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금융당국 의뢰로 ‘불법대출’ 등 저축은행법 위반한 상상인그룹 계열사 압수수색
상상인그룹, 상장사 주식 담보로 고금리 대출 취급...무자본 기업사냥 세력의 자금줄 의혹
조범동에게도 WFM 주식 담보로 20억원 대출...조범동 대출 허가나자 필리핀으로 도주
‘재정악화’ WFM이 발행한 전환사채 사들인 기업 두 곳에 100억원씩 대출해주기도

검찰, 상상인저축은행 압수수색…조국 가족펀드 의혹./연합뉴스

저축은행법 위반 사실이 적발돼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받은 상상인저축은행이 12일 검찰의 강제수사를 받았다. 이 은행은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을 담보로 고금리 대출하는 것을 주로 취급하며 무자본 인수합병(M&A) 등 기업사냥 세력에 자금줄을 대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조국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총괄대표 조범동(36·구속기소) 측과 20억 규모의 자금을 거래한 사실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수사부(김종오 부장)는 이날 금융감독원에서 의뢰받은 수사를 위해 경기 성남시의 상상인저축은행 본사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검사와 수사관들이 해당 사무실을 조사하며 PC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등을 확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1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등 2곳에 제재안건을 의결했다. 상상인저축은행에는 과징금을 매기고 대표 직무정지 징계를 결정했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는 기관경고와 임원 문책 등 중징계를 내렸다. 유준원 상상인 그룹 실질 대주주에겐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를 내렸다.

상상인저축은행과 계열사인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담보 대출해주는 과정에서 5% 이상의 지분을 취득하고도 금융감독의 승인을 받지 않은 혐의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특정 회사나 개인사업자에게 일정액(8억)을 초과해 대출할 수 없다는 저축은행법상 규정도 위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실질적 최대주주인 유준원 대표는 지난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한편 상상인그룹의 저축은행들은 조 전 장관 일가가 관련된 사모펀드 불법투자 세력들의 자금조달 창구로 이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씨는 지난 8월 30일 더블유에프엠(WFM) 주식 110만주를 담보로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으로부터 17% 고금리에 20억원을 대출받았다. 그런데 이 돈은 불과 두 달 전 WFM이 상상인저축은행에서 대출한 것을 대환대출한 것이다. 다른 은행에서 빌린 돈을 또 다른 은행 대출로 돌려막는 것을 의미한다. 조씨는 대출이 허가된 직후 우국환 WFM 회장, 이상훈 코링크PE 대표 등과 함께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도피했다.

또한 WFM이 재정악화로 지난해 7월 26일 261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을 때 이 중 100억원을 앳온파트너스가 인수했다. 이때 CB를 담보로 앳온파트너스에 100억원을 빌려준 곳이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다. 앳온파트너스는 CB를 인수하기 불과 9일 전에 설립됐다. 그리고 WFM 주식을 담보로 팬덤파트너스에 돈을 대출해줬는데 팬덤파트너스도 WFM의 100억원대 CB를 사들였다. 이 회사의 자본금은 500만원에 불과하며 주소지는 충북 충주시의 한 낚시터 인근 공터였다. WFM의 전환사채를 매입하기 위해 급조된 유령회사라는 의혹을 받는 배경이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금융당국이 제기한 상상인그룹의 혐의를 조사하는 한편 WFM와의 의심스러운 자금거래 관계도 함께 파헤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가에서는 상상인증권의 유준원 대표가 조국을 끌어들여 큰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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