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원 2명 귀순의사 없었다'는 김연철 거짓해명 전제해도 모순 확인된다는 국책硏 비판
"헌법3조 엄격 적용해 北주민=국민 간주시 위법한 추방" "北이탈주민법 9조 1항은 '보호대상서 제외' 취지"
"귀순 아니라면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 준용 불가...입국 외국인 '본인의사 반해' 강제출국시키는 것"
"출입국관리법상 근거 찾으려면 '입국금지' 준용해야"...강제북송 개입정황 없는 법무부(장관) 권한
"추방된 北주민들 고문-사형 우려 있지만, 국내법 의한 추방은 UN고문방지협약 저촉 안 돼" 법적 근거 없다면?

문재인 정권이 귀순의향서까지 작성한 20대 초반 북한 어민 2명을 강제북송시킨 다음날(지난 8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통해 "흉악 범죄자"로 단언하며, 당사자들이 신문조사 중 하지도 않은 발언을 인용해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다고 거짓 해명을 했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김연철 장관은 탈북 어민 2명을 추방한 근거로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 1항 2호(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에 따라 보호대상자가 아니었다는 주장을 폈는데, 이로부터 사흘 뒤(11일)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에서 "동 조항은 추방 여부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분석한 보고서를 내 주목된다. 이 보고서는 헌법 제3조를 엄격하게 적용해 북한 주민들을 우리 국민으로 간주한다면 "이번 추방행위는 위법한 조치"라고도 했다.

통일연구원 공식홈페이지에 게재된 보고서 표지 캡처

통일연구원은 앞서 11일 이규창 인도협력연구실장이 이같은 견해를 담아 작성한 '살인 혐의 북한주민 추방사건 법적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공식 홈페이지 등으로 배포했다. 이규창 연구실장은 서론에서 "이번 사건에서 북한 주민 2명은 귀순의사가 없었다"고 김 장관 쪽 주장을 근거 삼은 논리를 제시했다. 또한 "출입국관리법상 입국금지 조항 준용에서 북한 주민 추방의 국내법적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추방된 북한 주민들은 북한에서 고문 및 사형에 처해질 우려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출입국관리법 준용을 이유로 "국내법에 의한 추방은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사실상 정부 측 입장을 감쌌다. 다만 그는 "향후 유사한 사건의 대응을 위해선 추방의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고 적용의 일관성 및 집행의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 추방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필요하다"고 해, 정부 조치의 근거가 불충분함을 시사했다.

통일연구원 이규창 인도협력연구실장의 11월11일자 보고서 '살인 혐의 북한주민 추방사건 법적 쟁점과 과제' 일부 캡처

본론에서는 한층 결이 다른 주장이 나왔다. 이 실장은 "정부는 이들(강제북송된 2명)이 비정치적 중대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한 만큼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도 아니고, 국제법상 난민이 아니라는 점을 들었다"고 확인한 뒤, "이번 사건에선 기존의 관례와는 다르게 북한 주민들을 북한이탈주민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추방한 첫 사례"라고 지적했다.

<I. 이중적 지위에 있는 북한 주민과 귀순의사> 파트에서 이 실장은 "남북관계는 한편으로는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내부적 특수관계에 있다. 헌법 제3조의 해석상 북한지역도 대한민국 영역으로 간주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남북관계는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에 준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며 "북한 주민도 마찬가지로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는 "정부는 헌법 3조를 근거로 북한주민들에게 외국인의 국적취득을 위해 필요한 귀화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해 북한이탈주민법상의 정착지원을 해왔다"며 "만일 사유를 불문하고 헌법 3조를 엄격하게 적용해 북한주민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한다면, 이번 추방행위는 위법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이어 "왜냐 하면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을 강제퇴거 대상으로 하고 있어 자국민은 강제퇴거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라며 "북한 주민은 '사실상 국가'인 북한 국적 소유자이면서 잠재적인 대한민국 국적 소유자로, 우리나라의 배타적인 관할권 하에 들어오는 시점에 이중적인 지위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국적을 실효적으로 취득하게 된다고 해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북한주민이 이중적 지위를 벗어나 대한민국 국민 자격을 취득하는 요건으로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표시", 즉 귀순을 언급하고 "귀순의사가 없는 북한주민에게는 북한이탈주민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귀순의사가 없는 북한주민은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 간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8일 김 장관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 주민 2명이 심문 과정에서 '죽더라도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진술을 분명히 했으며 귀순의사가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발언한 것을 근거로 "사법부 판시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옹호했다. 

하지만 보고서가 나온 다음날(12일) 통일부 당국자는 김 장관의 발언에 관해 "이들은 나포됐을 때 귀순 의사를 표명했고, '죽더라도 조국(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진술은 그 이전 행적(김책항 귀환 과정) 조사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합동신문조사 때 새로 '조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발언을 하진 않았다"고 해명해, 이 실장의 해석은 틀린 근거에 기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연구원 이규창 인도협력연구실장의 11월11일자 보고서 '살인 혐의 북한주민 추방사건 법적 쟁점과 과제' 일부 캡처

다만 이 실장은 <III. 추방의 국내법적 근거> 파트에서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북한이탈주민법 9조 1항을 북한 주민 추방의 법적 근거로 제시하는 견해가 있으나, 동 조항은 추방 여부에 관한 것이 아니다"고 밝혀뒀다. 귀순의사를 부정한 정부 입장과 별개로 추방 근거가 잘못 제시됐다는 지적을 한 셈이다.

그는 "동 조항은 북한주민을 일단 북한이탈주민으로 받아들인 후 북한이탈주민법에 의한 보호 및 정착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이라고 했다. 

또한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 조항을 준용했다는 익명의 정부관계자의 발언을 반박했다. 해당 조항을 준용할 경우 '귀순의사가 없으므로 추방했다'는 김 장관 주장과도 상충된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강제퇴거 조항은 이번 사건에 준용될 수 없다고 보인다"며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란 이미 '대한민국 영역 안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을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출국시키는 행위"라고 전제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서 북한주민 2명은 귀순 의사가 없어, 대한민국 영역에 들어와 있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며 "강제퇴거 조항의 적용은 북한을 외국에 준하는 것으로, 북한주민을 외국인에 준하는 사람으로 간주해 처리한 정부의 조치와 논리적으로 충돌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북한주민 2명을 추방한 국내법적 근거는 출입국관리법상의 '입국금지' 조항의 준용에서 찾을 수 있다"며 "출입국관리법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외국인'에 대하여는 법무부장관이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11조 1항 3호)"고 설명했다. 

하지만 탈북 선원 2명이 지난 2일 동해상에서 나포된 지 닷새 만에 추방되기까지 현재 장관이 공석(空席)인 법무부가 관여했다는 이야기는 나온 바 없다. 복수 언론 보도를 통해 해당 과정에 통일부, 국가정보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 등이 관여하고 국방부 장관 보고조차 건너뛴 채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직권으로 추방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이 지난 8일 주무 장관 격으로 국회에 출석해 관련 질의를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어서, 사실상 제대로 된 법적 근거 없이 정부가 탈북 선원들이 강제북송을 강행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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