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보전금, 4년 뒤면 3조1000억원으로 2배 급증
국민연금 2057년 고갈, 건강보험 적립금 2024년 고갈
4대연금·4대보험 적자에 현금성 복지까지...방만한 복지포풀리즘 개혁해야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작고 효율적인 정부가 경제성장에 이롭다는 것은 경제학의 고전이다. 정부는 속성상 규제를 만들어 내면서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집단인 반면 시장과 기업은 세금을 내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세금과 규제가 적을수록 기업가정신이 발휘되어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창출된다. 큰 정부 작은 시장의 경제구조에서는 규제는 많고 세금도 많아서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 문재인정부는 “작은 정부가 경제성장에 좋다는 신화를 이제는 접어야 할 때”라고 주장하면서 보편적이고 인기영합적인 복지를 확대하고 슈퍼예산과 정치추경을 반복하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해 주겠다’고 하다가 마침내 혹독한 재정위기로 국민을 도탄으로 몰아넣었던 그리스의 파판드레우 수상의 ‘국가책임론’이 연상된다. 필요한 재원조달을 위해 선진국은 물론 공산국가 중국도 감세하는 추세 속에서도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증세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과도한 재정지출로 국가부채는 급증해 재정위기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재정지출로 부족한 재원은 각종 연기금을 끌어다 써 각종 연기금 고갈 시기도 앞당기고 있어 미래세대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복지의 근간은 4대연금과 4대보험이다. 4대연금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이고 4대보험은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이다. 4대연금 중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적자라서 매년 재정에서 지원해 주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부터 적자를 기록하다 2000년 정부 보전이 결정됐고 이듬해부터 정부 보전금이 투입되고 있다. 애초에 별도의 기금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던 군인연금은 1973년 이후 매년 국방부 예산으로 메꾸고 있다. 또 다른 직역연금인 사학연금도 기금 부족시 '국가가 부족액을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는 2023년이면 사학연금에도 세금을 넣어야 한다. 

기획재정부가 2019년 10월 초 국회에 제출한 '2019∼2023년 중장기 기금재정관리계획'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에 대한 정부 보전 규모는 2019년 1조6000억원에서 2023년 3조3000억원으로 2배(106.3%) 이상 급증한다. 군인연금도 1조5700억원에서 1조9100억원으로 21.6% 늘어난다. 두 직역연금 보전액을 합치면 2019년에만 3조1700억원이 투입된다. 5년 후엔 국민혈세 투입이 2조원 이상 늘어난다. 현재 공무원 군인들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충당금은 국가부채로 간주되는데 2018년 말 940조원에 이른다. 이처럼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지만 막상 가입자에게 지급되는 연금액은 국민연금에 비해 월등히 높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의 1인 평균 수급액은 월 240만원이다. 국민연금 평균 54만원의 4배가 넘는 규모다. 군인연금도 월 평균 270만원 이상 받는다. 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해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지만 기득권의 반발로 번번히 무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도 4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2042년 적자전환, 2057년 기금고갈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 낮아지고 있는 투자수익률을 고려하면 고갈시기가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해서는 재정안정화 대책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기금고갈을 사실상 방치하는 개편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수 개월가량 늦게 제출된 정부의 개편안에는 현행유지안도 포함되어 문정부의 무책임한 행태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4대 연금이 모두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미래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4대보험은 문재인정부들어 퍼주기식 복지정책으로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건강보험은 정확히 ‘문재인 케어’가 본격화된 2018년에 적자 전환했다. 향후 10여 년 동안 연 4조원 안팎의 손실이 불기피하다. 2017년 말 21조원에 달했던 ‘준비금’ 적립액도 7년 만인 2024년 경 고갈될 전망이다. 머지 않은 적립금 고갈에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지난 2019년 7월 2일에는 문재인케어 2주년 대국민 성과 보고대회를 가지고 문재인대통령은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자화자찬했다. 통상 1%를 밑돌던 건강보험료 인상률 역시 2019년 3.49%, 2020년 3.20%로 크게 높아졌다. 부동산공시가격의 상승으로 당장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도 크게 오를 전망이다. 

