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선 "진술거부권 헌법상 권리"라면서도 "과거 협조하겠다곤 했지만 '누구에게' 없었다"며 자조까지
조국, 정경심 구속된 11일 입장문서 "재판을 통해 진실이 가려지게 될 것"거론...사실상 진술거부권 행사 예고
2017년 朴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해야 한다던 '조적조 트위터'도 거론되지만 이젠 호응도 적어
조국, 15일 오전엔 정경심 서울구치소 면회갔다와...자택엔 '대깨문' 시민들 취재 방해 중

15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부인 정경심 씨를 면회한 뒤 돌아가는 조국 씨. (사진 = 연합뉴스)
15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부인 정경심 씨를 면회한 뒤 돌아가는 조국 씨. (사진 = 연합뉴스)

범죄 피의자였음에도 법무부 장관까지 올랐던 조국 씨가 14일 검찰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 당시 진술을 거부했는데, 얼마 전 부인 정경심 씨 구속 기소 당시 남긴 글이 다시 세간에 오르내리며 “진술거부는 예고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조 씨는 이날 9시35분경부터 비공개 통로, 이른바 ‘뒷 길’을 통해 불려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 당시엔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술거부권은 헌법상 권리로, 법조계에서는 형사절차상 가장 중요한 권리로 여기고 있다. 검찰은 조 씨가 진술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조사는 100쪽가량의 사전 질문지로 진행됐는데 질문은 단 한 차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8시간여동안 진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조 씨 측이 지난 11일 부인 정경심 씨 추가 기소 당시의 입장문이 다시 읽히고 있다. 조 씨는 지난 11일 정 씨 구속기소 소식을 전하며 “개인적으로는 만감이 교차하고 침통하지만, 먼저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며 “장관 재직시 가족 수사에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았다.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감당해 보려 했지만, 제 가족과 지인들을 대상으로 전개되는 전방위적 수사 앞에서 가족의 안위를 챙기기 위하여 물러남을 택했다”고 했다.

문제는 ‘검찰 조사’를 거론한 부분이다. 조 씨는 “조만간 검찰 조사를 받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의심받을 것이고, 알지 못했거나 기억 못 하는 일로 곤욕을 치를지도 모르겠다. 어떤 혐의일지는 모르나, 기소는 이미 예정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그 경우 혐의 역시 재판을 통하여 진실이 가려지게 될 것이다. 참담한 심정이지만, 진실이 밝혀지고 명예가 회복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그 과정이 외롭고 길고 힘들다고 하더라도 오롯이 감당하려고 한다”고 했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거나 협조하겠다는 내용은 없었던 것이다. 11월부터의 입장 표명에선 장관 후보자 당시나 장관 임명 이후 공개석상에서 거론했던 ‘수사 협조’는 빠져있다.

한 판사 출신 법조인은 “조국은 장관 때 (일가 비리 관련) 검찰 조사에서 협조를 한다고 하긴 했다. 다만 ‘누구에게’가 없었다”며 “정경심에게 협조한다는 건지 과거의 자신에게 협조한다는 건지 모르지 않나. 괜히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다”는 자조까지 내놨다.

조 씨가 2017년 3월 남긴 트위터 글.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인터넷 상에는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트위터 게시물이 또 발굴됐지만, 이런 극단적인 내로남불 언행마저 이젠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터넷 상에서 조 씨의 별명은 여러 가지다. ’조 또몰라’ ’조스트라다무스’ ’리플리조’ 등이다. 조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였던 2017년 3월 “피의자 박근혜. 첩첩이 쌓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모른다’와 ‘아니다’로 일관했다. 구속영장 청구할 수밖에 없다. 검찰, 정무적 판단하지 마라”고 썼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이사로 활동했던 김정철 변호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진술거부권이 피의자・피고인의 권리라면서도 “법무부 장관이었던 사람이 검찰에서 진술을 하지 않으며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자칫 진술거부권이 일반 피의자들의 권리가 아닌 특권층의 권리인 양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또 조 씨에게는 과거 대법원 판례와 함께 “수사단계에서는 진술거부가 자칫 구속사유 중 하나인 증거인멸 우려가 될 수 있고, 공판단계에서는 가중적 양형조건이 될 수 있다”는 충고를 내놨다. 

조사 직후 진술거부권 행사에 대해 “일일이 답변하고 해명하는 것이 구차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 말한 조 씨는 검찰 조사 하루 뒤인 15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 있는 정 씨 면회에 나섰다가 귀가한 상태다. 현재 조 씨 자택 주변에는 상당수 ‘대깨문(대가리 깨져도 문재인)’ 시민들이 취재를 방해하고도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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