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최영미의 폭로를 사실로 인정...다만 추가 폭로한 박진성에겐 1000만원 배상책임 판결
최영미, ‘괴물’이라는 시에서 고은을 ‘En선생’으로 암시하며 성추행 전력 폭로해
당시 좌파성향 문학단체 회원들 고은의 성추행 보고도 제지 않거나 희희낙락했다는 후문
박진성 “고은, 강연회 뒤풀이에서 한 여성대학원생 상대로 신체 주요 부위 꺼내 흔들어”
최영미, 재판 끝난 뒤 “통쾌하다, 가해자가 피해자 소송해 건질 것 없단 사실 증명해”

최영미 시인./연합뉴스

좌파 문학의 원로 고은(86) 시인이 자신의 ‘상습적 성추행 전력(前歷)’을 폭로한 최영미(58) 시인 등이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며 이들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도 8일 패소했다. 최 시인이 시와 언론사 등을 통해 밝힌 고 시인의 성추행을 법원이 사실로 인정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김용빈 부장)는 고 시인이 최 시인과 박진성(41) 시인, 언론사 등 6명을 상대로 낸 10억7000만원의 손배소 항소심에서 고 시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당시 1심은 최 시인의 폭로가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특별히 허위로 의심할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박 시인의 추가 폭로에 관해선 허위사실로 판단해 1000만원의 배상책임이 있다며 원고의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최 시인은 지난 2017년 9월 한 인문교양 계간지에 ‘괴물’이라는 시를 내놓고 고 시인을 암시하는 ‘En 선생’이라는 원로문인의 성추행 행적을 묘사했다. 이어 한 언론사를 통해 그가 1993년경 좌파 성향 단체 민족문학작가회의 문인들이 자주 드나들던 술집에서 직접 목격한 고 시인의 성추행 행태를 공개했다. 최 시인에 의하면 민족문학작가회의 문인들은 고 시인의 성추행을 목도하고도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이후 박 시인도 최 시인의 폭로에 힘을 싣는 2차 폭로를 했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2008년 4월 한 대학교 초청 강연회 뒤풀이 자리에서 목격한 고 시인의 성추행 행태를 자세히 묘사했다. 그에 따르면 고 시인은 옆자리 여성 대학원생의 손과 팔, 허벅지 등을 만졌으며 바지를 내려 성기를 노출했다. 여성이 저항하자 고 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퍼를 연 채 성기를 꺼내 흔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 시인은 영국 일간지를 통해 “나는 최근 의혹에서 내 이름이 거론된 데 대해 유감이며, 나는 이미 내 행동이 초래했을지 모를 의도하지 않은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해 뉘우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몇몇 개인이 제기한 상습적인 비행· 비난은 단호하게 부인한다”며 지난해 7월 손배소를 청구한 바 있다.

한편 이날 항소심에서 승소한 최 시인은 기자들을 만나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소송해 건질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통쾌하다”며 “그동안 도와주신 여성변호사회 여러분들과 응원해주신 국민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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