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일각 수도권 출마요구에 "대구서 가장 어려운 지역 출마, 그 나름 의미 있다" 강조하며
"문제의 본질은 인적쇄신 아닌 낮은 지도부 역량...국민 받아들일 명분 원칙 기준 마련 시급"
黃지도부에 "버리지 못하면 버림을 받는다. 지도역량 강화 촉구 가볍게 듣지 마시길"

지난 2018년 9월 정기국회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사진=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페이스북)

내년 4.15 총선 대구 수성구갑(甲) 출마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제 판단만으로 출마 여부와 지역구를 결정할 생각은 없다"고 해 당내 일각에서 요구하는 험지 출마 가능성도 열어뒀다. 다만 '황교안 지도부'가 납득할 만한 리더십을 갖추고 인적쇄신의 기준을 마련해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대구출마 가능성에 대한 비판과 수도권 출마 요청이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대구 출마는 그 나름 의미가 있"고, "대구 출신으로 그 중 가장 어려운 지역에서 그 일익을 담당하는 게 의미 없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이같이 밝혔다. '가장 어려운 지역'이라는 언급은 수성구갑을 가리킨 것으로, 현재 더불어민주당 4선 김부겸 의원의 지역구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자신에 대해 "한동안 (비대위원장으로서) 당을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또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몸을 낮추며 "(험지 출마요구 등) 문제가 제기된 만큼 숙고하겠다. 우리 정치와 당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찾겠다는 뜻도 거듭 밝힌다"고 확인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다만 당 지도부를 향해 "그동안 자제해 왔던 말씀을 드리니 너무 가볍게는 듣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는 "하루 빨리 지도역량을 강화하시길 바란다. (총선 후보군) 인적쇄신 문제만 해도 그렇다. 재선, 3선의 선수(選數)가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명분' '원칙' '기준'을 하루빨리 마련하시라"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그리고 그 이전에 지도부와 그 주변 인사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어야 그 그립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는 점, 잊지마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글의 초입에서도 김 전 위원장은 "문제의 본질은 인적쇄신 그 자체가 아니라 당 지도부의 낮은 지도역량에 있다는 사실"이라고 상기시켰다.

당 지도부가 구성원들에게 쇄신 요구를 내세우기에 앞서 리더십을 굳힐 만한 모범적 조치를 취하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 전 위원장은 "때로 버리지 못하면 버림을 받는다. 무엇으로 지도역량을 강화할지 깊이 고민해 주시기 바란다"고 거듭 말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다음은 김병준 자유한국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1월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全文).

<위기의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의 인적쇄신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언젠가 어떤 형식으로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습니다.

그러나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인적쇄신 그 자체가 아니라, 당(黨) 지도부의 낮은 지도역량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즉 바람직한 수준의 인적쇄신을 하고, 더 나아가 당(黨) 쇄신과 보수통합을 통해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지도역량이 보이지 않다보니 터져 나오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조국(曺國)사태 이후만 해도 그렇습니다. 국민이 기대하고 있는 쇄신과 통합의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국민이 만든 승리에 당(黨)이 먼저 축배를 들었습니다. 또 시대변화에 맞지 않는 인물을 영입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일도 이어졌습니다. 민심을 잘못 읽는 오독(誤讀)에, 자신들의 그릇된 판단을 민심 위에 두는 오만(傲慢)이 수시로 더해진 것입니다.

이대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요? 문재인정부 심판을 외치겠지만 국민들은 당(黨)이 심판자로서의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먼저 물을 것입니다. 인적 구성과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그 내재적 문화와 규범에 있어서 말입니다. 지금의 지도부가 이를 위한 일들을 해낼 수 있을까요?

제 자신의 책임도 큽니다. 비대위원장 시절 자유와 자율의 가치를 기본으로 하는 탈 국가주의 기치를 세우기도 하고, 21명의 현역 의원을 당협위원장에서 배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이해에 힘입어 지지율이 30%선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당(黨)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며 그 어느 것도 내면화되거나 체화(體化)되지 못했음을 느낍니다.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저의 대구출마 가능성에 대한 비판과 수도권 출마 요청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구출마는 그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보수정치의 중심인 대구가 그 정치적 위상을 회복해야 보수정치가 바로 서고, 당(黨)도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구 출신으로, 그 중 가장 어려운 지역에서 그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한동안 당(黨)을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또 그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지 못한 사람으로서, 제 판단만으로 출마여부와 지역구를 결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문제가 제기된 만큼 숙고하겠습니다. 우리 정치와 당(黨)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찾겠다는 뜻도 거듭 밝힙니다.

끝으로 당(黨) 지도부에 말씀드립니다. 그동안 자제해 왔던 말씀을 드리는 것이니 너무 가볍게 듣지는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하루 빨리 지도역량을 강화하시기 바랍니다. 인적쇄신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재선, 삼선의 선수(選數)가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명분 원칙 기준을 하루빨리 마련하십시오. 그리고 그 이전에 지도부와 그 주변 인사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어야 그 그립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는 점, 잊지마시기 바랍니다. 때로 버리지 못하면 버림을 받습니다. 무엇으로 지도역량을 강화할지 깊이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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