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홍 객원 칼럼니스트
김철홍 객원 칼럼니스트

개헌 투표는 더 이상 가상의 현실이 아니다

작년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개헌을 하겠다는 그 약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금년 6월 13일 지방선거에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대선 공약을 지키겠다는 확언이다. 대통령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왜냐하면 2월 13일에 대통령 직속으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헌법특위, 위원장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를 발족하고 32명의 위원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국회에서 개헌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개헌문제를 청와대에서 직접 챙기겠다는 의사표현이다.

과연 어떤 개헌안이 만들어질 것인지가? 궁금하기 그지없다. 머지않아 공개되겠지만, 개헌안의 골자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만들건 아니면 대통령이 만들건 관계없이, 작년 12월에 공개된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회’의 개헌안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왜냐하면 선거일까지 겨우 110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 만든 ‘헌법특위’도 이런 짧은 기간 안에 국회 자문위원회의 개헌안을 넘어서는 안(案)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우리는 실제 개헌안이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자문위원회의 개헌안을 미리 좀 꼼꼼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다?

현재 인터넷에 게시되어 자유 열람이 가능한 자문위원회 개헌안의 문제점 중 일부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헌법 총강(總綱)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개정안에는 “민주적 기본질서”로 변경되어 ‘자유’가 삭제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고 있지만 개정안 총강 제1조에는 현행 헌법에 없는 3항이 추가되어 있다. 3항은 이렇게 되어 있다.

 

③ 대한민국은 분권형 국가를 지향한다 [기본권·총강분과 의견]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이다 [지방분권분과 의견]

즉, 헌법 제1조에서 대한민국을 분권형국가로 선언하고 앞으로 우리나라를 지방분권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에만 이렇게 올인(all-in)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현실에 대한 낭만적 사색이다. 구글(google)에서 “행정안전부 자치분권 로드맵”이라고 치면 곧 바로 해당 사이트 주소(http://www.mois.go.kr/localselfgov/index.html)가 나타난다. 김부겸 장관이 부임한 뒤 만든 이 사이트에는 현 정부가 얼마나 지방분권에 목을 매고 있는지 잘 나타나 있다. 이 사이트에서 선언하는 자치분권의 목표는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이다. 이 정부 ‘로드맵’ 덕분에 우리는 ‘지방분권’은 곧 ‘연방제’라는 종착역에 가기 위한 중간 정거장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추진기반’ 항목에 보면 “지방분권형 개헌 지원”이라고 되어 있으므로 개헌은 대한민국을 “연방제에 버금가는” 국가, 실제로 연방제 국가로 만들려는 수단이라는 것도 쉽게 알 수 있다(덕분에 이 점을 증명하는 수고를 면할 수 있게 되어 김부겸 장관께 감사한다).

지난해 10월 26일에 여수에서 ‘지방자치박람회’가 열렸다. 그 개회식에서 ‘자치분권 여수선언’이란 것이 발표되었다. 이 선언에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등 ‘지방4대협의체’가 참여하였고, 시도지사 전원, 시도의회의장, 시장군수구청장, 시군구의회의장 대표 총 56명이 무대에 올라 선언에 동참했다. 사실 이 분들은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안을 만드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분들이다. 왜냐하면 2015년 ‘지방4대협의체’가 공동 발주하여, ‘한국헌법학회’가 수행한 ‘지방분권형헌법개정안연구 최종보고서’(연구책임자: 이국운 한동대 교수)의 내용은 자문위원회 개헌안의 지방분권에 관한 내용의 모(母)개정안이고, 행정안전부의 로드맵은 이것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헌법학자들이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지방자치에 관한 부분은 ‘지방자치법학회’의 교수들이 만든 헌법개정안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경북지사 김관용)의 웹사이트, 자료실에서 열람 가능한 이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와는 별도로 지방 자치단체장들이 얼마나 분권형 헌법개정을 위해 기울인 땀나는 노력의 결정체다.

‘여수선언’이 있던 날 그 자리에서 문대통령은 ‘제2회 시도지사 간담회’ 기념사를 통해 1) “지방분권개헌을 추진할 것,” 2) “제2국무회의를 제도화하고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 등의 4대 지방자치권을 헌법화 할 것” 3)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하는 것을 헌법에 명문화할 것”을 약속했다(동영상 주소: http://www.mois.go.kr/localselfgov/s02.html, 4분 이후부터 보면 됨). 이 동영상에서 문대통령이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7:3으로 이루고 장기적으로 6:4 수준이 되도록 개선하겠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가장 큰 박수가 나왔다는 점은 지방에서 분권형 개헌안에 적극 찬성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재정적인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런 정황을 다 고려하면 현 정부가 오는 6월에 헌법을 개정을 하기 위해 현역 지방자치단체장들과 더불어 학자들과 행정 관료들을 동원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왔는지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는 치명적 노림수

