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교육위서 全 "조국 사태 빌미로 하향평준화 강행" 劉부총리 "고교서열화 개편이 국민 요구"
全 "국회서 자사고 지정취소 요건 강화 논의중이다. 시행령 독재" 비판에 劉 "본격 논의 모르겠다" 딴청
'5년후 자사고-특목고 124개교 폐지비용 얼마냐'에 劉, 全 추계의뢰한 자사고 43개교 "7700억원"만 언급
교육위서 추궁받은 뒤에야 "사립고 총 59개교에 1조500억원" 뒤늦게 분석 내놓은 교육부
全 "정부방침따라 공연히 잘 굴러가는 학교 없앤다고, 안들어가도 될 1조원 넘는 혈세 낭비"
劉, '자사고 측 의견 들어봤냐'는 홍문종 질의엔 "보도를 통해 봤다"..."전교조 말만 듣지 마라"
교육위 한국당 간사 김한표 "국가가 학생 선택하는 모델 정해놓고 따르라는 건 사회주의"

8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육부의 2025년까지 '자사고·특목고·외고 일괄폐지'와 예산 졸속 추계를 놓고 내내 각을 세웠다. 

공방 과정에선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의 입시부정 논란과 맥락이 어긋난 교육 하향평준화만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물론, 교육부가 국회 입법논의를 무시하고 정부시행령 개정을 예고한 데 대해 '시행령 독재'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양측은 질의 초입부터 각을 세웠다. 전희경 의원이 "장관님. 시행령 개정 통해서 2025년까지 자사고 특목고 외고 다 폐지한다고 발표했죠?"라고 묻자 유은혜 부총리는 "네 '일괄전환'입니다"라고 답했다.

"그게 폐지이지 않습니까?"라는 뒤이은 질의에도 유 부총리는 "학교 명칭이나 교육과정은 그대로 운영할 수 있다"며 부인했다. 전 의원은 "없어지는 쪽 입장에선 '폐지'다"라고 강조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전 의원은 "자사고 지정 취소 관련 국회에서 입법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취소 권한 등이) 시행령에 (규정돼) 있는 걸 법령으로 올리거나 지정취소 사유를 지금보다 엄격하게 하거나이다. 알고 계시냐"고 했는데, 유 부총리는 "본격적인 논의가 되고 있는 걸 제가 확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본격적인 논의가 되고있다"고 받아친 뒤 "국회에서 이렇게 입법 논의 중인 사항을 시행령으로 하루아침에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시나"라고 물었다.

유 부총리는 이에 즉답하지 않고 "하루아침에 밀어붙인 게 아니라 이미 여러 차례 논의와 예고들이 있었고..."라고 정부 입장을 내세웠다.

전 의원은 "(특목고 등 일괄폐지 발표 전) 논의나 예고들이 있은 게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밀어붙이다가 소송까지 가 있을 정도로 거센 반발에 직면해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조국 사태'를 빌미로 불공정한 입시제도를 고치는 게 아니라 엉뚱하게 자사고, 특목고에 철퇴를 내려 평준화 교육을 강행하고 있다. 그 결과 하향평준화가 불보듯 뻔하게 예상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부총리는 이에 대해서도 "서열화된 고교체계를 개편하란 게 국민적 요구"라며 정부 입장을 국민 다수의 의견인 듯 치환하는 화법으로 대응했다.

전 의원은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 있어서, 국회 입법논의 중인 사항을 정부가 독단적으로 시행령이란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건 우리는 '독재'라고 부릅니다. 장관님"이라고 지적했고, 유 부총리는 답변하지 않았다.

양측은 교육부가 자사고·외고·국제고·전국 단위 모집 고교 등 124개교를 일반고로 강제전환시키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졸속·축소 추계해 발표했다는 논란을 두고도 각을 세웠다.

유 부총리가 앞서 7일 특목고 일괄폐지 정책 브리핑 당시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데 들어가는 예산은 5년간 총 7700억원 정도"라고 했는데, 이 추산 근거가 애초 전 의원이 지난달 국회 예산정책처에 전국 자사고 43개교(2018년 기준) 일괄폐지를 전제로 추계를 의뢰한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전 의원은 "자사고·특목고·외고 124개교가 폐지, 본인(유 부총리) 말로는 일괄전환시 예산이 얼마가 추가로 드느냐"며 "5년치 추계를 말씀해 보라"라고 포문을 열었다.

