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 관리 "안보역학따라 관계도 변한다"며...美, 7월부턴 日에도 방위비 4배 증액 압박
美조야 "공격적 협상, 동맹가치 과소평가" "과도한 액수 요구, 反美주의 촉발할수도"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5배(50억달러)로 대폭인상 요구에 '동맹관계 훼손'이라는 미 조야 등 각계 비판이 잇따르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완강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에도 올해의 4~5배 수준인 80억~90억달러의 주일미군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

17일(한국시간) 중앙일보 등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지난 15일(미 현지시간) 한·일·중 순방결과 브리핑 과정에서 '충직한 동맹에 500%로 증액을 요구하는 게 어떻게 선의(善意)의 행동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행정부가 줄곧 지적한 요점은 북한과 다른 안보위험이 연관된 지역 안보 역학이 바뀌면서 관계도 변한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양국이 업무량과 재정 부담을 공평하게 하기 위해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를 계속 재검토한다"며 "협상 세부사항과 검토 중인 수치를 밝히는 것은 극도로 바보짓이지만 부담을 나누는 것이 양국의 이익이며, 한·미 관계를 균형있게 하고 자존감을 지키며, 존중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연합뉴스

마치 방위비 증액을 실현해야 동맹간 자존감을 지키고 동맹을 존중하는 격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국만 18~19일 서울에서 열리는 분담금 협정(SMA) 3차 협상과 한일군사정보보호포괄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이 고위 관리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일 안보협력의 결정적 가치를 강조한 것"이라며 지소미아 종료가 실현된다면 "유일한 승자는 평양, 모스크바와 베이징이 될 것"이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 고위 관리들에게 지소미아의 집단안보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협정을 종료하지 말라고 했다"며 "미국이 핵심 두 동맹국 사이를 중재하진 않더라도 한·일이 긴장을 완화하고 창의적 해결책을 찾도록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일본 측의 수출 우대국 배제조치 철회가 없는 한 지소미아를 예정대로 23일 0시부로 종료할 방침인 데 대해선 "한국의 강제징용 결정(보상 판결)과 그에 대한 여러 대응으로 시작된 양자문제지만 가장 최근 미국이 관련된 것이 지소미아"라며 "우리가 중간에 중재하는 것은 우리의 이익도, 양국의 이익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군 속담에 뱃머리가 기울다가 다시 솟듯 한국 총리가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고,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이 웃는 사진도 공개됐다"며 "정말 필요한 일은 관계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도록 시동을 거는 것(kickstart)"이라고 했다. 이 '시동을 거는' 일에 미측이 집중할 전망이나, 방위비 분담 대폭인상 압박이 이같은 작용을 할지는 미지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방위비 50억달러 요구에 대해 한국계 치과의사가 남편인 그레이스 멩 민주당 하원의원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 공개서한을 보내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보의 토대"라며 "이런 공격적인 협상은 그 가치를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의의 협상을 통해 이번엔 강력한, 5개년 합의를 맺으라"고 촉구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15일 미 의회에서 열린 아시아정책연구소(NBR) 세미나 발표를 통해 "한국은 안보의 무임승차자가 아니다"며 "한국은 2012~16년 미국 기업들에서 200억 달러의 군사장비를 구매했고, 세계 최대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건설 비용 100억 달러를 댔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미측의 방위비 분담 대폭인상 압박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터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15일(현지시간) 미측이 주일미군 유지 비용으로 1년에 현재(18억달러)의 약 4배에 달하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현직 미 관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지금은 경질된 당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지난 7월 동북아 지역 방문 당시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아시아 동맹국에 대한 이런 요구는 과도한 액수뿐만 아니라 요구 방식이 가장 가까운 동맹들에 반미(反美)주의를 촉발할 수 있다"며 "동맹을 약화하면, 억지력과 미군 주둔을 축소하고 북한, 중국과 러시아를 이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