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스퍼, 정경두와 함께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지소미아-방위비 공개압박
웃으며 악수는 했지만...‘지소미아-방위비 분담금’ 두고 팽팽하게 맞선 韓美 국방장관
정경두 “방위비 분담금, 공평하고 상호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돼야”
에스퍼 “한국은 부유한 나라...조금 더 부담할 수 있고 해야 한다”
정경두 “6월까지만 해도 지소미아를 유지하고자 했으나 일본이 수출규제 했기 때문에 심사숙고 끝에 (종료) 결정”
에스퍼 “지소미아, 戰時 한미일 효과적인 정보 공유에 중요...종료하면 北中만 이익”
문대통령과 에스퍼 장관 50분 동안 비공개 면담...미국의 공개 압박에 부담느낀 듯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5일 서울에서 한미안보협의회의를 가졌다(연합뉴스TV).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5일 서울에서 한미안보협의회의를 가졌다(연합뉴스TV).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연장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미 국무장관, 국방장관, 합참의장, 해병대 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을 포함한 미국 정부의 최고위 관리들이 한국에 지소미아를 파기하지 말 것을 촉구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거부함으로써 한미동맹을 위기로 몰아넣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청와대 본관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등을 약 50분 간 면담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 정부를 대신해 지소미아의 연장을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내세워 사실상 이를 거절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면담에서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규제조치를 취한 일본에 대해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와 같은 전환적인 태도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지소미아 연장’이라는 미국의 입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소미아 종료 시한까지 남은 일주일 동안에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협정은 이대로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측은 "남은 기간 동안 일본의 변화된 입장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갖고, 지난 70여년 간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 그리고 번영의 ‘핵심축’인 한미동맹을 재확인했다. 또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달성을 위해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논의를 했다. 그러나 이들 국방장관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 연장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은 기존의 입장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한국 측은 “방위비 분담금이 공평하고 상호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 측은 “한국은 부유한 나라”라며 “(방위비 분담금을) 조금 더 부담할 수 있고 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타 우방국들이 방위비 인상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날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의 모두발언에서 “우리 두 사람은 이번 회의를 통해 약 70년 간 한반도 및 역내 평화, 안정, 그리고 번영의 ‘핵심축’인 한미동맹이 어떠한 도전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정 장관은 “한·미 양국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으며, 대한민국을 위해 ‘확장억제’를 제공할 것이라는 미국의 지속적인 공약을 재확인했다”며 “한·미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연합방위태세를 굳건히 유지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 장관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방위비 분담금이 공평하고 상호 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과, 제10차 방위비 분담 특별조치협정(SMA) 만료 이전에 제11차 협상이 타결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이 공평하고 상호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 미 국방부의 인상 취지에 동의한다는 뜻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기본적으로 방위비 분담금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주둔하는 주한미군들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보장해주는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한미동맹이 보다 발전되는 방향에서 분담금이 책정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동의를 했다는 것이다. 협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으므로 양측의 생각을 잘 일치시켜서 한미가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협상을 진행해나가겠다”고 했다.

반면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모두발언에서 “한미의 연합방어능력을 강화하는데 크게 기여한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서도 논의를 했다”며 “연말까지 대한민국의 분담금이 늘어난 상태로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을 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증가돼야 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한미의 국방협력은 평화유지 활동, 인도적 지원 및 재난 구호, 대 해적 작전 등 기타 역내 안보 보장 노력을 포함해서 아주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이에 더해서 우주사이버 영역에서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전장에서 동맹군이 결정적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대응능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재정적으로 동참할 것을 압박한 것이다.

에스퍼 장관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은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에스퍼 장관은 “미국의 일반적인 입장은 국방비와 관련해 우방국 동맹국들이 방위비에 있어 공정한 분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미국은 이와 같은 메시지를 아시아, 유럽 등 전 세계에 전달했다”고 했다.

이어 “한미동맹은 매우 강한 동맹이지만 한국은 부유한 나라”라며 “(한국은) 조금 더 (방위비를) 부담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미국은 GDP의 높은 비율을 우방을 지키기 위해 지출한다. 한국의 경우 우리가 제공하는 대부분의 비용, 즉 90% 이상은 한국으로 다시 되돌아가지 미국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그러한 의미에서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타 우방국들이 방위비 인상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관련해서도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은 팽팽하게 맞섰다. 한국 측은 지소미아 파기 원인인 일본의 수출규제,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 배제 조치’를 철회해야 지소미아를 연장할 수 있다며 미국이 일본에 적극적인 노력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반면 미국 측은 지소미아는 한미일 간 효과적인 정보 공유, 특히 전시에 중요하다며 지소미아 종료나 한일관계의 계속된 갈등으로부터 득을 보는 것은 북한과 중국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정 장관은 지소미아 논의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현 시점에선 양국 정부가 지속적인 노력을 해나갈 것을 말씀드리면서 여기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겠다”면서도 “지소미아 계속해서 유지돼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오늘 본 회의의 주제는 아니었지만 에스퍼 장관과 개인적인 의견 교환은 있었다”고 했다.

정 장관은 “아직 기간이 남아있는데 이 기간 동안 일본과 한국이 정보에서 좋은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돼서 앞으로 이러한 지소미아가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나의 생각”이라면서도 “우리는 6월 정도까지만 해도 지소미아를 유지하고자 했던 정부의 방침을 세웠지만 일본이 안보상황의 문제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면서 수출규제, 그리고 화이트 리스트 배제 조치를 했기 때문에 우리정부에서도 많은 심사숙고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이러한 노력들이 서로 같이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에스퍼 장관과 미국에서도 일본에 적극적인 노력을 해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고 했다.

반면 에스퍼 장관은 “지소미아는 한미일 간 효과적인 정보 공유에 중요하며 특히 전시(戰時)에 중요하다”며 “지소미아를 종료하도록 방치되면 효과성이 약화될 것이고 이런 면에서 양측 간 이견을 좁힐 수 있도록 촉구했다”고 했다.

에스퍼 장관은 “지소미아 종료나 한일관계의 계속된 갈등으로부터 득을 보는 것은 북한과 중국”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공통의 위협이나 도전 과제에 같이 대응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서는 한미 양측이 어느 정도 일치된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지난 8월에 시행한 미래 연합사의 기본운용능력(IOC) 검증 결과를 한미가 공동으로 승인했으며, 이를 토대로 2020년에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추진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한미군사위원회(MCM)에서 미래연합사령부의 기본운영능력 검증 평가결과에 대해 합의점을 이뤘다”며 “이와 관련해 한국군 사령관으로 조건을 기초로 한 전작권 전환을 하는 방행으로 상당한 진전이 있었음에 합의했다”고 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미 국방 수뇌부와 50분 동안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당초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과 에스퍼 장관의 모두발언이 공개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그러나 에스퍼 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연장 촉구와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필요성을 직설적으로 강조하자 부담을 느낀 청와대가 모두발언을 급히 취소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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