노인들의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입원을 지원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적자도 눈덩이다. 2016년 432억원이던 손실은 2019년 7530억원으로 17배 급증하며 당장 2020년이면 적립금이 고갈될 전망이다. 장기요양보험료는 2018년 7.38%, 2019년 8.51% 인상했다. 2020년에는 20.5%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고용보험도 2024년경 고갈될 전망이다. 고용참사로 실업급여 지급이 급증하면서 6년간의 흑자 행진이 2018년에 마감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9년 실업급여 예상 적자가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이대로라면 5조원 넘게 쌓인 적립금이 2024년을 넘기기 힘들 전망이다. 당장 2019년 10월부터 고용보험료가 23% 올랐다. 정부여당은 산재보험에도 방문판매원·점검원·화물차주 등 특수고용직 자영업자 132만명에게 추가로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고용부는 현재 적릭금이 19조원 정도되어 건전성 문제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으나 결국은 건정성 악화로 수년내 적립금 고갈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박정희대통령은 한국 첫 복지제도인 산업재해보험(1964년)을 도입했고, 1977년에는 의료보험(건강보험제)을 시행했다. 전두환 정부는 국민연금법, 노태우 정부는 고용보험제로 사회안전망을 크게 강화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를 도입했고,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장기요양보험을 도입했다. 박근혜정부는 기초연금제를 시행했다. 그 동안 한국의 건강보험은 미국에서도 부러워할 정도였다. 그러던 4대연금과 4대보험이 문재인정부 2년 반 만에 모두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4대연금은 공무원 군인연금은 이미 적자이고 사학연금도 2023년경 적자로 돌아서 재정투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국민연금 고갈도 다가오는데 개혁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4대보험은 당장 위기가 목전이다. 건강보험 고용보험은 2024년, 장기요양보험은 2020년에 적립금이 고갈될 전망이다. 마치 문재인정부는 4대보험은 이 정부까지만 지속하면 되기라도 하는 듯이 미래 재정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문케어 등 퍼주기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재정에서 보전하거나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수 밖에 없다. 기획재정부의 '2019∼2023년 중장기 기금재정관리계획'에 따르면 5년 뒤인 2024년에는 30조원 규모의 재정지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복지의무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2050년에는 복지의무지출이 GDP의 1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정도는 대체로 예산의 약 40%에 이르는 수준으로 다른 경직성 예산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재정운영이 어려워지는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4대보험 부담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대체로 기업의 4대보험 부담금이 60조 원대 수준으로 연간 법인세 70조 원대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기업에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기업은 4대 보험료 외에도 100여개에 달하는 각종 기금의 부담금도 약 20조 원 정도 부담해 부담금과 사회보험료를 합한 준조세 부담이 법인세 규모를 능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법인세도 경쟁국에 비해 높은 데 이처럼 높은 준조세 부담은 기업의 해외탈출 러시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4대연금 4대보험 외에도 현금성 복지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부가 2019년 국민에게 사상 유례 없는 41조원 '돈다발 복지'를 쏟아부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처럼 '비(非)기여형 현금 복지'로 나눠준 돈이 2019년 70여개 사업에 걸쳐 35조원에 달했다. 여기에 근로·자녀 장려금을 합치면 40조원이 넘는다. 전국 17개 광역 지자체의 현금성 복지 사업은 204개에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것까지 모두 합치면 현금성 복지지출이 41조원에 달한다. 2017년 22조원의 두 배 수준이다. 특히 2018년에도 28조여 원이었으나 2019년 한 대 동안 무려 12조원 넘게 늘어났다. 

이들 현금성복지 수혜자가 1200만 명, 1027만 가구에 달한다고 한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현금살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2020년에도 3000억 규모의 국민취업지원제도, 1070억 규모의 청년저축계좌, 296억 규모의 고령자계속고용장려금이 신설되고 기초연금과 아동수당도 확대된다. 이 밖에 일자리예산 22조 원도 현금성복지나 다름 없다. 이를 합하면 63조원이 현금성복지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의 막대한 현금을 복지라는 이름으로 살포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더욱이 1200만 명이 현금성 복지에 중독되면 근로의욕이 저하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반기업정책으로 기업가정신은 훼손되고 현금복지살포로 근로윤리마저 무너지면 경제는 붕괴의 길을 가는 것이다. 미래세대는 근로자의 연금보험료 부담도 엄청난 부담이 될 전망이다. 머지 않은 2030년 경에는 급여에서 국민연금보험료 35%, 건강보험료 15%, 세금 20%를 공제해 급여의 30% 정도만 수령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래세대에게 이러한 참담한 부담을 떠 넘기기 전에 방만한 복지포풀리즘을 개혁해야 한다.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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