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인간적으로 몰락했고 이념적으로도 우파와 거리 먼 유승민에 왜 집착하나
한국당, 유승민까지 끌어들일 경우 얻는 표보다는 잃는 표가 더 많을 것
‘황교안 한국당’ 끝내 이런 식이라면 독자적 정치세력화 생각할 때
총선까지 시간 너무 촉박하다고?...1985년 2.12 총선 ‘야권 신당 돌풍’ 기억하라

 

권순활 펜앤드마이크 부사장 겸 편집제작본부장
권순활 펜앤드마이크 부사장 겸 편집제작본부장

지금 대한민국의 앞날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국민이라면 대부분 동의하는 내용이 있다. 집권 2년 반 만에 나라를 완전히 거덜 내고 있는 문재인 정권을 내년 총선에서 심판하고 다음 대선에서 좌파정권 연장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자유한국당의 행보가 종종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날선 비판을 가급적 자제한 것도 반()문재인 투쟁에서 제1야당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을 현실적으로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주장해 당내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소위 자유우파 대통합론과 관련해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까지 꽃가마를 태워 받아들이는 듯한 움직임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나는 이런 한국당 행보에 단호히 반대한다. 유승민은 자신이 오래 몸담고 금배지를 달게 해준 정당에 치명적 상처를 입히고 뛰쳐나간 뒤 반성도 없는 정치인이다. 정치적, 인간적으로 패륜에 가까운 전력(前歷)을 지닌 유승민을 꽃가마를 태워가면서까지 제1 야당에 다시 영입하는 것이 황 대표가 주장하는 자유우파 대통합이라면 그런 사람들과 함께 우파로 불리는 것조차도 싫다.

유승민이 누군가? 박근혜 전 대통령 사기성 탄핵과 문재인 정권 출범 과정에서 그가 저지른 짓들을 벌써 잊었나? 그에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 당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있으면서 보인 행태도 결코 역사적 과오가 작지 않다. 소위 사회적경제기본법이라는 명백히 좌파적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행정부의 권한을 무력화하려 획책했다. 당시 야권과 야합해 막대한 국민혈세가 들어가는 광주(光州)의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속칭 김대중 궁전건립 관련 법안 통과를 지원한 사람도 유승민이었다.

우리 사회에는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이나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 김문수 전 경기지사나 차명진 전 국회의원처럼 젊은 시절 우파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한때 좌파 이념에 빠졌다가 나이가 들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사회주의의 미망에서 깨어난 분들이 적지 않다. 반면 유승민은 대구의 부유한 변호사 아들로 태어나 젊은 시절 강성 우파에 가까운 경제학자로 활동하다 금배지를 단 뒤 오히려 좌파적 색채가 짙어진 특이한 경력의 정치인이다.

나도 고등학교를 대구에서 졸업했기 때문에 현지 분위기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유승민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반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하다. 지난달 중순 지역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직 의원인 유승민은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 선거구에서 한국당 당협위원장인 김규환 비례대표 의원이나 박근혜에 의리를 지킨 마지막 장관'이란 평가를 받는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모두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승민이 주장하는 개혁 보수는 가뜩이나 이념적 정체성이 희미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은 한국당을 더 왼쪽으로 옮기자는 좌파로의 이행을 의미할 뿐이다. 냉정히 말해 현재 유승민의 이념은 우파 정당과는 어울리지도 않는다. 이미 정치인으로는 철저히 몰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이념적으로도 우파 정당의 정체성에 어울리지 않는 유승민을 우파 대통합이라는 그럴듯한 표현으로 다시 끌어들이려는 한국당과 황교안의 모습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백번 양보해서 유승민을 다시 끌어들이는 것이 선거에서의 득표에 큰 도움이 된다면 내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유승민이 한국당에 다시 돌아온다고 해서 한국당이 추가로 얻을 수 있는 표보다는 떨어져나갈 표가 훨씬 많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인터넷이나 페이스북 공간에서는 다른 사람까지는 몰라도 유승민까지 끌어들이는 한국당이라면 투표장에 안 가면 안 갔지 한국당을 더이상은 지지하지 않겠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그동안 유승민이 보여온 행태상 제1야당에 복당하면 당내 분란만 키울 위험성도 농후하다.

선거는 1차적으로 잠재적 지지자들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는 능력에서 출발한다. 만약 황교안과 한국당이 유승민 영입에 대한 상당한 국민적 반발을 알면서도 문재인 정권을 혐오하는 우파 성향 국민이 결국은 한국당을 찍을 것이라는 오만에 가까운 발상에 빠져있다면 저런 착각은 이제 국민이 확 깨버려야 한다.

황교안 한국당이 상식을 생각하는 우파 성향 다수 유권자들의 의사를 외면하고 가만히 놔둬도 정치적으로 '자연사(自然死)'할 유승민을 다시 '모셔오고' 준()유승민 류의 정치 걸레들을 무더기로 재공천한다면 진정한 자유우파 시민들은 이제 중대한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당의 행태에 실망한 장외(場外)의 반()문재인 성향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정치세력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론 이들만으로는 한국당을 대체할 야권 신당으로는 미흡하다. 하지만 여기에 우파, 또는 보수 국민에 신망이 높은 정치인과 지식인, 사회운동가들이 추가로 참여해 새로운 빅 텐트를 친다면 신당 돌풍이 불어 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주도한 2.12 총선에서의 야권(野圈) 신당 돌풍을 기억하는가? 내년 4월 총선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한국 정치에서 내년 총선까지의 다섯 달이면 '전두환 신군부 2중대'라는 비판을 받던 민주한국당(민한당)을 해체시키고 신한민주당을 야권의 주역으로 대체한 당시와 같은 신당 돌풍도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황교안 대표와 한국당은 지금 그들을 향해 쏟아지는 애국시민들의 비판과 우려를 가벼이 받아들이지 말기를 진심으로 충고한다.

권순활 펜앤드마이크 부사장 겸 편집제작본부장 ks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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