는 자신의 정치경력 중 "대선 캠페인부터 비서실장까지 문재인 대통령님과 함께 한 2년 남짓한 시간은 제 인생 최고의 기쁨이고 보람이었다"며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예나 지금이나 저의 가슴에는 항상 같은 꿈이 자리잡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공동번영, 제겐 꿈이자 소명인 그 일을 이젠 민간영역에서 펼쳐보려 한다"며 "서울과 평양을 잇는 많은 신뢰의 다리를 놓고 싶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의 이날 탈(脫)정치권 선언으로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 지역구 출마설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종로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前국회의장)의 지역구로, 차기 총선 후보군으로 정세균 의원은 물론 여권 유력 대권후보군인 이낙연 현 국무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전대협 3기 의장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경찰 수배서/

임 전 실장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이라는 미사여구로 포장한 '통일운동'의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임 전 실장은 지난 1989년 한양대 총학생회장으로서, 2년 전 조직된 반미친북(反美親北) 대학생운동조직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을 지냈다.

전대협은 1988년 8·15 남북학생회담, 1989년 임수경 밀입북, 1990년 8·15 범민족대회 등을 주도하며 정치권 안팎에 파장을 일으켰다. 임 전 실장은 3기 의장 시절 임수경씨(후일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의원 역임)를 북한 세계평양청년축전에 '남한 대표'로 밀입북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당시 경찰의 지명수배가 내려졌고, 신출귀몰하게 도주하면서 임 전 실장에게는 '임길동'이라는 별명도 붙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체포된 그는 당시 공안검사 황교안(현 자유한국당 대표)에 의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되고 5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임 전 실장은 3년6개월 동안 옥살이를 하고 풀려났으며, 임수경 전 의원도 3년5개월 동안 복역했다.

임수경 전 민주통합당 의원(왼쪽)의 1989년 밀입북을 통한 남북 세계평양청년축전 '남측 대표' 참여는 이후 북측의 선전선동에 동원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사진=인터넷 블로그 캡처) 

전대협은 NL(민족해방) 노선에 입각해 한국을 미 제국주의에 의해 군사적으로 강점당하고 있는 식민지로 봤다. 이들은 주한미군·핵무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평화협정 체결, 연방제 통일 등을 주장하며 사실상 북한 정권의 대남노선을 그대로 따랐다.

반미친북 노선이 뚜렷한 단체의 지도부를 맡았음에도, 임 전 실장은 뚜렷한 '전향 선언'도 없이 정치행보를 이어왔다. 2000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새천년민주당 공천으로 서울 성동구 지역에서 제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기성 정치권에 들어섰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도 재선에 성공해 대한민국 선출직 공직자로서 녹을 먹었다.

이를 두고 지난 2017년 11월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전희경 한국당 의원(비례대표·초선)이 정면으로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방한(訪韓)을 앞두고 "진보"를 자칭하는 극렬성향 반미친북단체들이 "NO 트럼프"를 외치며 정상간 외교에 파열음을 낼 우려가 고조됐지만, 전대협 출신 등 'NL 주체사상파'가 대거 유입된 청와대가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지적이었다.

지난 2017년 11월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왼쪽)이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에게 전대협-통진당 강령 등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진보적 민주주의' 추종 여부를 질의하면서 언쟁이 벌어졌다.(사진=연합뉴스)

당시 전희경 의원은 "전대협 강령과 회칙을 보면 '미국에 반대하고 외세의 부당한' 등등 민족과 민중에 근거한 '진보적 민주주의'를 밝히고 있다"며 "청와대에 들어간 전대협 인사들이 이같은 사고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진보적 민주주의'가 지난 2014년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과 종북적 당 강령으로 해산된 구(舊) 통합진보당의 구호와 동일한데, 통진당과 입장이 명확히 다른지를 묻기도 했다.

그러자 임 전 실장은 구체적인 반박 없이 "매우 모욕감을 느끼고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그게 질의인가. 매우 유감"이라고 감정적 언사를 동원해 반발했다. 

그는 "5·6공화국 때 정치 군인들이 광주를 밟고 민주주의를 유린할 때 (전희경) 의원님 어찌 살았는지 살펴보진 않았다"며 "대부분의 사람이 인생과 삶을 걸고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했다. 의원님이 그 정도로 말씀할 정도로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고도 했다. 1975년생 전 의원에게 1980년 5.18 광주사태를 치적삼듯 거론하며 자신이 "민주주의" 운동을 했다고 강변한 셈이다.

당시 운영위 설전을 두고 친여(親與)언론들이 '색깔론 프레임'을 씌우자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곡을 찔리면 아픈 법이다. 청와대에 전대협인사 포진. 전대협의 전문, 강령, 회칙의 반미와 통진당 해산 사유였던 '진보적 민주주의' 추종을 물었더니 부들부들 느닷없는 셀프 모욕감 타령이라니"라고 지적했다. 

당시만 해도 확고한 전향여부를 밝히지 않았던 임 전 실장은 2년여 지나서야 "예나 지금이나 저의 가슴에는 항상 같은 꿈이 자리잡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과거 전대협 노선과 다를 바 없는 활동을 예고한 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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