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동료선원 16명 죽인 흉악범죄자...난민 인정 안 돼 北으로 추방”
판문점 통해 북한 주민 북으로 추방한 것은 처음...정부,닷새간 사건 함구
정진석 의원 “‘강제북송’이라는 합리적인 의심 지울 수 없어...왜 5일 동안 국민에게 숨겼나?”

정부는 7일 북한에서 살인사건을 저지른 후 도피하다 동해상에서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주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판문점을 통해 북한주민을 ‘퇴거 조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북한선원들의 북송 사실이 우연히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전까지 5일 동안이나 관련 사건에 대해 함구했다. 또한 이번 송환과 관련해 관련 부서인 통일부와 국정원의 입장이 합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지난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나포한 북한주민 2명을 오늘 오후 3시 10분경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합동조사 실시 결과 이들은 20대 남성으로 동해상에서 조업 중인 오징어잡이 배에서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지난 5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이들의 추방 의사를 전달했으며, 북측이 6일 인수 의사를 확인해왔다”고 했다.

또한 “정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보호대상이 아니며 우리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정부 부처 협의 결과에 따라 추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통일부의 브리핑에 따르면 우리 해군은 지난 2일 오전 NLL의 우리측 수역에 진입한 북한 오징어잡이 선박을 이틀 동안 통제하고 추적한 끝에 나포했다. 이 배에 탔던 20대 북한 선원 2명은 지난 8월 중순 북한 김책항을 출항해 러시아 해역 등을 다니며 오징어잡이를 하던 중 선장의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고 지난 10월 말경 다른 1명의 선원과 공모해 선장을 살해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다른 선원들이 반발하자 차례로 이들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공모자 중 한 명은 중간에 북한으로 돌아갔으나 이들 2명은 공범이 체포되는 것을 보고 북한 당국의 추적을 피해 다시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합동조사 심문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정부는 이들의 반인륜적 범죄 혐의 때문에 북한과 협의를 거쳐 추방했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이날 북한선원들의 북송 사실은 국회에 출석한 청와대 관계자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언론사의 사진에 우연히 찍히면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에는 “오늘 오후 3시에 판문점에서 북한주민 2명을 송환할 예정이다. 북한주민들은 11월 2일에 삼척으로 내려왔던 인원들이고 자해 위험이 있어 적십자가 아닌 경찰이 에스코트 할 예정”이라고 돼 있었다. 또한 “이번 송환과 관련하여 국정원과 통일부 간 입장 정리가 안 되어 오전 중 추가 검토할 예정이다”고 쓰여 있다.

이에 국회에서 질의 중의던 야당 측 외교통일위원들은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 송환을 중지할 것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오후 3시 10분쯤 판문점을 통해 해당 선원에 대한 추방 절차가 완료됐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7일 “지난 2일 북한선원 2명이 북한에서 (동해 삼척으로) 내려왔는데 5일이 지난 오늘 오후 3시 판문점에서 서둘러서 북송하려고 한다”며 “이것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2일 북한선원이 내려온 사실을 우리국민은 모르고 정부 발표도 없고 보도도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원은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받은) 문자 내용만 보더라도 이것은 강제북송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관련 부서인 국정원과 통일부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문제의 북한선원 2명이 자해 위험이 있어 적십자사가 아닌 경찰이 에스코트를 했다. 도대체 북한 주민 2명이 지난 2일날 남쪽으로 내려왔는데 서둘러서 북송한다는 것이 전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른 한국당 의원들도 해당 선원들의 북송 중단을 요청했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동료 선원 16명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들은 우리 해군에 제압된 직후 귀순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으나 일관성이 없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추방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들은 남하 과정에서 우리 해군과 조우한 뒤 이틀간 도주했고 경고 사격 후에도 도주를 시도했다”며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질렀고 우리 사회에 편입 시 위험이 될 수 있고, 국제법상 난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추방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런 문제들을 처리하는 매뉴얼이 있다”며 “이 문제는 과거에도 유사하게 처리했던 방식들이 있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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