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고노 '지소미아 유지 희망' 입장 밝혀...韓정경두 "외교적 노력해달라"
양국 관계개선 필요성 공감, 대화 10분 길어졌지만 평행선
日 "北 탄도미사일 발사 등 환경 엄중한데 日韓美 연계 극히 중요" 강조
韓 "6월까지 지소미아 연장 정부입장이었는데 日 '안보상 신뢰 훼손' 주장"
'日 수출규제 철회 않을 방침' 보도엔 "사실이다 아니다 이야기 없었다"
작년 12월 日초계기 저공비행-공격용 레이더 조사 논쟁도 오가

 제6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참석차 태국을 찾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1월17일(현지시간)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이 지난 8월 파기 선언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포괄협정(GSOMIA·지소미아) '23일 0시부로 종료'를 닷새쯤 앞두고 연장 여부를 둘러싼 담판이 한·일 국방장관, 한·미·일 국방장관 연쇄 회담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우선 지소미아 파기 결정 이래 처음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은 양국간 현안별 입장차만 재확인한 '기싸움' 양상을 띤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은 양국의 제6차 아세안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참석을 계기로 이뤄진 것이다.

17일(현지시간) 오전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정경두 국방장관은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과 회담한 뒤 국내 취재진을 만나 "일본에선 지소미아를 계속 유지해나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양국이 원론적 수준의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우리 한국에서, 우리 국민들께 계속해서 설명을 해드렸지만, 6월까지 우리 정부 입장은 연장하는 것이었다"며 "그 이후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하면서, 안보상의 신뢰를 훼손했기 때문에 그런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기 때문에 우리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정경두 장관은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들이 있으니 잘 풀릴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종료 5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일본의 태도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요미우리신문이 '일본 정부가 지소미아와 수출규제 조치를 연관 짓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한 데 대해선 "그에 대한 부분은 '사실이다 아니다' 이런 얘기는 없었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얘기가 됐다"고 말했다.

회담은 당초 오전 10시부터 3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오전 10시5분부터 시작돼 40분간 진행될 정도로 대화가 길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소득이 없었던 셈이다.

같은날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회담 모두발언에서 정 장관은 "최근에는 여러 가지 과제 하에서 관계가 막혀 있어 매우 유감"이라며 "방위협력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노 방위상도 "작년부터 일한 사이에는 여러 가지 과제가 생겨났고 양국간 방위당국 사이에서도 굉장히 엄중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반복하는 등 양국을 둘러싼 환경이 매우 엄중한 가운데 일한, 일한미의 연계는 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두에서부터 지소미아 연장 결정을 촉구한 것이다.

지지통신은 또 고노 방위상이 회담 직후 취재진에게 "한국 측에 '현명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회담이 순탄치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는 정황은 더 있다. 

정 장관 전언에 따르면 회담에서 일본은 지난해 12월20일 동해상에서 북한 소형 선박에 접근하던 한국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초계기에 공격용(추적) 레이더를 조사(照射)했다는 자국 입장을 재차 밝히며, 한국 측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정 장관은 추적 레이더가 아니라 탐색 레이더를 조사했으며, '일측 초계기의 저공 위협 비행이 더욱 문제였다'는 주장으로 맞섰다고 한다.

이날 한일 국방장관이 마주 앉은 것은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방침 이후 처음이다. 정 장관은 지난 6월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일측 초계기 저공비행-레이더 조사 논쟁' 해결 차원에서 이와야 다케시 당시 방위상을 만났다. 지난 9월부터 고노 외무상이 방위상으로 직을 옮기면서, 이번 회담에서 정 장관과 처음 대좌하게 됐다.

한편 이날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참여하는 한미일 국방장관 회의도 오후 1시35분(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3시35분)부터 방콕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미일 3자 회담에서도 단연 지소미아 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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