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성장세 제약' 표현 바꿔...'글로벌 경기 침체' 탓?
'경기가 바닥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靑 인식 반영했다는 해석도

2019년 10월 최근 경제동향 설명회 (사진: 연합뉴스 제공)
2019년 10월 최근 경제동향 설명회 (사진: 연합뉴스 제공)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로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속출하는 가운데서도, 기획재정부가 '경기 부진'이라는 표현을 8개월만에 삭제하고 '성장세 제약'이라는 새로운 표현으로 이를 대체했다. 전체적인 지표가 지난달과 별다른 차이가 없음에도 이처럼 표현을 바꾼 것은 최근 청와대의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기재부가 억지로 반영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기재부는 15일 '2019년 11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3분기 우리 경제는 생산과 소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출과 건설투자 감소세가 이어지며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교역 및 제조업 경기 위축 등으로 세계 경제가 동반 둔화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계속되고, 미·중 무역협상의 전개 양상과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회복 시기 관련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기재부는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는 표현과 관련해 광공업생산이 전월대비 2.0% 늘어난 점과 2.9% 증가한 설비투자 등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면서도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 건설투자는 감소했다"고 기재부는 분석했다. 

홍민석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3분기까지 발표된 실물지표를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우리 경제의 모습을 가장 정확한 표현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접적으로 경기가 바닥을 쳤거나, 일부 지표가 부진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아니며, 수출과 건설투자가 감소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정상적인 잠재성장경로(연 2.5∼2.6%) 밑으로 제약하고 있다는 게 전반적 판단"이라고 밝혔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한국 경제에 대한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현 경제 상황과 미래 전망 등을 (대외적으로) 자세히 설명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도 최근 "올해 성장률이 2%가 될까 말까 한 상황은 단기적인 경기 문제"라며 "당장 하강하는 국면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기다리면 올라간다"며 낙관적 전망을 드러낸 바 있다.

이같은 청와대의 인식에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3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우리 경기부진이 완만하지만 제한된 범위에서 개선될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처럼 국책기관을 포함한 정부 산하 기관들은 전반적으로 청와대의 낙관적 전망에 분위기를 맞추려는 모양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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