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계는 "신당기획단 구성" 발표, 유의동-권은희 공동단장 임명...신당-통합 '투트랙' 논의할 듯
톤 높이는 황교안 "무너져가는 나라 되살릴 자유민주세력 통합이 정의이고 분열은 불의"
유승민, 통합기구 참여제안에 "黨 울타리 뛰어넘는 기구 만들어지면 '변혁'서 어떤 분 보낼지 고민"
선긋는 우리공화당 "黃, 탄핵주동자 劉에 구애...총선 '탄핵 對 탄핵 저항세력' 싸움으로 갈 수밖에"

(왼쪽부터) 우리공화당 PI,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사진=우리공화당 및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반을 불문하고 '우파 대통합'을 이루자고 제안한 뒤, 7일 한국당에선 '통합론 불씨 살리기'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에서 통합협의기구 실무자를 즉각 내정하는 한편 44명의 당내 초선 의원들이 "적극 지지"를 표명해 통합론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은 이날 당 총선기획단 제2차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옛 비박(非박근혜)계로 분류되는 홍철호·이양수 의원을 통합협의기구 실무자로 내정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비당권파 '변혁' 대표)과 우리공화당 등에게 언제 협상을 제안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다른 당이 준비되면 오늘이라도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한국당 내 고위관계자도 "이번 주 안에 실무 협상을 제안해 통합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빠르면 금명간 통합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혁신을위한비상행동(변혁)' 회의가 11월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대표자인 유승민 의원(왼쪽에서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같은날 바른미래당 '변혁' 회의에서는 '신당기획단'을 구성키로 했다고 유승민 의원이 발표해, 통합 논의 기구 역할을 할 지 주목된다. 변혁에는 손학규 지도부 퇴진을 요구해 온 바른정당계·안철수계 의원 15명이 소속돼 있다. 이들 중 13명은 전날(6일) 밤 8시부터 국회에 모여 2시간30분 가량 신당창당 추진위원회 구성과 우파통합론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유 의원 발표에 따르면 신당기획단장은 옛 국민의당 출신 권은희 의원, 바른정당계 유의동 의원이 공동으로 맡기로 했다. 유 의원은 변혁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황교안 대표의 통합 제안 관련 "보수 재건을 위해 3가지 원칙만 확실히 지켜진다면 다른 아무 것도 따지지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앞서 "'탄핵의 강'을 건너고, 개혁보수를 지향하며,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는 지론을 3대 원칙으로 피력한 바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내 우파통합협의기구 실무자로 지명된 홍철호 이양수 의원, 바른미래당 '변화와혁신을위한비상행동(변혁)' 측 신당추진단 공동단장을 맡은 유의동 권은희 의원.(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내 우파통합협의기구 실무자로 지명된 홍철호 이양수 의원, 바른미래당 '변화와혁신을위한비상행동(변혁)' 측 신당추진단 공동단장을 맡은 유의동 권은희 의원.(사진=연합뉴스)

유 의원은 '황 대표가 제안한 통합협의기구에 참여할 생각이냐'는 물음에는 "그 기구에 대해 제가 자세히 얘기를 못 들었다"며 그동안 황 대표와의 직접 대화는 추석 직전 안부전화 정도였다고 일단 거리를 뒀다.

그는 "한국당 안에 기구를 만드는 건 그분들의 문제니까 제가 결코 코멘트할 입장은 아니"라면서도 "당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통합을, 보수 재건을 논의하는 기구가 만약 만들어진다면 변혁에서 어떤 분을 거기에 보내드려야 할지도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다. 아직 그런 부분은 결정 안 된 상태"라고 여지를 남겼다.

다만 유 의원은 신당과 한국당 간 '당 대 당' 통합도 고려하느냐는 물음에는 "지난 3년간 안 됐던 보수 재건이 선거를 앞두고 말 몇마디로 그냥 만나서 악수하는 걸로 가능한 일인가. 굉장히 어렵게 보고 있다"면서 "당 대 당 통합을 위해 변혁이 신당을 준비한단 건(아니다)...저희들이 지금 개혁적 중도보수 정치를 하기 위해 신당을 한다는 것"이라며 "신당을 보수통합의 수단과 방법으로 생각하는, 임시적인 걸로 생각하는 건 전혀 아니다"라고 밝혀뒀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11월7일 오전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당에서는 우파대통합 추진에 힘을 싣기 위한 여론전이 이어졌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들어 통합에 대한 국민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통합 작업을 공식화하기에 이르렀다"며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국민 중심의 낮은 자세로 마음을 모아 승리를 위한 통합을 이뤄내도록 저부터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제가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말씀드린 자유민주주의 세력 통합은 내년 총선과 2022년 대선에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대한민국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이다"라며 "대한민국 근간을 파괴하는 문 정권에 맞서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자유민주주의 세력의 통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모든 것을 '통합의 대의(大義)'에 걸어야 할 때이다. 통합이 정의이고, 분열은 불의"라며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되살리는 길은 자유민주세력의 대통합밖에 없다"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초선 의원 44명 중 25명이 11월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임을 가진 뒤 초선 44명 전원 명의로 '자유한국당 보수대통합과 인적혁신의 길'이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같은날 오후에는 당 초선의원 44명 전원(全員) 명의로 된 성명이 발표됐다. 이양수 의원이 간사로서 주도한 초선 모임은 의원 25명이 회동한 뒤 불참자를 포함한 총 44명의 의견을 모아 "한국당 초선의원들은 황 대표가 제시한 보수대통합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향후 보수대통합의 길에 밀알이 되기로 결의했다"고 선언했다.

또한 "우리 초선 의원들은 내년 총선과 관련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당에 백지위임하기로 결의했다"며 "한국당은 국민이 원하는 중도를 아우르는 보수대통합과 인적혁신에 반드시 부응해 내년 총선승리와 함께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되찾을 것"이라고 밝혀뒀다. 

이들은 다만 "선배 의원님들께서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위해 큰 걸음걸이를 보여달라"며 "당과 국가를 구하는 수도권과 같은 전략적 요충지에서 승전보를 전해주시라"고 촉구해, 앞서 재선 김태흠 의원이 제기한 강남3구-영남권 3선 이상 중진 용퇴론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양수 의원은 성명서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중진 의원들이 결단을 내려준다면 저희도 동참할 수 있다"면서 "동참이라는 것은 내가 낙천이 된다고 해서 나가서 출마를 한다든가 하는 해당(害黨) 행위를 하지 않고, 당의 승리를 위해 뭐든지 감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조원진 의원.(사진=연합뉴스)

한편 우리공화당에서는 이날 조원진 공동대표가 최고위원회의 발언을 통해 "황 대표가 자유우파 통합을 말했는데 결국 그건 탄핵 주동자인 유승민에 대한 구애에 불과하다"며 "21대 총선은 탄핵 대 탄핵에 저항했던 세력들의 싸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벽을 쳤다.

조원진 공동대표는 "자유우파 통합의 핵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진실, 정의 규명을 확실히 하지 않고 보수대통합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홍문종 공동대표도 회의에서 "탄핵을 묻고 가야하는 것이 아니라, 탄핵은 물고 가야 하는 것"이라며 "탄핵을 묻고 가자는 대통합의 전제부터 전혀 맞지 않다"고 황 대표를 비판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