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 "정치 그렇게 하지말라" 黃 "그렇게라니요!" 10일 靑 만찬회동 중 언쟁 배경은 더 있었다
'여야 합의 관례 무시' 선거법 패스트트랙 강행에 "우릴 빼놓고 논하는게 민주주의냐" 거듭 반발한 黃
孫 "이해찬 정동영 심상정 설명에도 黃 계속 항의해 '정권투쟁에만 급급하지 말고 나라 생각하라' 했다"
"黃 '우리 案 냈다'하길래 '그게 안입니까?'라고 했다"...黃 비서실장 김도읍 "'그것도 법이라고 내놨냐' 했다"
회동서 文대통령 선거법 관련 "국회가 국민신뢰 잘 못해 어려운 점 있는 듯...잘 처리하길" 언급
'선거제개편 합의시 분권형 개헌 찬성한다는 약속' 정동영 지적엔 "개헌안 내봤다가 무색해져서..."
'조국 사태' 관련 '국민 목소리 귀 기울이라'는 孫 요구에는 별다른 답변 안해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10일 청와대 만찬에서는 제1야당을 배제한 4당이 지난 4월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강행한 '비례 의석 확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간 말싸움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뒤이어 11일에는 보다 자세한 전말이 각당에서 전해졌다.

앞서 황교안 대표는 10일 회동 당시 선거법 개정안 관련 논의가 시작되자 "정부와 여당이 한국당과 협의 없이 패스트트랙을 밀어붙였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고 한다. '선거의 룰'을 바꾸는 선거법 개정은 적어도 여야 교섭단체간 합의를 거치도록 해온 관례가 있는데, 이같은 '합의 정신'을 '다수 논리'로 무시하고 소관 상임위원회(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강행 처리한 데 대해 반발한 것이다.

하지만 황 대표의 발언에 다른 당 대표들은 "무슨 소리냐. 한국당을 뺀 게 아니고 한국당이 협의에 응하지 않은 것"이라고 압박하면서 설전이 오갔다고 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협상회의 실무회의 등 여러 단위의 협상 테이블에 한국당이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황 대표는 한층 강하게 반발했으며 "우리를 빼놓고 논의를 하는 게 민주주의냐"는 말을 반복하며 '합의 정신' 파괴를 문제삼았다.

(왼쪽부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연합뉴스)

이에 손학규 대표가 "그렇게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황 대표가 "그렇게라니요?"라고 화를 냈다고 한다. 황 대표는 "우리도 안(案)을 내놨다. 선거법 관련해 우리도 (의원 정수를 270석으로 축소하자는) 입장이 있다"고도 했다.

양측의 대립이 격화하자 문 대통령은 난처한 듯 웃으면서 양손을 들어 두 대표를 말렸으며, 다른 대표들까지 나서서 "그만하시라"고 만류한 뒤에야 황 대표와 손 대표는 서로 사과의 뜻을 표명하고 회담이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손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선거제 개혁안(개편안) 관련해서 황 대표가 계속 우리 한국당과 협의없이 진행 일방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며 "정동영 심상정 이해찬 등 각 당 대표들이 설명을 했는데도 계속 항의를 해서 제가 듣고 있다가 황 대표에게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정권투쟁에만 급급하지 말고 나라를 생각하시라' 그랬더니 황 대표가 언성을 높였다"고 자신의 시각을 전했다.

이어 "나는 한국당이 선거제 개혁 관련 지난해 12월15일 5당 원내대표가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한 게 있고, 그 뒤에 (올해) 4월22일 한국당은 빠진 상태에서 합의됐는데, 그건 한국당을 배제한 게 아니라 (그들이) 협의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황 대표가 '우리가 안을 냈다'고 하길래 '그게 안입니까'라고 되물었다"면서 "(이는) 선거제(개편)에 단순 반대하려는 거다. 한국당에게 '양당제 극한 투쟁을 배제하고 다당제 합의제 민주주의를 하자. 선거제를 바꿔서 정치가 생산적으로 할 수 있게 하자'(고 했다)"고 부연했다.

손 대표는 자신이 황 대표에게 '그게 안입니까'라고 되물었다고 했으나, 한국당에서는 황 대표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이 손 대표의 발언의 결이 한층 달랐음을 시사했다.

이날 당 최고위 직후 기자들을 만난 김도읍 비서실장은 "황 대표가 좀 화가 나신 건, 우리 당이 지난 3월 패스트트랙 강행하기 전에 의원정수 270석으로 축소를 제안했고 그걸로 '우리는 그 법안이 있다'고 하니까, 손 대표가 '그것도 법이라고 내놨냐'고 했다"며 "남의 당이 제안한 법안에 대해 '그것도 법이냐'고 하니까, 황 대표가 손 대표에게 항의의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선거제 개혁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바로 나였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발족하면서 여야 간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 바가 있다"고 4당 측 입장을 대변하면서도 "하지만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해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다"며 "국회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길 바란다"고 공을 넘겼다. 이를 두고 정의당 등에서 선거법 개정과 관련 '의원 정수를 확대하자'는 주장을 내세운 데 대해 비판 여론이 상당한 점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이밖에 전날 회동에선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들에게 협조를 구할 것으로 예상됐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의 국회 처리와 내년도 예산안 통과 등에 대해선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문 대통령이 취임 초 선거제 개혁에 합의하면 분권형 개헌에 찬성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했다"고 지적하자 문 대통령은 "(2018년 3월) 개헌안을 냈다가 무색해진 경험이 있어서 뭐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일단 거리를 뒀으며, "공약 내걸어서 총선 이후 쟁점이 되면 민의를 따르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고 한다. 조국 전 법무장관 임명 강행으로 벌어진 '조국 사태' 관련 손 대표가 "대통령이 국민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을 때 문 대통령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당일 문 대통령의 관심 현안인 여야정국정상설협의체에 대해 황 대표까지 포함한 여야 대표들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는 하지만,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여야정협의체 관련 언급 없이 문재인 정권 정책 전반을 '독버섯'이자 '폐기' '정상화' 대상으로 거론할 만큼 강경한 대여투쟁 기조를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전날 청와대 회동이 얼어붙은 정국의 '해빙' 계기가 됐는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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