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위구르 자치구, 20세기 초부터 분리 독립 움직임...1990년 이후 격화
美, 中 소수 민족에 대한 인권 문제 제기는 견실한 경제 상황 자신감 바탕해 中 역내 패권 도전 저지 의도
‘하나의 중국’ 정책 밀어붙이는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사실 아닌 내용으로 중상(中傷) 말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미국 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중국을 향해 신장 위구르에 대한 인권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데 대해 중국 정부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6일 기자 회견을 열고 폼페이오 장관의 성명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밝혔다. 그는 당일 기자 회견에서 “미국은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정책에 대해 사실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중상(中傷)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선 10월8일 미국 정부는 위구르족과 카자크족을 비롯한 이슬람 소수민족을 구금하고 감시하는 등 인권침해와 인권유린에 관여했다며 중국의 기관 및 기업 28곳을 제재 대상으로 삼은 바 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0월7일(미국 현지시각) 공시한 관보에 따르면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민정부 공안국과 19개 산하기관, 하이크비전, 다화, 아이플라이텍, 샤먼 메이야 피코 인포메이션, 이씬 과학기술 등 8개 중국 기업이 명단에 올랐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북서부 변방 지역에 해당하는 곳으로 예로부터 중국과 서방을 잇는 실크로드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어 번영을 누려 왔다. 이곳은 민족 구성상 위구르족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며 이슬람교가 강세인 지역으로 중국어를 사용하며 한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화권(中華圈) 지역과는 문화적 이질성이 두드러진다. 신장 위구르 지방이 중국의 일부로 편입된 것은 18세기 말엽으로 극히 최근의 일이다.

중국 당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 아래 중국 관내 모든 지역에서 분리 독립 움직임을 저지해 왔다. 대만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홍콩 민주화 운동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직접 나서 ‘엄중한 대응’을 캐리 람 홍콩행정장관에게 주문한 것도 ‘하나의 중국’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심지어 중국은 표준시조차도 단일 표준시(중국표준시, GMT+8)를 채택하고 있다.

신장 위구르 지역의 분리 독립 움직임은 20세기 초반부터 있어 왔으며, 1990년대 이후 반(反) 중국 테러 활동으로 격화됐다. 신장 위구르 지역은 단일 행정구역으로 중국 전체 국토 면적의 1/6에 해당할 정도로 커, 중국 당국은 이 지역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중국 정부는 특히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의 역내 확산을 경계하며 지난 2016년부터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무슬림 및 소수 민족을 탄압하는 정책을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최근 위구르 인권 문제 등 중국이 민감해 하는 주제를 들고 나온 배경에는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계기로 아태 지역에서의 중국 패권을 저지하기 위함이라는 속사정이 있다는 해석이 있다.

한편 중국은 지난 3분기 26년만에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을 경험했다. 2018년 1분기 6.8%의 경제성장률이 6%까지 떨어진 것이다. 중국 정부의 일상화된 통계 조작을 감안한다면 실제 경제 성장률은 공식 발표된 수치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2007년 당시 랴오닝성(遼寧省) 서기로 있을 때 “중국 경제 통계를 전혀 믿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 경제는 지난 9월 실업률 3.5%를 기록하면서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가 최근 세계 경제의 둔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 가운데에서도 사실상 ‘나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이다.

미국이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중 패권 경쟁에서 승기를 거머쥐기 위해 중국을 몰아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는 11월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 간 칠레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APEC 정상회의가 사상 초유의 취소 사태를 맞으며 미중 간 정상회담이 불발된 바 있다. 미중 양국은 정상회담 개최지를 두고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회담은 12월 중 개최될 것으로 보이며, 1단계 무역 협상이 주요 내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위구르 인권 문제가 다시 거론될 지 지켜볼 일이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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