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검토 필요하다는 해명에 고려대 동문들 분노 나타내
"아직도 공소시효 핑계로 입학취소에 사실관계 필요하다니" 분통
"지적능력, 책임감에 있어 총장 자격 없다...물러나라"
"학교도, 청와대도, 여당도 적당히들 하라"

사진 = SNS 캡처 및 연합뉴스.
사진 = SNS 캡처 및 연합뉴스.

정진택 고려대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장녀 조민의 입학취소 처분에 대해 내놓은 해명이 고려대 동문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재학생들은 정 총장이 입학취소 조건으로 제시한 사항들이 타당하지 않을 뿐더러 봐주기식 태도를 다분히 보여주고 있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검찰 공소장에 조민의 고려대 입시 부정 혐의들이 포함됐는지 유무로만 면피를 할 생각이었느냐며 교육자로서의 총장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는 학생도 있었다.

16일 고려대 내부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정 총장이 전날 내놓은 해명을 조목조목 문제삼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학생은 '총장님 정말 실망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검찰에서 (조민이) 입학시 제출한 서류 목록 자료를 이렇게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서 재판에 증거로 제출했다면 그 진위를 의심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본인 것"이라며 정 총장을 비판했다. 지난 15일 정 총장이 교내 사이트에 올린 입장문에서 "자체 조사 결과 2010학년도 입시 관련 자료는 본교 사무관리 규정에 의해 모두 폐기돼 제출됐는지 확인이 불가했다"며 "자료 제출 여부가 입증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입학을) 취소할 수 있는 조치가 마땅하지 않으므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언론에 한 바 있다"고 밝힌 데 대한 재학생의 대응이다.

이 학생은 정 총장이 이날 입장문에서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렸지만, 정경심 교수의 추가 공소장에는 본교 입학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한 사실에 대해서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게 대깨문 댓글이 아니라니...공소장에 공소시효가 지나서 공소권이 없기 때문에 기재되지 않은 것이지 검찰 수사 결과 고려대 입시에 부정이 없다고 결론났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진 = 고려내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 캡처.

실제로 검찰 측은 정 교수에 대한 추가 기소 당시 조민의 고려대 입시 부정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났을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대학 입학 이후 조민의 위조 스펙 혐의에 관련해 정 교수와 함께 당사자인 조민을 공범으로 공소장에 적시했다. 고려대 학생은 "검찰이 기소하지 않아서 손을 쓸 수 없다는 것이 대책회의의 결과라며 총장 명의로 글을 쓰시다니요"라며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었다. "아직까지도 입학취소를 하기에 사실관계 확인이 덜 됐다는 류의 이야기를 논하고 있다니 정말 황당하다"고도 했다.

이 글에 고려대 동문들은 많은 댓글을 달았고, 그중 가장 많은 공감을 산 댓글이 "지적능력이나 책임감이나, 총장으로서의 자격이 진짜 없어보이네요"였다. "그냥 의지가 없는거죠", "당신이 총장입니까. 물러나십시오"라는 댓글들이 줄지어 올라왔다.

사진 = 고려내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 캡처.

또 다른 고려대 동문은 같은날 "정진택 물러나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총장 심사에서 5등짜리가 어떻게 1등으로 총장이 되었는지"라며 "상식을 벗어난 '조국'스러운 행태 집어 치우고 당장 고대 얼굴에 똥칠말고 총장 자리 내놓으라"고 했다. 정 총장의 해명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며 이제는 변명으로만 들린다는 학생도 있었다. 그는 "학교의 언론대응이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졸업생들에게 기부금 요청은 하지도 말라"면서 학교 명예가 실추될 대로 된 마당에 교우들이 받은 상처도 큰데 "무슨 낯으로 지로용지를 매달 보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진 = 고려내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 캡처.

정 총장을 비판하는 글마다 동조의 댓글들이 상당히 많이 올라오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도, 청와대도, 여당도 적당히들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거나 "이 상황에선 오히려 학교가 나서서 고발을 하든 해야되는 것 아니냐. 죄를 지은 사람처럼 왜 저리도 방어적인 자세를 하는지 답답하다"는 등의 속내를 드러냈다.

정 총장을 비롯한 고려대 측이 조민의 입학취소 문제에 관련해 원칙없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고려대 동문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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