유 부총리는 이에 "7700억원이 드는 걸로 추계하고 있다"고 했는데, 전 의원은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하셨다 장관님. 그 자료 생산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시나"라고 파고들었다.

전 의원은 "제가 입법 비용추계를 예상했다. 그걸 의뢰할 때 어떤 조건으로 비용을 추계해달라고 한 줄 아시나. 43개 자사고 폐지를 상정했을 때 재정결합교부금 비용추계를 의뢰했을 때 예산정책처 답변이 7700억원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지금 정부가 시행하겠다는 124개교 내용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며 "그걸 비용추계도 제대로 안 하고 정부정책 예산을 발표하는 것이냐"고 추궁했다.

유 부총리는 "네 자사고요..."라고 반응했다가 "그런데요, 그 부분은 7700억원에 증가가 될 수 있겠죠"라고 답했다.

이에 전 의원은 "아니 증가가 될 수 있겠다라니요. 무슨 일을 그렇게 하시나. 100원 한장도 국민 혈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부총리는 "내년에 몇 학교를 전환할지는 저희가 학교와 협의를 통해서..."라며 즉각적인 예산 소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전 의원은 "아니 시행령으로 밀어붙이면서, 당장 안 하면 큰일날 듯 하면서 이제 와서 '5년 동안의 비용을 추계해봤느냐' 하니까 엉뚱하게 43개교를 124개교에 대입시킨 엉뚱한 비용추계를 냈으면 인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그 뒤에야 유 부총리는 "자사고가 7700억원이라 얘기한 거고 전체를 합치면 1조원 정도 되는데..."라고 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전 의원은 "(7일) 브리핑이 자사고 폐지 브리핑이었냐"고 공박하며 "자사고 특목고 외고 등 학교에 대한 2025년까지 일괄폐지시 브리핑하는데 무슨 자사고 폐지를 5년간 잡았다고 계속 그렇게 본연의 실수를 (인정하지를 않느냐)"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자사고 43개교에 국제고를 포함한 59개교에 1조5억원이 든다"며 "내년 일괄전환한다고 가정했을 때 예산"이라고 했다. 그러자 전 의원은 "다시 말씀하시라. 숫자 틀렸나 보라"며 교육부 측 공무원들에게 답변을 주문했고, 교육부 측은 "5년간 들어갈 재정결함보조금이 "1조500억원 정도 예상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전날 '7700억 발표'를 두고 유 부총리는 "기자 질문 과정에서 제가 '자사고에 대해선 7700억원 정도인데 자세한 내용은 실·국장들 브리핑에서 답한다고 했던 것'"이라고 정정하려 했다.

전 의원은 한층 본질적인 차원에서 "7700억 부분도 43개교 전환에 따라서 안 들어가도 됐던 세금이 들어가는 것이다. 시행령 전면시행으로 지금 말씀대로 하면 1조원이 넘는 혈세가, 공연히 잘 굴러가고 있는 학교 없애자는 정부방침따라 들어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정권이 들어서서 올해 예산이 60조 적자국채 발행해야하는 예산이다. 돈쓸 데 부족하고 경기도 안좋은데, 이렇게 맞지도 않게 바꾸면서 1조원 넘는 예산을 들인다"고 '혈세 낭비'를 거듭 지적했다.

그러자 유 부총리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설립될 때 시행령에 의해서, 특히 자사고는 시행령에 의해서 학교가 시작됐다"며 '시행령 독재'의 명분을 찾는 발언을 내놨다. 아울러 "5년 후 2025년도에 일괄전환 한다고 하면 (그 전까지) 이 예산이 소요되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이후에도 전 의원은 보충질의를 신청해 "좋은 의도가 있다고 해서 재정을 무한정으로 쓸 수 없고, 또 예산 배분에 있어선 우선순위란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문재인 정권 교육부가 "과거로 가는 예산, 미래가 보이지 않는 예산"을 편성했다고 비판했다.

