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양국이 ‘인권 문제’, ‘지재권 문제’ 등을 두고 공방전
‘베트남과 손잡은 미국’ 對 ‘그리스와 손잡은 중국’...전통적 동맹 관계에도 ‘이상징후’
中, 그리스 아테네 인근 항구 매입하는 등 유럽으로 ‘一帶一路’ 확대 시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그래픽=연합뉴스)

지난 2018년 이래 지속돼 온 미중 양국이 무역 분쟁의 변곡점이 될 제1차 무역 협정을 앞두고 미중 양국의 힘겨루기가 재조명되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미국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최근 중국 인권 문제에 대해서 강도 높은 비난을 해 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5일 성명에서 중국을 향해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탄압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지난 8일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기념 강연에서도 “중국 공산당은 자국 국민을 억압하고 있다”며 중국의 인권 현실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왔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러한 발언들에 대해서 중국 측은 “사실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중국을) 중상하고 있다”라든지 “(그가) 악질적 공격을 반복하고 있다”는 식의 기자회견 성명을 통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 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12일(미국 현지시간) 뉴욕 경제클럽(The Economic Club of New York)에서의 연설에서 “곧 (제1차 무역 협정에 대한) 합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미국 근로자들과 기업들에 있어 보다 좋은 거래가 되도록 하는 것이 합의의 조건“이라며 중국에 의해 자행돼 온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를 언급하고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한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이 ‘지재권 문제’와 ‘인권 문제’를 각각 화두로 들고 나온 데에는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제1차 무역 협정에 앞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하는 배경이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중 무역분쟁 일지.(그래픽=연합뉴스)

한편 아시아와 유럽에서 미.중 양국이 구축해 온 전통적 동맹 관계도 양국 간 힘겨루기에 요동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베트남과 그리스가 있다.

베트남은 1964년 통킹만 사건 이래 10년 간 미국과 전쟁을 치른 나라이다. 그러나 1979년 중월전쟁 이후 남중국해 영토 분쟁을 겪으며 같은 공산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크고 작은 마찰을 빚어온 베트남은 최근 개혁 개방과 그에 따른 경제 성장에 힘입어 미국과 손을 잡았다. 빌 클린턴 대통령 이래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베트남을 방문했고 2018년에는 미국 항공모함인 칼빈슨함(艦)이 베트남 다낭항(港)에 입항하기도 했다. 다낭은 1965년 월남전 당시 미 해병대가 처음 상륙한 곳으로 중국 본토가 코앞이다.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기 위한 곳으로 택한 곳도 베트남이다.

반면 중국은 그리스에 손을 내밀었다. 그리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일원이다. 지난 2010년 ‘국가 부도’(default, 디폴트) 사태 이래 그리스 경제는 디폴트 이전의 3/4토막으로 쪼그라들었지만 그리스의 구원 투수로 나선 서방 국가는 없었다. 그리스로서는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상태. 중국 최대 해운 회사인 중국원양해운그룹(코스코)를 통해 중국은 지난 2016년 그리스 아테네 인근의 피레우스항(港) 전체를 매입했다.

지난 1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례적으로 2박 3일의 일정으로 그리스를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의 11일 회담에서 6억유로(한화 약 7800억원)을 추가 투입해 피레우스항의 시설을 확장하기로 하는 등 지중해 요충을 확보함으로써 유럽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이밖에도 미국은 남중국해 인근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밀어붙여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12일 미 해군 제7함대 소속 이지스함이 대만해협을 가로지른 것이다. 미 해군 제7함대 측은 일본 NHK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미국이 자유롭게 개방된 인도, 태평양에 관여하는 자세를 드러내는 것이며 미 해군은 국제법이 인정한 장소라면 어디든지 항행이나 비행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동중국해 밖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는 가운데 미국이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지소미아)의 연장과 방위비 분담액 인상을 문재인 정권에 요구하고 나선 것은 문재인 정권에 대해 미.중 양국 중 한국은 어느 쪽을 지지하고 있는지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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