지방분권과 관련하여 우리가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행정안전부 자치분권 로드맵의 5대 핵심전략 중 4번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 항목이다. 풀뿌리 주민자치를 강화하기 위해 1) 주민 직접참여 확대로 주권재민 구현, 2) 읍·면·동의 '주민자치 플랫폼化,' 3) 마을단위 자생적 자치역량 강화, 등 세 가지를 구체적 실천사항으로 제시한다. 얼핏 보면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 부분이 지방자치 헌법 개정의 가장 심각한 문제다. 왜냐하면 행정법을 전공한 지방자치법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시·군·구’를 넘어 ‘읍·면·동’ 단위에 이르는 최하위 단위에까지 지방자치를 실행한 국가는 역사상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17개 시도에 226개 시군구가 있으므로 이 둘만 더해도 대한민국 안에 243개의 지방정부가 생겨난다. 그런데 이것을 넘어서 ‘읍·면·동’ 단위에까지 지방자치를 확대하면 이 조그만 나라에 셀 수 없는 지방정부, 아파트 동 정부, 동네정부가 등장하여 각각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을 주장하고 나오게 된다. 지금 시의회가 쉴 새 없이 만들어내는 각종 조례들이 이제는 ‘시·군·구, 읍·면·동 단위의 의회에서 쏟아져 나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어떤 결과가 올까? 국가가 해체되는 결과가 온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이런 결과가 올 것이라는 것을 몰라서 이런 개헌을 진행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물론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이런 결과에 무지한 듯 보인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국가해체와 파국 때문에 반대하지만 그들은 바로 그것이 곧 기회가 된다. 필자는 얼마 전 제1회 펜앤드마이크 창간 후원자대회 토크쇼에서 지방분권형 개헌은 볼세비키가 러시아 혁명 때 사용했던 소비에트를 건설하려는 시도라는 말을 한 바가 있다. 소비에트는 ‘평의회’로 번역할 수 있다. 러시아혁명 당시 중요한 역할을 한 세 개의 평의회가 있었다. 노동자평의회, 농민평의회, 군인평의회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기 훨씬 전인 1905년부터 공산당은 소비에트를 조직했다. 평의회는 풀뿌리 조직으로서 소수의 공산당원이 권력을 장악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위의 평의회는 얼핏 보면 직업을 기준으로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역별 평의회를 기초로 하게 된다. 실제로 볼셰비키는 혁명 후 노동자 농민 소비에트를 지역 소비에트로 전환했다. 평의회는 낮은 단계의 풀뿌리 평의회부터 시작해서 높은 단계의 평의회로 구성된다. 구(舊) 소련의 정식 이름이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이고, ‘소련’이란 말은 ‘소비에트 련방’의 약자다. 그러므로 사회주의국가에서 평의회가 얼마나 기본적인 국가 조직인지 분명한다. 풀뿌리 조직인 평의회, 공산당, 노동조합은 사회주의 국가의 3대 권력기관이다. 물론 평의회를 ‘인민위원회’로 바꾸어 불러도 상관없다. 북한 같은 나라에서 최고의 평의회는 ‘최고인민회의’다. 혁명 전에 풀뿌리 평의회부터 시작해서 상부의 지역 평의회를 조직하는데 평의회의 위원과 위원장은 공산당 이념을 지지하는 세력이 장악하게 된다. 일단 이런 평의회가 만들어지면 그것으로 사실상 혁명은 성공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지금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에서 읍면동 단위의 낮은 단계의 지방자치를 계획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으로 보인다. 이제 좌파의 핵심세력이 그 동안 왜 각종 동네 공동체, 각종 조합, 각양각색의 풀뿌리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는지 그 이유가 분명해진다. 지금 우리는 지방분권형 개헌을 통해 사회주의 혁명의 완성 단계에 진입했다.

러시아혁명 당시 백군(白軍)에 침투한 볼셰비키가 반란을 일으켜 군대를 통째로 적군(赤軍)으로 만든 것은 혁명 성공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군대 안에 낮은 단계로부터 평의회 조직을 만들어 놓으면 유사시에 반혁명분자들이 군대를 동원하는 것을 막고 백군(白軍)을 적군(赤軍)으로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그렇다면 개헌은 군인평의회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을까? 자문위 개헌안 내용 중 우리를 경악하게 하는 것은 아래와 같은 현행 헌법 제33조 3항을 삭제한 것이다.

