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 최초 문제제기한 권성동에 반박하며 "보수-야권통합은 국민이 가라 하시는 길이다"
전날 권성동-심재철 잇따라 황교안 대표에 "원유철은 아닙니다" "유승민과 舊怨 있다"며 인선 반발
黃 "'그쪽'에서 원했다" 하자 劉측 "원한 적 없다" 선 그어...元도 "'그쪽' 입장 이해 돼, 만신창이 될 각오"
黃, 13일에도 "여러 의견들 있지만 모든 걸 덮고 넘어가자는 게 통합" 元 교체론과 선 그어

지난 2015년 1월28일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오른쪽)이 국회 정론관에서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유승민 의원(왼쪽)에 대한 러닝메이트 정책위의장 수락 기자회견을 마친 뒤 유 의원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15년 1월28일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오른쪽)이 국회 정론관에서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유승민 의원(왼쪽)에 대한 러닝메이트 정책위의장 수락 기자회견을 마친 뒤 유 의원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년 11월 현재 두 의원은 각각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 적을 두고 있으며, 유승민 원내대표 직 사퇴 사건 이후 신뢰관계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우파통합추진단장 내정된 원유철 의원을 둘러싸고 12일 당내에서 자격 논란이 인 데 이어, 황교안 당대표가 '바른미래당 유승민계의 요구가 있었다'는 취지로 언급하자 유승민 의원 측은 "원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유철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내에서 최초로 문제 삼은) 권성동 의원께서 '원유철은 유승민과 신뢰관계가 없어서 통합추진단장으로 적절치 않다'고 하셨다"며 "신뢰관계가 없었더라면 두달 동안 물밑에서 유승민 대표의 변혁(바른미래당 변화와혁신을위한비상행동) 측과 소통의 역할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원 의원은 "오히려 (변혁 측은) 황교안 대표의 의중을 잘 아는 사람을 내심 원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권성동 의원 말씀은 우리 당이 보수통합, 야권통합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잘 이뤄내야 한다는 충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수통합, 야권통합은 국민이 가라고 하시는 길이다.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그 길을 가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힘을 모아가야 한다. 가는 길이 험난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권 의원은 황 대표에게 지난 11일 "통합추진단장으로 원 의원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유 의원과 신뢰관계가 없습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며, 권 의원이 12일 오전 같은 당 김무성·정진석 의원이 공동 개최하는 정례 토론회에 참석한 가운데 스마트폰으로 이 문자 내역을 확인하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뒤이어 12일 오후 황 대표가 당내 수도권-충청권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가진 오찬회동에서는 심재철 의원이 "원 의원은 유 의원과 구원(舊怨)이 있다. 통합 작업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재고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회동 당시 원 의원을 두고 "그쪽(변혁)에서 요구한 사람이라 무리 없이 잘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심재철 의원이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 의원은 이같은 황 대표의 발언에 대해 "원 의원을 원한 적 없다"고 말했다고 유 의원 측이 전했다. 원 의원은 "그쪽 입장이 이해된다. 언젠가 자세한 사정을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통합을 위해 만신창이가 될 각오가 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황 대표와 원 의원 모두 '그쪽'이라고 지칭한 만큼 원 의원의 인선 배경에는 유 의원이 아닌 다른 인사와의 접촉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홍보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여러 의견들이 있는데 그 모든 것을 덮고 넘어가자는 것이 통합"이라면서 원 의원을 교체할 뜻이 없음을 확인했다. 

한편 권 의원의 '신뢰관계 부재' 지적에 이어 심 의원이 '구원'이라고까지 언급한 것은 지난 2015년 2월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유 의원의 러닝메이트 정책위의장 후보로 나섰던 게 원 의원이며, 이른바 '배신의 정치' 파문으로 같은해 7월 유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기까지 원 의원이 청와대·친박계와 의견을 같이 한 행적을 원인으로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원 의원은 유 원내대표 사퇴 직후 경선 없이 직을 승계했고, 김정훈 의원과 조원진 의원(現 우리공화당 공동대표)을 각각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로 선임해 제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2016년 5월까지 직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원 의원은 비박(非박근혜)계 김무성 당시 대표최고위원 및 유 의원과 공천갈등을 벌인 친박(親朴)계 최고위원단과 궤를 같이했으며, 자칭 타칭 '신박(新친박)'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올해 2월 한국당 당대표 경선 때부터는 황 대표에게 정무적 조언을 하는 친황(親황교안) 그룹의 일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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