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선원 나포되기 전 김책港 귀환도중 발언 근거로 국회서 거짓해명...反인권 강제북송 은폐논란 커질 듯
통일부 당국자 "두 선원, 조사 당시 '조국으로 돌아가겠다' 발언 안했다" 논란 일자 뒤늦게 밝혀

김연철 통일부 장관(왼쪽)이 북한 선원 2명을 선상(船上) 집단 살인 주범으로 단정짓고 강제북송한 다음날(11월8일) 국회에서 "(선원들이) '죽더라도 (북으로) 돌아가겠다'라는 진술도 분명히 했다"며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다고 해명한 것은 '틀린 근거'에 기반한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11월13일 드러났다.(사진=연합뉴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북한 선원 2명을 선상(船上) 집단 살인 주범으로 단정짓고 강제북송한 다음날 국회에서 "(선원들이) '죽더라도 (북으로) 돌아가겠다'라는 진술도 분명히 했다"며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다고 해명한 것은 '틀린 근거'에 기반한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복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부 당국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이들은 나포됐을 때 귀순 의사를 표명했고, '죽더라도 조국(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진술은 그 이전 행적(김책항 귀환 과정) 조사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뒤늦게 해명했다. 

선상 살인사건 이후 어획물을 팔아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 김책항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죽더라도 조국에 돌아가서 죽자"는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합동신문조사 때 새로 '조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발언을 하진 않았다"고 했다. 두 선원은 나포 이후 일관되게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는 강제북송해놓고 엉뚱한 발언으로 그 명분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앞서 정부는 해당 북한 선원 2명이 러시아 해역에서 오징어잡이를 하다 선장의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고 다른 동료 1명과 공모해 지난달 말 흉기와 둔기로 선장 등 16명을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유기했다고 발표했다. 공모자 1명은 북한 당국에 체포됐고 나머지 2명 오모씨(22와) 김모씨(23)가 북방한계선(NLL)을 남하해 도주하다 지난 2일 우리 해군에 검거됐고, 7일 강제송환됐다.

앞서 김연철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이들이 귀순 의사를 분명히 표현했느냐'는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상반된 진술들이 있었지만 죽더라도 돌아가겠다는 진술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북한 선원 2명이 신문 과정에서 남한으로의 귀순 의사와 귀북(歸北) 의사를 모두 표하며 오락가락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후로도 정부는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없었다"고 해왔다.

하지만 이후 북한 선원들은 ▲지난 2일 나포된 뒤 이례적으로 즉각 중앙합동조사본부로 압송돼 3일부터 신문을 받았고 ▲조사 이틀 만인 5일 정부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로 북측에 추방 결정을 알렸으며 ▲북한 선원들은 신문 과정에서 자필로 귀순 의향서를 썼는데도 ▲7일 안대로 눈을 가리고 포승줄에 맨 채 판문점까지 이송돼 강제북송당했으며 ▲두 선원 중 오씨가 북송 사실을 안 직후 털썩 주저앉았다는 전언 ▲국가정보원의 혈흔 감식조차 건너뛴 선박 소독 등 증거인멸 지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이 국방장관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직보해 강제북송이 안보실 직권결정된 정황 등이 복수 언론보도로 드러나 정부가 의도된 탈북민 인권탄압을 은폐·정당화하려 한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선상 살인사건의 진상을 두고도 길이 15m 수준의 목선에서 2~3명이 하룻밤 사이에 다른 16명을 일방적으로 학살할 수 있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과 북한인권단체들은 정부 발표가 사실이었다고 해도 탈북민은 '헌법상 국민'인 만큼 형사절차를 거쳐 진상이 규명된 뒤에 오씨와 김씨의 거취를 결정했어야 한다고 비판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1995년 가입한 유엔 고문방지협약 제3조는 북한 정권과 같은 '고문 위험 국가'로의 추방·송환·인도를 금지하고 있고, 남북한 사이에 별도의 범죄 혐의자 인도에 관한 협정이나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강제송환은 불법이자 위헌이라는 지적이다. 

탈북민 출신 정성산 영화감독 제공
탈북민 출신 정성산 영화감독 제공

한편 정부가 고의로 선상 집단살인 주범이라는 누명을 씌웠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탈북민 출신 영화감독 정성산씨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북한·중국 소식통들을 인용해 "당시에 16명 북한선원들을 살해한 진짜 범인은 현재 북한에 붙잡힌 사람이 진짜 주범이며, 두명의 북한선원은 사건에 가담은 했으나 주동자가 아니다"며 "영양실조와 병에 걸려 비실비실대다 북한군에도 입대 못해 가까스로 어로공이된 연약한 22세, 23세 북한선원에게 16명의 북한 선원을 무참하게 살해한 '극악 범죄자' 프레임을 씌워 공개처형이 기다리는 북한으로 강제추방한 문재인 정권"이라고 규탄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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