 

③ 법률이 정하는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

이 규정이 삭제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전쟁이 발생했을 때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공장의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전쟁 자체를 수행할 수 없게 된다. 현재의 노조가 파업하는 양상을 보면 충분히 예상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위험한 일을 막기 위한 헌법의 규정을 삭제하자고 한다. 자문위원회의 구차한 설명은 “유신헌법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조항”이며, “과도한 제한이므로 폐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신헌법 당시 이런 위험을 감지했기 때문에 만든 규정이므로 폐지해서는 안 된다.

더 가관(可觀)인 것은 제 36조 3항을 아래와 같이 개정하자는 것이다. 밑줄 친 부분은 현행 헌법에는 없는 것인데, 추가하자는 것이다.

 

③ 노동자는 경제적․직업적 이익에 관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파업 기타 단체행동을 할 권리를 가진다. 현역군인과 경찰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

이 추가조항의 가장 큰 문제는 현역군인과 경찰공무원을 노동자로 취급하는 것이다. 충격적이다. 군인, 경찰도 노동자이므로 노조를 결성할 수 있는 권한을 헌법이 보장하고 노동자로서 단체행동 하는 것을 인정하겠다는 말이다. 물론 “이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는 꼬리표를 붙여 놓았지만 헌법에서 군인 경찰의 단체행동권 자체를 인정해놓으면 향후 얼마든지 해석에 따라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결과가 오게 된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쟁이 발생했을 때, 배식(配食)을 하는데 군인노동자가 ‘이런 짬밥을 먹고 어떻게 노동(전투)을 하란 말이냐? 이런 노동조건 속에서는 우리는 노동 못 한다’고 하면서 파업을 해도 헌법이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므로 군대 내부에서 논쟁이 발생하게 된다. 전시에 헌법재판소에 이에 대해 문의해야 하는 웃기는 상황이 벌어진다.

도대체 헌법을 왜 이런 식으로 바꾸려는 것일까? 쉽게 말해 군대와 경찰 안에 평의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군대와 경찰 안에 노조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평의회를 만드는 것은 쉽다. 사병평의회, 부사관 평의회, 위관장교 평의회 등과 같이 조직을 만들고 이들이 노조처럼 활동하면 군대 내의 명령계통이 다 무너지게 된다. 군대 안의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이런 평의회 조직이 만들어지면 군대는 당(唐)나라 군대가 된다. 똑같은 일이 교육 분야에서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김상곤 교과부장관이 경기도 교육감으로 있던 시절에 만든 혁신학교에서는 교직원회의에서 교장도 n분의 1로 참여하게끔 되어 있다. 교장과 교감은 교직원회의의 결정을 단지 실행할 뿐이다. 혁신학교 내에서 위계질서는 이미 파괴된 지 오래다. 교직원회의라는 교사평의회(소비에트)가 이미 구성되었다. 혁신학교의 전교조 소속 교사비율이 일반 학교에 비해 높은 이유도 바로 설명이 된다. 2017년 5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교육개혁 추진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새 정부의 성공적인 교육개혁 추진을 위한 정책 제안”이란 발제를 했다. 거기서 그는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시도한 다양한 혁신 사례들 중 보편화할 수 있는 지점을 추출하여 전국적인 차원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매우 완곡하게 말했다. 조남규,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교섭국장은 이 말을 알아듣기 쉽게 바꾸어 “…모든 초중고를 혁신학교로 만들고…”라고 말했다. 전국에 교사평의회를 만들어 교육계의 모든 위계질서를 무너뜨리고 교육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교육계에 소비에트가 완전히 형성되는 것을 막는 선거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념적 성향 때문에 개헌은 위험한 모험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저서 ‘문재인의 운명’(2011년, 가교출판) 132면에서 “미국의 월남전 패배와 월남의 패망은 진실의 승리다. 희열을 느꼈다”고 말할 때 우리는 문대통령의 사상적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가졌었다. 그런데 최근 문대통령은 우리의 이 의문에 대해 답했다. 지난 2월 9일 평창올림픽 사전 리셉션 개회사에서 그는 “제가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 신영복 선생”이란 말을 했다. 신영복은 통일혁명당 간첩사건 때 검거된 158명 중 핵심 세력이었다. 통일혁명당은 김종태란 자가 월북해 북한의 지령과 자금을 받고 결성된 혁명 조직으로서 주범 김종태, 김질락, 이문규는 월북해 조선로동당에 입당했다. 신영복은 김종태, 김질락에 의해 포섭되어 활동하던 핵심이었다. 신영복은 1심과 2심에서 사형,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이들이 검거될 때 무장공작선을 비롯하여 기관단총 12정, 수류탄 7개, 무반동총 1정과 권총 7정 및 실탄 140발, 12.7mm 고사총 1정, 중기관총 1정, 등이 압수되었다.

