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윤석 노조위원장 "삼성전자 성공은 노동자 때문...경영진 능력에 의한 신화로 포장돼"
"경영진 축제 벌일 동안 우리는 죽어가거나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주장
"직원 의견 무시하는 일방적 경영 변화시킬 것...전태일 분신한 날 노조 설립 인정받아 뜻깊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한국노총 주최 '2019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진윤석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 (사진 = 연합뉴스).

'50년 무노조(無勞組) 경영'으로 알려진 삼성전자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양대노총 중 하나인 한국노총 산하 노조가 출범했다. 새로 출범한 삼성전자 노조는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한국노총 주최 노동자대회에 참석해 삼성전자 경영진의 일방적 경영에 순순히 따르지 않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근로자들이 죽음에 이를 정도로 살인적 근무를 견디는 동안 경영진은 회사의 성공신화를 독점하며 축제를 벌였다는 비난도 했다.

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조는 16일 오전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기자회견과 함께 공식적 출범을 알렸다. 진윤석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은 "삼성전자의 영광은 청춘과 인생을 바친 선배들과 밤낮없이 일하는 동료 여러분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하지만 회사는 모든 성공을 경영진의 혜안과 경영 능력에 의한 신화로만 포장해 그들만의 축제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 위원장은 "그들이 축제를 벌일 때 내 몸보다 납기일이 우선이었던 우리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죽어갔고, 살인적인 근무 여건과 불합리한 처사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경영진에 대해 대립각을 한껏 세웠다. 삼성전자 노조는 협력사의 노조 설립에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노조의 상급 단체로 노조 활동 방향에 대해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는 한국노총 금속노련의 김만재 위원장은 "삼성 재벌이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지배 및 개입을 획책하거나 부당노동행위를 일삼는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11일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노동부는 13일 노조 설립 신고증을 교부함으로써 삼성전자 노조를 합법적인 노조로 인정했다. 정확한 조합원 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대략 500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18일부터 삼성전자 전 사업장에서 선전전을 통해 조합원 수를 늘리기 위한 활동에 나선다. 삼성전자 노조가 내건 1차 목표는 1만명 달성이다. 조합원 수가 늘어나 일정 규모에 달하면 노조 측은 사측에 정식으로 교섭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삼성전자 노조가 공식 출범을 알린 뒤 소화한 첫 일정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노총 주최로 열린 '2019 전국노동자대회'다. 무대 앞엔 '한국노총 금속노련 전국 삼성전자노동조합'이라고 적힌 푸른색 깃발이 놓였다. 사회자가 드디어 삼성전자에도 양대노총 중 하나인 한국노총 산하 노조가 결성됐다며 진 위원장을 소개하자, 진 위원장은 시위대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노조 설립 4일차 되는 새내기'라고 인사한 진 위원장은 "직원 의견을 무시하는 일방적 경영을 변화시켜 임직원 10만명을 대변하는 노조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간 삼성전자에선 노동자의 '노(勞)'자도 쉽게 못꺼낼 정도여서 노조가 늦게 만들어졌지만, 가장 멋진 노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발언한 진 위원장은 많은 급여를 받는 삼성전자에서 노조가 왜 필요하겠느냔 사회적 시선을 의식한듯 "노조할 권리는 이유 없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하기도 했다.

이날 소위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맞아 열린 '2019 전국노동자대회'엔 3만명 정도의 조합원들이 모였다. 한국노총 위원장을 지낸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인모임(민변) 부회장 등도 참석했다. 

진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위해 준비한 입장문을 통해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11월 13일에 노조 설립을 인정받은 만큼 더욱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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