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물가 상승으로 엥겔지수가 17년 만에 최고로 나타났다.
엥겔지수는 가계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로 가계의 실질적인 생활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다. 가계 소득이 증대되는 속도보다 식료품비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한다면 엥겔지수는 높아지고 생활수준은 낮아진다.
20일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은 573조6688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3% 증가했으며, 그 중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 지출은 78조9444억원으로 4.7% 늘었다.
아직까지 한은의 공식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를 통해 엥겔지수를 구하면 13.8%가 나온다. 3분기까지의 기준으로 본다면 전년보다 0.2%p 상승했으며 13.9%를 보였던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엥겔지수는 꾸준히 낮아져 2007년엔 11.8%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08년 12%로 오르며 이후 14% 가까이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2008년 1인당 국민소득이 최초로 2만 달러를 돌파하며 식료품에 대한 소비 인식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보고있다. 웰빙 푸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최근 식료품 물가 상승이 가파르고 다른 소비지출은 늘리기 어려운 환경 탓이라는 설명도 나오며 이에 상대적으로 최근 가계소득이 늘지 않은 점도 지적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사람들이 밥을 하루 세끼 먹는다는 점이 변함없는데 식료품비 비중이 커졌다는 얘기는 소득이 줄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며 "신선식품 위주로 물가가 상승한 탓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 상승률은 2014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이에 반해 가구의 전년 대비 월평균 경상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2.5%) 직전 약 2년간(2015년 3분기∼2017년 2분기) 0∼1%대로 정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득은 정체하는데 생계비인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 상승률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다른 곳에 소비할 여력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