일례로 교육부가 대학 중 80%를 차지하는 사립대의 등록금을 동결시키고 입학금을 폐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해 교육경쟁력을 저해시켜놓고는, 국립대 육성 명목으로 지난해 800억-올해 1500억원으로 예산을 급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교의 다양성을 훼손하면서 고교 무상교육 하겠다고 신규 예산 6594억, 3개 학년을 동시 실시하면 연간 2조원이 드는 예산이다", "자사고 특목고 외고 다 없애겠다면서 5년간 비용추계를 내 보라 하니 오늘 이 자리서 뚝딱 대답한 게 1조500억원"이라고 조목조목 짚었다. 이번에 순증한 교육부 예산은 1조7449억원에 달한다.

전 의원은 최근 시간강사법 개정에 따라 요구되는 예산도 조(兆)단위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하면서 "(교육정책에) 계획이 있고 방향성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다그쳤다. 또한 "이렇게 사립을 잡고, 자사고가 귀족학교라서 뭐 어떻다고요? 공립학교 학생 1인당 표준 공교육비는 얼마나 되는지 아시냐"고 묻자, 유 부총리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전 의원은 "우리 국민세금이, 공립학교 학생 1인당 표준교육비가 대학등록금 이상"이라고 했고, 유 부총리는 "유치원에서부터 초중고교까지는 국가책임을 확대하는 게 저희 정책방향"이라고 고액의 혈세 투입에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 의원은 "그러려면 다 공립화하라. 사립은 뭐하려고 남겨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한편 이날 본질의 과정에서 교육위 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위원장 대리로 회의 진행을 맡고 있던 중 "앞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 중 자사고 일반고 전환과정에 바뀌는 건 선발방식뿐이고 그 외엔 전혀 다를 게 없다는 말씀을 한 거냐"고 물었다.

유 부총리는 "학교 이름이나 교육과정 운영은 그대로 지속된다"며 "예를 들면 부산 국제외고가 작년 일반고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그 학교 운영상황들을 한번 참고해보시라"라고 했다.

김한표 의원은 "선발방식만 바뀌는데 그렇게 요란을 떨면서 할 필요가 있었겠나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후 질의순서에서도 "국가가 학생을 선택하는 체제가 돼선 안 된다.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를 선택하는 게 미래 발전적이다. 국가가 모델을 정해놓고 따르라 하면 사회주의로 가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반고 강제전환으로 교육의 질적 하락이 초래될 거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예컨대 민사고 같은 경우 전 수업이 거의 영어로 진행되는데, 영어 수업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 자체가 (일반고와 다를 것)"라며 "일반고 지원비용과 민사고 지원비용이 똑같다면, 전 수업을 영어로 강의할 정도의 그 학교 수업권이나 강사 수준을 유지하겠느냐. (일반고 전환시 교육의) 내용 자체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걸 두고 학교 유형은 안 바뀌고 선발방식만 바뀐다고 하면 실제 내용을 보지 않고 답변하는 것"이라고 교육부를 비판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유 부총리는 이날 홍문종 우리공화당 의원의 질의에선 자사고 의견 수렴이 사실상 없었음을 보여주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홍문종 의원은 "여론수렴을 누구와 하셨느냐"고 거듭해서 물으며 특목고 등 일괄폐지는 대통령 발언에 전적으로 교육부가 끌려다닌 결과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에 관한 사이드이펙트(부작용)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문제점을 검토하라"라며 "강남 8학군 땅값만 오른다는 등 난리가 나지 않나. 어차피 학교는 서열화하게 돼있는데, 한쪽을 누르면 반대쪽이 부풀어오르는 풍선효과와 마찬가지 아니냐. 자사고 특목고 없앤다고 서열화가 안 생기느냐"고 지적했다.

유 부총리는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만 했다. 홍 의원이 "자사고 사람들은 뭐라고 하는지 들어봤느냐"고 묻자 그는 "보도를 통해서 봤고..."라고 말을 흐렸다. 

홍 의원은 "(자사고 측은) 학교선택권을 왜 뺏어가냐고 얘기한다. 교총도 '교육정책이 큰틀에서 정권의 이념 성향 따라 좌우된다'고 한다. 전교조 얘기만 듣지 마시라"라고 지적했고, "이념에 따라 하는 게 아니다"라는 유 부총리에게 그는 "저희는 그렇게 보인다"며 "교육현장의 수월성과 다양성을 고교유형 획일화로 어떻게 이루겠단 거냐"고도 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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