월남 패망 후 이대용 공사 등 한국 외교관 3명이 월맹에 억류되어 우리 정부가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1970년대 말에 비밀협상을 할 때 북한이 개입하여 남한에 수감된 북한 측 인사들과 맞교환을 요구했다고 한다. 3명 대 21명으로 교환하는 것으로 의견이 접근했을 때 북측이 요구한 사람들 명단에 신영복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다(강규형, “통일 후 열릴 한국 현대사의 판도라 상자,” 조선칼럼, 2016.8.1). 신영복은 사상 전향을 하여 1988년 출소하였으나, 출감된 후 월간 ‘말’지와의 인터뷰에서 “전향서는 썼지만, 사상을 바꾼다거나 동지를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며, 통혁당에 가담한 것은 양심의 명령 때문이었고 향후로도 양심에 따라 통혁당 가담 때와 비슷한 생각으로 활동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인물이 자신이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 신영복”이라고 말했다. 신영복의 사상은 친북 공산주의다. 그리고 그는 대한민국에서 죽었지만 그의 사상적 조국은 북조선인민민주의공화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존경한다고 말했을 때 그는 사상적 커밍아웃을 한 셈이다. 더구나 그는 이 말을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앞에서 했다. 미국 부통령 팬스가 박차고 나간 바로 그 자리다. “이제는 막 가자는 거지요?”라는 어떤 분의 말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나는 문대통령이 자신의 속내를 이번에 너무나 분명하게 드러내 보여준 것에 감사한다. 지금 진행되는 개헌논의에 대해 우리가 믿음을 가질 수 없는 이유는 단순히 헌법특위 위원들의 이념적 성향 때문만은 아니다(양연희 기자, “대통령직속 헌법특위, 좌편향인사 수두룩...'사회주의 헌법' 만드나?,” 펜앤드마이크, 2018. 2. 18). 문재인 대통령 자신의 이념적 성향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막 가고 있다. 지난 열 달 동안 막 갔고, 막 달렸다. 이제는 그들의 질주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을 하려고 한다. 그것은 곧 지방분권형 개헌이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문제인 대통령의 일관된 통일방안이다. 작년 4월 25일 JTBC가 주최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에 찬성하나”라는 질문에 문대통령은 국가연합안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같은 것이라고 대답했다(“두 안(案)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즉 찬성한다는 말이다. 북한의 대남 선전-선동 매체인 ‘반제민족민주전선(반제민전)’의 2005년 7월 17일자 문건은 “6‧15공동선언 제2항을 실현하는 것은 낮은 단계 연방제를 실현하는 것이며, 그것은 당연히 자주통일운동의 전술목표가 된다”고 밝히고 있다. 남조선노동당에 해당하는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이 2001년에 발표한 “10년의 전망: 9월 테제 혹은 ‘군자산의 약속’”은 “6.15공동선언 이후 정세는 ‘조국통일의 대사변기’로 규정할 수 있다. 가까운 시일 안에 낮은 단계의 연방제통일이 실현되고 향후 10년을 전후하여 자주적 민주정부가 수립됨으로써 연방통일조국을 완성할 수 있는 승리의 길이 열릴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북조선이 승리하는 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가 이렇게 대놓고 북한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통한 통일을 주장하는데도 우리가 지방분권형 개헌을 해야 할까?

헌법에 손대지 마!

그 어떤 개헌안을 만들어 오더라도 우리는 그 개헌안에 찬성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개헌을 주도하는 세력들의 이념적 성향에 대해 우리는 심각한 의문을 갖고 있다. 개헌에 대해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절제된 표현으로 한 마디로 한다면 “헌법에 손대지 마. 이 xxx들아”다. 3월 1일 1시 우리는 개헌을 막기 위해 서울 광화문으로 나가야 한다. 3월 1일 집회는 개헌을 막기 위한 우리들의 첫 걸음이며, 6월 12일까지 우리의 투쟁은 멈출 수 없다. 만약 문재인 정권이 우리를 기만하는 개헌을 계속 추진한다면 자유시민들은 정권퇴진 운동으로 응답해야 한다. 헌법이 유린당하면 대한민국은 끝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개헌논의에서 즉시 나와 개헌반대를 주장하길 바란다. 그리고 헌법을 바꿀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사이의 조세권의 비율을 조정하는 법안을 만들어 지방 자치단체의 재정적 고충을 덜어주어야 한다. 끝으로 자문(諮問)위원들은 스스로 자문(自問)해보길 바란다. 과연 이게 대한민국 헌법으로 적합한 것인지.

김철홍 객원 칼럼니스트(장신대 신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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