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前 美국무부 북한인권특사 “한국 당국이 범죄 사실 입증할 충분한 정보 입수했는지 의문...관련 정보 공개해야”
스탠튼 변호사 “文정부,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따라 처우하고 한국법원에서 재판했어야”
“홍콩에서 수개월째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 역시 똑같은 이유 때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6.25 종전 협정 체결 이후 최초로 한국에서 탈북민 추방 이뤄진 것 깊이 우려”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韓, 난민협약 가입국으로 고문과 수감, 처형당할 개인 송환하지 않을 의무 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브리핑에서 동해상에서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밝히고 있다.이 대변인은 "합동조사 실시 결과 이들은 20대 남성으로 동해상에서 조업 중인 오징어잡이 배에서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흉악범죄자로 보호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브리핑에서 동해상에서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밝히고 있다.이 대변인은 "합동조사 실시 결과 이들은 20대 남성으로 동해상에서 조업 중인 오징어잡이 배에서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흉악범죄자로 보호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이 한국에서 북한주민 2명에 대한 첫 추방 조치가 내려진 데 대해 크게 우려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8일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이들 전문가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범죄자라는 발표가 나왔지만 유죄 여부는 정부 조사를 넘어 재판을 통해 판명할 사안”이라며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규정하고 북한주민을 국민으로 간주하는 한국 헌법에도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 7일 북한에서 살인사건을 저지른 후 도피하다 동해산에서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주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판문점을 통해 북한주민을 ‘퇴거 조치’한 것을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는 합동심문 결과 이들 20대 북한 남성 두 명은 오징어잡이 배 선원들로 선장과 동료 16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중범죄자이고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추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뤄졌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VOA에 “이들 북한주민들이 실제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문제는 한국 당국이 이러한 범죄 사실을 입증할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킹 전 특사는 “북한으로 송환에 앞서 북한주민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이들의 범죄 협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는지 알고 싶다”며 “한국 정부는 관련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북제재와 인권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VOA에 “송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기회가 이들 북한주민들에게 주어졌는지 우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스탠튼 변호사는 “이들이 재판이 아니라 당국의 합동조사만 받았다면 정당한 법 절차를 거부당한 것이며 수사를 통해 유죄의 증거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한국정부는 이들 북한주민들을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따라 처우하고 한국법원에서 재판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고문 당할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나라로 개인을 추방, 송환, 인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유죄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며 “유죄는 수사 당국의 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재판을 통해 판명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홍콩에서 수개월째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 역시 똑같은 이유 때문”이라며 “정당한 법 절차 없이 고문과 부당하고 잔인한 사형 선고가 적용되는 압제 국가로 범죄인을 송환할 위험에 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탠튼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며 “확인되지 않은 북한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 탈북민을 강제로 북송할 가능성을 열었다”고 우려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1953년 7월 27일 6.25 종전 협정 체결 이후 최초로 한국에서 탈북민 추방이 이뤄진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VOA에 “그동안 자체적인 혹은 다른 인권 기구들의 광범위한 조사 결과를 놓고 볼 때 이들 선원들이 북한으로 추방돼 고문과 사형에 처해진 충분한 근거가 있다”며 “이는 한국이 유엔 고문방지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Against Torture)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을 준수할 의무를 분명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한국의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 전체와 그 부속도서를 포함한다고 규정돼 있고 국적법 2조에 따라 모든 북한주민이 대한민국 국적자로 간주될 수 있는 만큼, 이번 추방 조치는 한국의 헌법 역시 명백히 위반하고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VOA에 “한국당국이 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했어야 했다”며 “어떤 사법체계나 절차도 없고 공정함과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 북한으로 해당 어민들을 송환한 것은 그들을 죽음으로 돌려보낸 것과 같다”고 말했다.

숄티 대표는 “한국은 난민협약 가입국으로서 고문과 수감, 처형을 당할 수 있는 개인을 송환하지 않을 의무를 진다”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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